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1일 일요일

'금쪽같은 내새끼' 시청 소감: 의도와 요구, 평판 의식, 그리고 호불호의 감각

요즘에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금쪽같은 내새끼'를 넷플릭스에서 뒤늦게 보고 있는데, 틀어 놓기에 좋을뿐더러 상당히 재미있다. 아이들의 행동과 진단을 보다 보면, 출연한 가족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되고 이것저것 생각해보게 된다. 듣기로는 현직 어린이들도 금쪽이를 은근히 재밌게 보고, 자신과 견주어보기도 하고 그런다고 한다.


나같은 경우 여지껏 뭘 해도 자연스럽게가 안 되고, 흉내내고 에뮬레이트 하는 느낌으로 살아오다 보니 타인의 감정이나 그 표현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관찰과 생각정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타인에 대해 기다/아니다로 한번 판단이 서면 쭉 그렇게만 정해두는 식으로 좀 judging하는 경향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정해두지 않으면 모든것이 혼란의 연쇄이게 됨). 근데 오히려 내 장점이나 결함에 대해 어린시절에 내가 했던 생각들까지 포함해서 깊이 돌이켜 보는건 의외로 많이 해본 일이 아니라서 꽤나 재밌는 듯.


전반적으로 내 성격은 내 의도와 요구의 합리성에 대한 높은 자존심과, 그게 꺾이거나 뜻대로 안 됐을 때도 freak out하지 않고 의젓해야 한다는 마인드 사이의 피곤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이 돼있는듯. 누구든 저런 측면이 없겠냐마는, 내가 늘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하던게 주로 저런 카테고리라... 암튼 기본적으로 누구든 자신한텐 당연한게 남들한텐 당연하지 않을수밖에 없는데, 그런걸 우호적인 환경에서 천천히 솔직하게 얘기하면야 관철이 되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어른들 세상에서는 물론이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그런건 잘 안되니까 말이다.


근데 그럴때 나는 얘기하는 방식을 바꿔서 원하는걸 얻어내야겠다는 전략적(?)인 행동을 잘 못하다보니, 머리속에 있는걸 더 차분하고 정확하게 한번 더 얘기 해야겠다, 그러면 수용은 어렵더라도 이해는 해주겠지 이런 착각이 먼저 드는 편이었던거 같음. 나는 정확한 생각을 전달하기에 음성언어가 참 안좋다고 느끼는데ㅡ 남들은 그 한계를 사회성으로 메꿔서 오히려 음성언어일때 원하는걸 더욱 잘만 전달하는걸 보기도 했고, 사람들이 '사교적인 것'과 '똑똑한 것'을 정반대로 혼동한다 라는 불만도 오래 가졌으니.


그치만 타인은 성격이 아주 비슷하지 않은한 내 머리속에까진 관심이 별로 없는것이고... (지금도 성격 아주 비슷한 소수의 친구들은 내쪽에서의 큰 노력없이도 금세 알아보고 친해져서 고맙게생각함) 암튼 저런 식의 두 가지 피곤한 성격들을 어찌저찌 조화시켜서 스트레스 크게 안받게끔 평온한 성격을 만들어놨는데, 기본적으로 평판을 의식하는 마인드가 리미터 역할을 해줘서 가능했던거 같다.


다만 부작용도 있는데, 이걸 보다보니 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 또한 자꾸만 기본적인 요구와 거절/수용의 감각, 소유와 양보의 감각, 호/불호의 감각이라는 틀을 바탕으로 해석해 보게 된다는것. 사실 복잡미묘한 걸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줄 안다면 저렇게 단순명쾌하게 환원해볼 이유 자체가 없기도 하고, 그런 내맘대로의 해석들은 넘겨짚기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상대방을 어린애 취급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보니 그다지 좋은 생각의 방향은 아닌듯.


근데 또, 사람들의 복잡하게 엮인 말과 행동들을 걷어내고 보면 그런 원초적인 감정이 코어에서 작동하면서 대인관계의 기본적인 모드를 설정하는 면도 분명히 있는것같긴 해서, 그런걸 한번더 생각하면서 나 혹은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 중에 하나 정도로만 참여시켜 놓는다면 나름 괜찮지 않을까 싶음.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