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개복치 엘리티즘

 최근 화두인 1심 판결에 충격을 받은 분들이 그것을 비꼬려고 '나는 왕년에/자식 교육 할때 이렇게 저렇게 했는데 이것도 범죄겠네?'라며 SNS 상에 자진신고(?)를 하는 모양이다. 수사기관에 인지가 안 돼서 그렇지, 인지되면 수사대상이 될 만한 일들이 대부분 맞다. 그분들이 풍자로서 말하는 '장관 자녀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풍자도 유머도 아닌 무척 정확한 사실인 것이다.


물론 수사기관이 원래는 안 그러다가 한 명한테 엄정하게 칼날을 들이댄 것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공명정대하게 하지 않고 카드놀이 패 꺼내듯이 수사하는 것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된 문제고 그 개혁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므로 여기선 자세히 논하지 않는다. 그리고 법원에서 선고된 형량이 과도하지 않냐는 논의도 할 수는 있다고 본다(다만 판결문 전체를 읽어 보신 분들은 변호인단의 재판 전략이 안 좋아서 형량이 세진 거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혐의들 자체가 뭐가 잘못됐느냐는 주장은 명백히 너무 나갔다.

판결 때문에 충격받아서 잠시 그러는 것만은 아닌 것이, 한창 의혹이 터지던 작년에도 이미 이런 얘기들이 무수히 나왔었다. 누구보다도 연구윤리에 민감해야 할, 대학 총장 출신으로 교육감 하고 계신 분까지도 논문 1저자 그렇게 받은 게 뭐가 문제냐고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꼼수에 대한 윤리적 선이 이리 보면 낮은 듯, 저리 보면 높은 듯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 혹은 가까운 사람이 할 때는 다들 하는 거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아니꼬운 사람이 걸리면 끌어내려야 하는 이중성 같은 게 있다. 전자가 개선돼야 함은 물론이고, 후자 역시 연예인 등에게는 가혹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정치 유관심층에서 근 1년 넘게 진영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이슈 때문에 정신력을 소모하고 있다. 이런 복잡하고 아픈 이야기들을 다 걷어내면, 나는 이 이슈에서 도출되는 일관되고 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꼼수를 별거 아닌 걸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좀 잘나간다 싶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업보로 인해 예정된 몰락을 맞고, 그것을 아쉬워하는 동료와 지지자들은 너무나도 쉽게 멋없는 모습과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다. 그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는 한국의 이러한 품격없는 엘리티즘, 쉽게 그 실체가 드러나고 몰락할 수밖에 없는 개복치 엘리티즘은 윤리의식 미비의 결과이자 계속되는 정치혐오의 원인이다. 정치로 제도를 고쳐서 윤리를 세워야 함을 고려하면 이는 지독한 악순환이다.

비겁한 성공이 아예 제지되지 못하는 사회보다는, 진실이 드러났을 때 명예와 실권을 잃는 사회가 분명히 낫기는 하다. 그걸 가능케 하는 다이나믹하고 민주적인 사회분위기는 한국이 가진 귀한 자산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그것을 추동하는 정서가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에겐 지나치게 가혹하게 작용할뿐더러, 정치의 영역에서도 정책들이 아닌 정치인들에 대한 무한한 검증과 폭로, 덧없는 몰락과 멋없는 옹호 일변도의 싸이클이 연일 뉴스 메인을 장식하는 지금의 이런 사정을, 나는 결코 덮어놓고 건강하다고는 못하겠다.

한창 의혹이 터지던 시절 이미 지적했듯, 저것보다 더욱 성숙한 민주사회의 모습은 소위 엘리트들이 아예 그런 방식의 성공을 시도하지 않고 비자발적으로 포기하도록 인간적 미덕과 제도적 견제장치가 자리잡은 사회다. 그럴수록 국민들의 높은 정치참여 의지가 소모적이지 않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

제도를 비껴가는 꼼수가 아닌 윤리의 철저한 준수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미덕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여러 부문에서의 윤리가 그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더 많이 준수되기 시작한다면, 지금의 이 사태가 그나마 발전적인 방향으로 끝을 맺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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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이미테이션 게임 - 후기

연구실 동료가 추천한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면서 생일을 마무리했다. 인기를 끌 만한 깔끔하게 떨어지는 연출로 인물들이 겪는 성공의 장면과 실패의 장면, 인간적 고뇌와 사회적 차별을 균형있게 담아낸 비극. 다만 전기영화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실제 역사와 차이가 많다고는 한다.

영화 초반부의 튜링 캐릭터 묘사가 이전에 봤던 빅뱅이론의 쉘든을 꽤나 떠올리게 하는데 그런 캐릭터가 나랑도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 초반부터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공동체를 수호하는 책임이 무척 폭력적인 작용을 통해서 구현되는 역설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런 동원의 와중에도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얻어내려는 연구자들의 줄다리기도 인상깊었다.
그리고 마침 저녁때 코드 도는 시간도 단축하고 매스매티카 오류 나는 것도 고친거같아서(...) 작중에서 문제 해결하는 장면들도 굉장히 과몰입하면서 봤다. 진짜 고친건지 좀더 확인해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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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1일 월요일

코로나19 3차 유행국면 관련 글 모음

코로나가 불특정 다수 감염 양상인데다, 직접적으로 의미있는지는 의문이나 조만간 일일 확진자 절대치까지 기존 최대값(신천지 집단감염 때)를 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이다.


연말은 원래 소비와 모임이 많을 때인데... 이럴 때 이렇게 되니 많은 분들이 착잡할듯하다.

일단 일반인들로서는 각종 연말모임은 강력히 자제하며 주변에도 그렇게 호소해야 한다. 한번 경각심이 떨어지니까 캠페인도 이제 안 통하는 듯해서 걱정이긴 하다. 아는 사람끼리만 있으면 적당히 괜찮겠지 하는 심리가 완전한 착각이라는 점을 직접 타겟한 캠페인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때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돈을 푸는 것 같은데... (어차피 지난 8월 이전같은 안정세 되려면 최소 몇개월은 더 갈듯하니) 당국이 너무 소극적인게 아닌가 한다. 지금까지 그 무수한 비난을 감수하면서 아껴뒀는데(?) 마침 코로나 심해졌고 또 원래 소비가 많아야할 연말이기도 하니 지금이야말로 써도 되지 않을까.

당장의 재정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큰 피해가 없으려면 고용유지 지원금도, 무직자 생계유지 지원금도 과감히 지원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임대료 깎는 얘기도 나오는게 좋고. 비대면으로 어떻게든 돌아가는 분야는 그렇게 하면 되는데 자영업, 알바, 일용직 등은 너무 피해가 막심할듯해서...

병상 확보도 이제 한계상황이라고 하니 더욱 걱정이다. 그동안 절대적인 입원필요 확진자 수가 비교적 작았고 의료인력이 갈려나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해온건데 감염 통제불능 상황으로 가게되면 민간병원 일반병상까지 쓰게 될 수 있고 그러면 또 거기서 많은 문제가 생길테다.

지금까지 부작용들이 쌓여왔지만 어쨌든 근근이 잘 막아왔고,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결정권자들이 빠르게 결단해서 이번 국면을 파국없이 넘겼으면 좋겠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1 (2020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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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 불만 가지면서 정작 본인도 수칙 지키지 않는 걸 보면 무척 답답하고 그런 사람들이 지역사회 전파의 한가지 원인인 것도 맞겠지만... 사실 사태가 준수/미준수로 단순하지만은 않은 게, 예컨대 상사가 모임을 갖자고 하면 위계 때문에 방역에 대한 관념은 무뎌지거나 강제로 억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준수자 개인들이 멍청하고 모순된 사람들이며 발화자 자신은 그 위에서 통찰하고 있다라는 식의 윤서인식 단순화 묘사법(?)에는 영 거부감이 든다. 단적으로 내가 칩거할 수 있는 것도 교수님께서 비대면 랩미팅을 쭉 유지중이시기 때문이기도 함.

...라지만 과연 위의 맨 처음 문장은 그런 윤서인식 사고와 근본적으로 얼마나 다른가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결국 생각의 객관적 내용 자체보다는 어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조롱의 뉘앙스, 그리고 이해가 불가능한 인간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려는 마인드 등을 내가 원체 싫어하는듯. 욕하더라도 이해(용인이 아님)의 대상으로 삼으려 해야지, 조롱하는데 그치면 쓰나.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2 (2020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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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물리적, 기계론적으로 전파되지만 방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은 공동체의 안전과 사회적 비난을 고려한 도덕적인 성격에 가깝고 근본적으로 분절적, 상징적으로 작동한다. 이와 관련해서 아래 공유하는 글에서 논하는 지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기술매체에 등장하는 물리적 공간과 출연자들은 그 도덕적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일반적인 사회보다 훨씬 철저히 관리되는 상태일 것이라는 모종의 믿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내 뇌피셜이다. 열체크와 손소독을 하더라도 그 전날 출연자들이 어디에 다녀왔는지 등은 근본적으로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결국 일반 직장과 딱히 다르지 않게 개개인의 사회적 접촉 자제에 방역이 의존하는 것.

결국 대중들이 승인할 만큼의 윤리적 선을 지키면 비난을 받지 않는 구조인데, 대중들이 컨텐츠를 승인하는 것의 역방향으로 매체의 장면들 역시 대중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그래서 유튜버나 일반 방송에서 안전하게 촬영했다는 disclaimer를 삽입하면 경각심이 은연중에 다같이 낮아질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방송 자체를 중단하고 다시보기만 줄창 틀거나 할수는 당연히 없으니... 당연히 어쩔수 없는 부분이 있다. 또한 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과 공인들은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서 더 조심할 것 같기도 하고. 나부터도 집에 계속 있어도 유튜브 재밌는거 보느라 덜 심심하기도 하고. 따라서 일단 이건 막 비판이라기보단 흥미로워서 해보는 얘기인걸로.

(임예인 기자의 글(링크)을 공유하며 덧붙인 코멘트임)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3 (2020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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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제... 셀프검사키트... 현 시점에서 직접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역대책으로서 큰 의미가 없거나 꽤 시기상조인 내용들이 유력 정치인들 발언으로 종종 나오는 듯하다.
과학기술 내지는 산업부문에서 해당업계 사람들 내지는 정치인들에 의해 그런 발언들이 늘상 이뤄지지만 희망회로 가동을 통한 관심유발과 투자확대는 분명히 필요한 것이니 사실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의 획기적 개선도 결국 흔히 이뤄지는 과학기술 혁신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구조의 신기술을 통해 이뤄지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연일 그런 발언들이 전파를 타는 건 좀 다른 문제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 마인드가 달라질 수 있고 거기에 생명과 안전이 직접 걸려있는 상황인데, 정치권 인사들이 나쁘게 말하면 스캠성, 혹은 좋게 봐줘도 과도한 홍보성 발언에 너무 휘둘리는 거 아닌지?
이런 사안에 있어서는 희망회로 돌리는 발언을 통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는 안되며,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들, 방역에 있어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 위주로 얘기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방역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방역과는 다른 부문의 일인데 팬데믹과 연관이 있을 경우, 특히 방역과 직접 연관된 것처럼 오해될 수 있을 경우는 조금더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라는 게 정말 엄청나게 많은 부문으로부터 정보가 들어가고 민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치인들 입에서 때때로 다소 뜬금없는, 혹은 의도를 알기 어려운 얘기가 나온다면 그런 구조의 산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국민 메시지에 있어서 좀더 방역당국의 판단을 중심으로 발맞춰가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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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5인이상 사적모임 제한 관련해서 페친과 덧글로 말씀나눴는데 뭔가 얘기가 잘끝나서(?) 게시물로 옮겨본다.
이번 수도권 조치는 일단 중앙정부의 거리두기 단계와는 별도로 3개 지자체가 결정한것이다. 물론 중대본과의 논의를 거친 것이고 물밑에서는 더 윗선과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그 목적 또한 전반적 거리두기단계 조정과는 달리, 연말연시에 맞는 특별조치로써 사적 연말모임을 안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침 연말이라 다들 모이고 싶어하니까 그 위주로 강력히 막겠다는 것.
따라서 연말분위기는 많이 없어지겠으나 일반적인 식당 방문식사, 다중이용시설의 개인적 이용 등은 가능하다. 물론 피해가 없다는게 아니며 지금 이순간에도 경제적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3단계거나 더한 조치인데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단어만 다르게 한다는 것은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 나는 이번 조치가 그 집행 주체부터 내용까지 3단계와는 명백히 다르면서도, 말이 되는 조치이고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사적 모임인지 공적 모임인지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사적 모임만 금지한다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달리 사람들은 공적 모임과 먹고마시는 사적 모임을 구분하며, 연말에는 그 중에서 후자가 폭증한다. 그러면 당연히 (3단계 안할거라는 전제 하에서는) 사적 모임을 갖지 말라는 인위적인 구분을 함으로써 연말변수라는 휴먼팩터를 조절하고 평상시에 준하는 관리가 가능하다. 사적 모임만 막는다고 코로나가 완전히 안 막아지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이게 모순이거나 쇼는 아니고 휴먼팩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는것.
지금까지 3단계를 가급적 피하고 애매한 중간적 조치를 계속 만들어서 2.999단계냐는 식으로 여러 비난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물론 이런 단계들 자체가 잘못 디자인되었고 단계 하향도 섣불렀다는 등의 지적이 많이 있는데 이런것들은 검토되고 반성되어야 한다) 적어도 이번 조치에 한해서만은 비난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난을 감수하는 것에 가깝다고 본다.
요컨대, 3단계와 다를 바 없는데 비난을 피해간다는 것보다는, 3단계를 할지 말지에 대한 논점이 좀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까지 있었던 거리두기 단계 관련한 이런저런 혼란상, 병상 확보 및 백신도입을 주저한 것, (결국 또 어김없이 나와버리고야 만) 청년 탓하는 발언 등 비판할 거리가 많고 지금의 상황도 그것들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으나, 그런 비판거리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에 한해서는 필요성이 변하지는 않는다는게 내가 말하려는 핵심이다. 연말모임이 집중되는 시기가 바로 곧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원포인트 조치와 강력한 실행의지를 담은 메시지가 지금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에 대한 진단과 비판이 민간과 정치권에서 이뤄질텐데 이런 비판들에 대한 과민반응이 앞으로 분명히 있을거라서 상당히 유감스럽긴 하다. 욕 덜 먹으려고 책임을 미루는게 결국 더 많은 욕을 먹는 지름길임을 이해하고 책임있는 행정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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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1일 금요일

품바

품바라고도 하는 각설이 공연문화와 관련하여, 공연 영상은 유튜브 등에 상당히 활발히 올라오고 있는데 비해 문헌 기록과 연구들은 찾기가 상당히 힘들다.


민속관련 백과사전 등에 전통적 각설이패가 비교적 단편적으로 소개된건 많이 있는데 이 주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백과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그 레퍼런스가 되는 기록물들도 많이 있다는 얘기 같은데... 아마 내가 잘 못 찾는 듯.

그리고 전통도 전통이지만 사실 현재의 품바공연에 대한 게 궁금한 건데(실질적 연속성은 크게 없는 것 같고 각설이패를 다루어 히트친 특정 공연의 이름이었던 품바가 일반명사처럼 자리잡은 것이라고 한다), 그걸 다루는 문헌은 정말 얼마 없는 듯하다. 꼭 연구 문헌이 아니라 지역문화 잡지 같은 곳에 생생하게 실린 것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법한데 말이다.

특이한 것으로는 공연자 및 공연 자체가 아닌 분장 및 의상에 대한 연구가 있고... 학술문헌보다는 현장에서, 주로 지역 축제 등에 섭외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 공연팀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재생산하는지 등을 알아볼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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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0일 목요일

차별금지법 법안 유감: 보수교회 눈치보기를 중단하라

어떤 차별적 행위가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며, 애초에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공권력 입장에서 특정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이 어떤지를 굳이 왜 들여다보고 판단해서 배려든 탄압이든 하려고 하나?

양심적 병역거부 진정성 판가름한답시고 취조실에서 교리논쟁 벌이는 검사들도 생각난다. 한국이 세속적 경향이 꽤 강하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공적 영역에서의 세속주의에 대한 인식 및 수호 의지는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걸 느낀다.
발의한 이상민 의원도 차금법 꽤 오래 관심 가져 왔고 실제 추진의지가 있어서 본인이 나서서 종교계랑 타협한 거겠지만, 굉장히 근본적인 부분이 어그러진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특히 성적 지향 같은 건 거의 대부분의 실질적 차별행위가 특정 종교의 이름으로 이뤄질 텐데 정확히 그 부분을 예외로 해버리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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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종교나 전도에 평등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된다. 해당 법안 4조 4항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한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 신조, 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의원은 종교계와의 면담을 통해 이 같은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김 의원의 법안이나 정의당 장 의원의 법안에는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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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열역학(2020-2) 수강 후기

분자열역학 기말고사가 끝났다. 유익하게 들었고 물리과에도 하나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과목인데, 한편으론 물리과에 없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생물물리나 soft matter 쪽이 큰 학교라면 물리과에서 비슷한 게 열릴 수도 있을듯.


기체 및 액체상태의 이론은 생각보다 통합적, 일반론적으로 써 내려갈 수 있어서 되게 신기했던 반면 고분자, 전해질 등의 세부 토픽들은 한 토픽 내에서도 계속 새로운 걸 도입해서 설명해야 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 간단한 모델도 생각보다 실제랑 잘 맞네 싶은 게 많았고... 여하간 재밌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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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5일 토요일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겪으며: 익숙함에 관한 역설

11월 말쯤부터 다시 칩거하면서 연구실에 안 가는 중이다. 3-5월에 이렇게 했을땐 밤낮도 마구 바뀌고 능률이 무척 안 좋았는데, 지금은 좀더 루틴이 잡혀가는 듯하다.


일단 시야에 핸드폰 안보이게 던져 놓으니 일에 나름 집중이 잘 된다. 일단 습관적으로 핸드폰 집어드는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걸 자각하게 됐고... 페북이랑 유튜브도 특정 시간에만 보던지 하려고 한다.

사실 살면서 주로 그때그때 마음 가는대로 했지, 시간 재가면서 하거나, 딴짓을 의식적으로 억제하거나 해 본 적이 별로 없고 그로 인해 낭비한 시간이 무척 많은 것 같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도움이 된다는데 스스로 그런상황을 세팅할 줄 모른다고 해야되나... 그런데 재택근무를 잘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을 계기로 한번쯤 그렇게 해볼 만한 것 같다.

그리고 원래도 공상이 많은 편인데 집에만 계속 있고 정신을 환기할 계기가 없다보니 정신건강엔 별로 안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근본없이 앰비셔스한 마인드만 커지다가도, 그 근거가 취약한 걸 생각하고 남들과 비교하고 그러다 보면 좀 기분이 침체되기도 한다. 어느정도 외부 자극이 끊임없이 주어져야 사람이 에고와 관련된 막연한 생각을 좀 덜 하면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듯하다.

한편 집에만 있으니 집 환경에 신경을 좀 더 쓰게 된다. 어제 Facebook에 올렸던 뱃지 보관함도 그렇고, 장난감 올려놓을 인테리어 선반이랑 칫솔 살균기도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집이 너무 새하얗다 보니 뭘 찍더라도 사진각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것도 최근에야 제대로 깨달았다. 어차피 오래 있을 집은 아니겠지만 일정 영역을 좀더 예쁜 색으로 해둘 방법을 고민하고있다. 보조 조명만으론 안되는 것 같다.

여하간 종합적으로 드는 생각은... 감염병은 익숙함 속을 지독하게 파고드는 재난이고 익숙함에 대한 의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귀신같이 그 고리에서 문제가 생기는듯하다. 그렇게 되면 일상의 회복은 더 늦어진다. 이처럼 익숙함을 수호하기 위해 그것과 계속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언제까지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은 상당히 지리멸렬하고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힘들다.

그리고 나같은 경우는 사실 그 익숙함이라는 게 심리적인 것 위주에 그치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인 것이고, 일상이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매일매일 실질적인 타격을 받는 일도 아주 많다. 사회를 지탱해주는 각 부문 자체가 회복불가능하게 무너지는 걸 방관하자는 게 아닌 한 (그러면 결국 단기적으로 괜찮아보였던 영역들도 다같이 무너진다), 지금의 상황은 매일매일이 아슬아슬한 임시방편적 라이프스타일로서,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지리멸렬한 시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으니...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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