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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4일 화요일

환원에의 천착은 우리를 무의미로 이끈다

이전에 '폭력' 개념에 대해서도 비슷한 글을 쓴 적 있는데, 어떤 사안을 볼 때에 '결국 다 권력싸움', '결국 다 인정욕구', '결국 다 이해관계'라는 식의 주장이 제공하는 구체적인 통찰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저런 주장은 대체로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원론적이므로, 내겐 '결국 원자들의 상호작용일 뿐'이라는 주장과 비슷하게 들린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구태여 저것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저것에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저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그 토대 위에서 무언가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것만을 강조하면서 남다른 통찰인 양 하는 태도는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이런 주장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우는 특정 사안이 정말로 권력싸움/인정욕구/이해관계라는 점 말고는 구체적으로 논평할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 혹은 조명되고 폭로될 가치가 있는 특이사항이 발견된 상황 등일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 빨간약을 먹는 수준의 충격이 수반될 수도 있기는 하겠으나, 이 역시 이런 주장에 의한다기보다는 그 특이사항 자체에 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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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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