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일 일요일

초가속하는 세상을 구할 방법은 다정한 생활감각의 실천뿐인가

기술과 자본과 밈컬쳐는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며 주체할 수 없는 규모로 질주하고, 국제사회의 원칙과 질서라고 믿었던 것들이 그 최심부가 해킹되면서 너무나 쉽고 빠르게 형해화되고,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조건짓는 기후와 생태의 비가역적 파괴가 촉진되고있는 2025년의 세상을 일일이 파악하고 이해하려 든다면 제정신을 차리고 살기가 오히려 더 어렵지 않을까.

말하자면 수 세기 동안 쌓아온 코드들이 매 해마다 더 누적된다는 감각보다는, 오히려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감각이 훨씬 많이 느껴지는, 구토감이 들 정도로 가속되는 세상이다. 어떤 건 어이없을 만큼 빠르고 쉽지만 어떤 건 지칠 만큼 느리고 어려운데, 앞의 것이 초가속하면서 뒤의 것을 압도하고 은폐하는 느낌도 있다. 기존의 약속들이 희화화되면서 그 자리에는 굉장히 가상적이고 희극적인 약속들을 끌어모아서 쌓아올렸지만, 그 무엇보다도 실물과 밀접하고 중대하게 결부되어있는 강력한 벽과 같은 약속들이 파괴적으로 귀환하고있다. 그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이러한 형국을 보고 있자니 피부에 와닿는 일상에서의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하루하루의 치열함과 다정함을 챙기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지엄한 가치와 약속들이 쉽게 쓸려나갈 수 있다는 게 목격되는 상황에서 진정으로 보편적이고 소중한 건 오히려 개인 차원에서 어느정도 통제하고 추구할 수 있는, 내 스스로의 몸과 마음으로 내 자신과 주변의 치열함과 다정함을 유지하려는 책임감뿐인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에서 가치를 찾게 된다. 그런 생활감각과 따분한 힘들이 모여 결국 세상의 변화를 집합적으로 process해 내고 대응도 하면서 세상의 sanity를 작게라도 유지해나갈 수 있다면 그게 나름대로 세상을 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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