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팬덤의 부작용에 대한 정주식 직썰 편집장님의 좋은 글(Facebook 링크)을 읽었다.
가수 서태지는 여기서 언급된 팬클럽 해체 이외에도 세상이 놀랄 만한 대담한 결정을 20대 초반에 이미 여러 차례 했다. 1집 대히트 후 소속사를 박차고 나와서 1인 기획사를 차린 것부터... 3집에서 갑자기 메틀 음악을 들고 나와서 교육, 통일 등 시사 문제를 얘기한 것도 그렇고. 방송국이랑 꾸준히 싸우면서 관행 바꾼 것도 그렇고.
인기 절정일 때 은퇴한 것도 뭔가 멋있다는 인상을 많이 남겼지만 이건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하니 예외로 치자 (그래도 넓게 보면 정말 아무나 못할 결정이긴 하다). 아무튼 결과가 좋았으니 강인하고 간지나게 보이는 것이지 사실 주변과 팬들한테 걱정 살 만한 엄청난 리스크를 여러 번 진 셈인데... 여러모로 영웅적인 면모가 있는 신기한 인물인 듯하다. 단순 인기가수 그 이상이라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인기의 크기도, 과잉되게 부여된 정치사회적 의미도 아닌 바로 이런 점 때문인 듯.
이는 반대로 말하면 당장의 인기가 날아갈 수도 있는, 무언가를 스스로 내려놓는 커다란 결단을 정치인들이 하기란 정말정말정말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는 것. 게다가 뭔가를 내려놓는 게 자기 혼자한테만 손해인 게 아니라 팬덤 및 지지자, 나아가 국민에 대한 배신처럼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자발적 자제가 일어나지 않고서는, 당장의 이익과 유불리에 눈 돌아가는 정치문화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도리어 지난 5년간 심해진 면이 많고 이 때문에 실망도 많이 했다.
정치인들이 당장의 위기 모면, 당장의 진영논리를 위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이상한 말을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 버렸다. 그 언설들을 정치팬덤이 제공하기도, 재생산하기도 하면서 정치 담론을 망가뜨렸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 특정 정치인의 팬덤은 일반적 정치문법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그렇다고 혁신적이지도 않은 병리적 선택들을 하기도 했다.
결국 국민들이 냉소하지 않고 정치권을 압박해서 팬덤에의 지나친 의존의 자제를 얻어내야 하는것 같은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런 게 가능하기나 할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씁쓸하다. 글을 쓰다 보니 막연하고 흔한 정치혐오처럼 되어 버렸는데... 그렇게 표현된 한 그게 지금의 내 생각인걸 어쩌겠나. 공유한 좋은 글을 읽어주시라. 어쨌든 어느새 선거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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