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6일 금요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청소노동자 사망 건은 그야말로 부끄러운 일들의 연속이다. 학생처장이 '자연인으로서' sns에 썼다는 글은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겁박의 언사들로 가득했다. 기숙사를 담당하는 또다른 교직원이 단체메일로 발송한 글 역시 전형적인 책임회피와 겁박의 언어로 되어있었다. 두 글 모두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거나 직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넘어, 아전인수격 해석이거나 아예 거짓에 가까운 내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있다. 게다가 문자메시지 등 처음에는 보도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정황들도 몇가지 더 나오고있다.


이번 일로 결국 보직사퇴한 학생처장은, 갑질을 했다고 지목된 안전관리팀장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이기도 하다. 하여간 불필요한 시험을 보게하고 점수를 공개적으로 얘기했다는 대목까지 연결지어 보면, 서울대 석사출신 화이트칼라 정규직 교직원이라는 자의식을 과잉되게 가진 채로 노동자들에게 가혹하게 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이것이 외부인들이 이번 보도를 보는 기본적 인식이다). 만약 정말 그랬던거라면 최악이다.

고용형태 등에 있어 선의에 의한 완벽한 해법이란게 가능하냐, 유효하냐 이런 얘기도 나온다. 논해 볼 수야 있겠지만 난 그런 얘기들이 지금 상황에서 소리높여 나오는것 자체가 다소 논점일탈 같다. 그런 논의들은 노조를 겁박하는 이러한 20세기적 행태가 중지될때에야, 그리고 사망사건 및 갑질의혹에 대해 학교측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투명하게 나설때에야 비로소 꺼내질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응들로 인해 이미 신뢰는 사라진지 오래다.

학생들도 한 몫 했다. 뭔고 하니, 대나무숲에 늘 올라오는, 상당수가 한두 사람에 의해 쓰이는 그 장문의 자본싸패(?) 글들이야 원래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대급 글이 이 건과 관련해서 탄생한것이다.

노동을 지속할지 여부가 일자리의 질에 따른 손익계산에 의해 온전히 자발적으로 결정된다는 순진한 가정에 의거해 쓰인 그 글에서는, 절대적인 좋고 나쁨을 논하는건 별 의미없는 가치판단이며, 현실에서는 여러 선택 중 더 나은 것이 무엇이냐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청소노동자 사망에 영향을 준것으로 보이는 과도한 업무량 및 불필요한 갑질을 왜 그런 상대적 관점으로 보는가? 직장에서 그런 요소들은 (그것들이 존재해온 사실과는 별개로) 아무리 안좋은 선택지에서도 없어야 하는, 절대적인 나쁨이다. 그 정황이 드러났을때 학교를 비판하는걸 냉소하면서 있을수도 있는 일이라고 하는건 쿨병일뿐더러 기술과 규범을 착각하는 기초적인 지적 오류에 다름아니다.

그 글에는 공공부문 직장 혹은 노조가 있는 직장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근무환경이 나쁜 게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만 가지 이상한 일들이 있게 마련인데,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단언하는가.

이렇듯 보직교수 및 교직원들의 문제발언과, 거창하게 쓰였지만 수준미달인 대숲 게시물은 대학이라는 공간이 지향하고 교육해야 할, 아니 그 전에 고등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능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학교측에서 못 이겨서라도 제대로 된 대응 하도록 학내외의 관심과 감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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