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8일 수요일

누가 자유를 훼손하는가? 도그마와 정설을 구분하자

어떤 분야에서 이미 자유로운 토론의 결과로 확립된 정설이 있을 때, 그걸 뒤집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이 의심을 하면서, 그 정설이 부당하게 권위를 취하고 있다며 의심할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진화 부정을 비롯한 각종 유사과학이 대표적이다.


잊을만하면 중앙 정치무대에 소환되지만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5.18을 둘러싼 극우적 발언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주로 합리성과 냉철함을 내세우지만 그 논리적 구조와 정치적 지위는 상술한 숱한 유사과학 및 음모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5.18에 대해 역사적으로 확립된 평가를 대놓고 부정하는 경우는 은근히 드물며, 민주화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인정한다고 주로 말한다. 그러면서도 의심할 자유 그 자체를 계속 외친다. 이 말대로면 도대체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알 수가 없는지라 사실 더 이상하다. 실제로 어떤 의심을 품고있지만 말하지 않고 있거나, 정설이긴 할지라도 그것이 헤게모니를 차지하고있는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들거나 둘중에 하나일 거다. 그것을 파헤칠 생각은 없다.


물론 악인에게도 변호사가 필요한것처럼 논란성 발언에도 자유는 필요하지 않냐는 주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단지 그거라면 무척 중요한 얘기고 당연히 동감하는데,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대체 얼마나 침해가 되었길래 그런 발언을 해온 노재승이 공당의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고 그러겠냐는 거다. 표현의 자유 침해의 실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발언내용과 명확히 선긋기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잘못된 주장을 링 위에 올리고 싶다는 말에 다름 아니게 되며 이는 자유로운 비판의 적법한 대상이다.


나도 단톡방 같은 데서 내 생각과 다른 말을 볼 때는 무조건 열내지 않고 최대한 차근차근 얘기하려는 편이다. 애초에 찍어누를(?) 언변이 별로 안되기도 하고. 그러나 공인을 논하는 태도는 다르다. 사인이던 시절 발언이라며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도 없는 상황인 만큼, 영입 철회가 안되고 이대로 간다면 음모론의 공적 권위로의 부당한 추인을 가만히 지켜보는 셈이다.


과연 누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가? 자유사회에서 어떤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이미 확립된 정론을 향해 근거가 불충분한 의심을 표했다가 공적인 비판을 받을때 자신들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외치는 것은 또한 얼마나 개복치같은가. 그 민감함의 존재 자체가 마음에 안 들면 성역화라고 막연한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올바르고 진지하게 토픽을 다루는 방법부터 익혀야한다. 민감함을 이해하려는 공부와, 상황에 맞는 질문이 필요하다. 성역화라는 그들의 진단이 과장된 언사라고 생각하지만, 설령 그런 게 존재한다고 치더라도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는 자명할것이다.


물론 어떤 헤게모니가 또다른 부당한 도그마로 작용할 가능성은 당연히 경계해야 하며, 그걸 막는 과정에서 사회가 한단계 진보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얘기고, 현재 이들의 문제제기 내용과 방식은 도그마틱한 권위와 정설의 권위를 혼동하고 있으므로 그 필요성이 전혀 설득력있지 않다. 그런 과정은 극단주의적/음모론적 주장을 배제한 판에서 알아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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