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7일 토요일

착각이 부르는 오만과 원망: 과거의 성과는 현재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큰 투표에서 정치인들이 외치는 구호가 흔히들 과도하게 거창해서 오히려 공허한 것과 달리, 10년 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는 상당히 피부에 와닿으면서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논점들이 많이 오갔고 생동감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급식 대상자인 중학생이었어서, 그리고 인물 선거가 아닌 정책 주민투표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순 있겠다.


무상급식 자체에 대한 시민사회의 구체적인 토론, 그리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정치적 결과로 이끌어내기 위한 야당 쪽의 전략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시민의 의지(?)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구체적으로 이끌어내서 정치적 성과로까지 이행시킨, 당이라는 정치집단이 돋보였던 좋은 사례로 기억하고있다. 오세훈 시장 본인이 직을 던진 게 결정적이긴 했겠지만서도, 그 이후로도 무상급식 드라이브가 쭉 원활히 걸린데에는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의사를 확인한 당시 야당의 활동에 충분히 크레딧을 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무상급식 하는쪽으로 싸워줬는데 20대들은 왜 지지 안해주냐는 식의 시혜적인 언사들은 내가 기회가 될때마다 지적하는, 정치가 잘 안풀릴 때 기어코 시민들의 '탓'을 하고야 마는 바로 그 좋지 않은 습관일테다. 애초에 그 당시에 성과를 만들었더라도 지금 지지해야 하는 어떠한 논리적 이유가 없을뿐더러 (인간적, 가족적인 감사와 정치적 지지를 혼동하지 않아야한다), 심지어 생색내는 순간 깬다는 기초 원리는 정치에서도 어느 정도는 성립할텐데.... 정치인들이 그런 발상을 하지 않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가 조기에 주류에 형성되면 좋았을 텐데 싶다. 그런 발언들을 통해 20대는 포기하고 40대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전략이 아니냐고 하기도 하는데 글쎄, 20대를 욕해서 40대의 지지가 결집되는, 즉 투표장에서 민주당을 찍을지 고민하던 사람도 찍게끔 하는 메커니즘이 도대체 무엇일지는 의문이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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