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7일 토요일

연구실 생활 1년차의 단상

내일이 과제 연구기간이 끝나는 날인데, 마침 연구 내용도 딱 새로운 페이즈로 넘어가는 시점이어서 되게 satisfying하다. 연구노트가 애매한 데서 안 끊기고 페이즈별로 분류가 가능해서다. 이번 과제년도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그 전에 정리돼서 아예 새 토픽으로 넘어가면 더 좋고 말이다.


다만 기존에 보던 모델을 통해 그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분명히 높아진 거 같은데, 그 결과를 논문 등에 어떤 센스에서든 직접 수록할 수 있을지는 아직 퀘스쳔 마크다. 명쾌하게 해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그런 건데... 결국 그 모델이 연구자를 공부시킨 뒤 그 공부의 결과물로써 일정 부분 스스로를 지양하는 변증법적 구조가 되지않을까(?)


여하튼 기존의 작업은 교수님께서 그려주신 큰 그림을 확인하고 구체화하면서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조금 더 내가 직접 구성해 나가야 하는 느낌이라 꼼꼼함과 과감함을 함께 가져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한편 공부의 주된 동기야 늘 재미와 오기지만, 요새 추가된 또다른 동기는 교수님의 인품과 실력에 대한 부러움인 듯하다. 주변 친구들이 대학원생이라고 밈적으로 놀리는 것에 별 뜻. 없이 호응 해 주는 것조차 죄송스러워서 자제하게 될 만큼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난 듯하다. 액티브하게 연구 하는걸로 보답해야...

그리고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는데, 학부 때 서칭하면서 이것도 해 보고 싶다, 저것도 해 보고 싶다 하며 키워드 리스팅만 해 뒀던 것들을 대학원 생활 하면서 결국 어떻게든 마주치게 되는 느낌이다. 그것도 명백한 맥락이 있는 형태로.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공부를 진득히 하는게 나았을거 같다는 생각. (근데 조급했다는 사람이 졸업을 몇학기를 늦게한거여... 사실 그냥 공부를 안했다는게 옳을듯하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취향에 맞는 분야를 잘 찾았다는 뜻인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여하튼 그런 식으로 어떤 토픽에 대한 시야가 부족해서 막힐 때는 짬을 내서 찾아보면 되는데, 풀어나가는 과정이 어려워서, 좀더 쉽게말하면 산수랑 수학을 못해서 막힐 때는 습득에 시간이 꽤 걸린다. 결국 공부를 할 수 있을 때 공부를 열심히 해 두는 것이 좋다는 당연한 사실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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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4일 수요일

나의 주관적인 냉면사(史)

나는 원래 냉면을 그다지 안 좋아했다. 고기 먹을때 나오거나 분식집에서 배달 오는 그런 걸로 많이 접했는데, 한 두 젓가락 먹으면 더 못 먹어서 아까워서 안 시키는 느낌이었다. 아마 면이 잘 안 삼켜지고(특히 면이 퍼진 것일수록 더 그러던데 나만 그런가?), 새콤하고 쎈 맛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듯하다.


그러다보니 평양냉면이라는 건 대체 뭐가 다른 건지도 자연스레 별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친구가 평양냉면을 먹어 보라며 을밀대 강남점에 데려갔을 때 반신반의하며 갔는데 웬걸? 내가 아는 냉면과 다르게 심심허니 부담이 없고 너무너무 맛있는거다.

여담으로 을밀대 강남점은 일반 아파트 지하상가 같은 곳에 있어서 맛집치고 되게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내부는 또 반전이었다. 그 덕에 여러모로 특이한 분위기였다. 여튼 그래서 그때부터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본가 바로 앞에 있는 벽제갈비에 딸려 있어서 지나가며 종종 보던 봉피양도 그런 종류의 냉면을 파는 곳이라는 걸 알고는 종종 가기도 했고.

다만 관악구 쪽에는 괜찮은 곳이 없다 보니,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다. 낙성대 살 적에 집 근처였던 벼락가우리 자리가 잠깐 평양냉면 집으로 변신하기도 했었는데, 맛은 그럭저럭이었지만 금세 또 다른 가게로 바뀌었다. 하굣길(관악구청 건너편)에 있는 메밀요리집에도 냉면이 있는데, 평가가 괜찮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저 그랬던 기억이다.

기타 레슨받을 때 평가옥(강남교보 건너편, 버거킹 있는 그쪽)도 몇번 갔었는데, 꽤 괜찮았지만 시간 상 회식하는 직장인들로 늘 꽉 차서 혼밥러가 자리잡기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제일 유명한 탑티어 집들도 더 가보고 싶기도 한데 서울 쪽에선 딱히 더 안 가 봤다. 정작 평양에선 심심하지 않게 해서 먹는다고 해서 오리지널 논쟁(?)도 있던데, 뭐 여기서는 평양냉면이 그 심심한 그걸 일컫는걸로 정착했고 나는 그걸 좋아하는 거니까 별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보통의 냉면에서도 평양냉면과 공유하는 특징들이 찾아져서 그걸 좋아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예전보다는 잘 먹게 된 편이다. 생각해보니 위에서 말하는 레슨을 신논현 쪽에서 안 받게 된 뒤로는 평냉을 먹은 적이 없는데 그게 벌써 1년이 넘었다. 한번 또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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