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3일 화요일

유사과학에 대한 내 생각의 변천사: 침펄풍 월드컵을 보고

침착맨 유튜브에 침펄풍이 함께한 유사과학 월드컵이 올라왔는데, 마침 3년 전에 내가 이런 글을 썼길래 다시 읽어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유사과학에 대한 내 생각은 약간 정반합 느낌으로 바뀌어왔는데, 가장 처음에는 과학 애호가로서 그런 것들의 존재에 충격받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 게 컸다. 저게 왜 비과학이냐는 질문에 나름대로 말과 글로 짚어내려는 시도를 많이 해봤고, 철학에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두번째로는 이 글에서처럼, 유사과학을 지목해서 비판하는 게 운동(?)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약간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구성원 다수가 유사과학임을 아는 무언가를 다같이 비판하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효능감을 유발하는데, 그 효능감이 다른 분야에서 작동되는 것을 상상하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 놀이의 형태로 널리 퍼진다면 그 유사과학으로 돈을 버는 게 더욱 어려워지니 아무래도 좋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 연장선 상에서 최근에는 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세상이 균질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그런 지목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적절한 사회적 조건이 갖춰졌을 때),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몇번 접하면서다. 유사과학이라고 모두가 생각하지 않는, 반신반의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명백하다.

결국 유사과학을 지목하는 권위가 가장 멋지게 활용되는 순간은 특정 시공간적 맥락(그것이 폐쇄적 집단이건, 세계 전체이건)에서 무언가가 유사과학이라고 누구도 감히 지목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 유사과학을 가장 소리높여 비판해온 사람들조차도 반신반의하고 있을 때에 그것을 지목하여 실추시키되, 그것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사회적 기제에 대한 폭로까지 가닿는 경우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당대에는 '유사과학 비판'이라고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아무튼 영상이 너무 길어서 보다가 말기는 했지만, 침펄풍 세 명이 유사과학의 기제와 쟁점들을 꽤나 설득력있고 재치있게 짚어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유사과학이라는 토픽은 접근성이 낮지 않으면서도 과학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힘과 관련해서 이성, 믿음, 사회, 문화 등 많은 주제에 대한 생각을 쉽게 꺼내게끔 하는 이래저래 재밌는 토픽이 아닐까 한다.

+ 핸드폰 등 다른 데로 눈을 돌린 채 설거지를 하다가 사고로 응급실에 가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고 한다. 설거지 하면서 보면 되겠다는 게 베댓의 주요 레퍼토리지만, 실제로는 영상을 보기보다는 전방주시를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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