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일 월요일

메탈 및 메탈근처 앨범 10선

지하철에서 Spotify를 켰다가 심심해서 꼽아 보는 메탈 및 메탈근처 앨범 10선.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들은 일단 빼고, 폭넓게 알지는 못하다보니 상징성, 대표성보다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 지금 현 시점에 끌리는 앨범들 위주로 골랐다. 전반적으로 연주가 복잡다단하면서도 어느정도 직선적인 야마가 분명하게 잡혀서 비교적 쉽게 이해가능한 곡들, 그리고 어두움의 틈에서 서정성이 스며나오는 곡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1. Nine Inch Nails - The Downward Spiral (1994)

시기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아래 다른 앨범들과는 꽤 이질적이지만 개인적으로 대중음악 전체에서 딱 한 개 음반만 꼽자면 이것임. 악보에 표기하기 곤란한 전자음과 효과음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소리의 텍스쳐가 대단히 강조되면서, 그 결과물도 실험적인 가치를 넘어 악곡 그 자체로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반으로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나와서 선구자 역할을 한 듯. 2010년대에 한창 일렉트로닉 유행하던 시절에 어두운 전자음악이 뭐가 있나 많이 찾아봤었는데 내 마음에 충분히 드는 건 없었고 오로지 NIN이 오래 전에 매우 탁월하게 선취했다고 생각함




2. Have Heart - Songs to Scream at the Sun (2008)
하드코어펑크 중에서도 straight edge라고 해서 술이나 약물 같은 쾌락에 젖는 대신 올바르고 깨끗한 삶을 추구하는 펑크 무브먼트라고 하던데 그건 잘 모르겠고 곡들이 굉장히 좋다. 앨범커버가 좀 깜놀계다.



3. Decrepit Birth - Polarity (2010)
테크니컬 데스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멜로디가 강화된 앨범. 둔탁하면서도 빠른 박자와 맞물리는, 쉴새없이 찌르는 하이프렛의 기타를 듣고 있으면 모든 세포를 기계장치로 대체한 새가 지저귀는 느낌이 든다. 곡들이 그리 길지 않아서, 귀가 피곤해질 때쯤 다음 곡으로 전환된다. 수록곡 중에서 조금 조용한 편인 Sea of Memories가 제일 마음에 듦.




4. Revocation - Chaos of Forms (2011)
다양한 장르를 적당히 결합시키면서도 메탈이라는 구심점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낸 놀라운 테크니컬 스래쉬. 듣다보면 언뜻 당황스럽지만 이내 적응하고 즐기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레코딩도 굉장히 선명하게 이뤄져 있다.




5. Periphery - Periphery II: This Time It's Personal (2012)
날카롭게 깎인 미국스러운 젠트 앨범. Make Total Destroy로 처음 접하고 풀앨범은 나중에 다 들어봤는데 특히 Scarlet은 딱 들어도 이해할수 있는 정도의 대중성까지 확보한 희대의 명곡인 것 같음. 앨범의 프로듀싱은 중후하다기보다는 날카롭게 이루어졌고, 이와 어울리게도 컨셉과 가사가 미묘하게 유치한 덕분에 (페리페리 전반적인 특징이긴 함) 오히려 너무 무게잡는 느낌이 안들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는 점도 평가할만한 부분.




6. Native Construct - Quiet World (2015)
심포닉블랙스러운 블라스트비트부터 디즈니 뮤지컬(?!)스러운 파트까지 섞인 굉장히 특이한 트랙 Mute가 있음. 다른 곡들도 Mute만큼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꽤 즐겁게 들을 수 있다. 별도의 포스트로 소개한 바 있다.




7. Plini - Handmade Cities (2016)
섬세한 프록메탈/재즈퓨전의 대표주자. Electric Sunrise로 대표되는 이 앨범은 송라이팅도 프로듀싱도 꽤 부드럽게 된 편이라 (연주 순수체급을 바탕으로;) 재즈 듣는 사람들한테 들려줘도 좋아함.




8. Vektor - Terminal Redux (2016)
한국 메탈팬덤에서도 엄청 화제가 됐던 앨범. 다양한 스타일의 영향이 묻어나지만 그게 일관된 색깔 안에 잘 통합되어있고, 송라이팅과 구성이 너무 좋다보니 언급이 덜 되지만 보컬의 사용도 탁월하고 유니크하다.




9. Between the Buried and Me - Colors II (2021)
Colors I에 이어서 십수년만에 나온 정신적 후속작. 맘에 드는 부분들이 많지만 구린 부분도 많고 정리가 좀 덜된 느낌이 들어서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전반적으로 즐겁게 들었기 때문에 선정함. 앨범 커버 때문일수도 있는데 이 앨범을 듣다보면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카메라가 가지각색의 연회장을 빠르게 훑으며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10. Asunojokei - Island (2022)
Blackgaze 장르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앨범. 극도의 서정성이 인상깊다. 짧은 연주곡인 Tidal Lullaby가 기승전결이 확실하면서도 이 앨범의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별도의 포스트로 소개한 바 있으며 덧글에 링크.




Honourable mention
나를 입문시켜준 양대 앨범인 Arch Enemy의 Burning Bridges와 서태지 6집 울트라맨이야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