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적 담론에서 예전부터 있는 레파토리가 그 반대세력에서 어떤 역사적 사건을 추앙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가린다는 건데.... 난 원래 역사 속에서 그런 불편한 진실이 늘 있는 것이고, 사람들이 그걸 모르지 않고, 그걸 직시하는 게 사건의 가치를 퇴색시키지 않는다는 식으로 내적 반박(?)을 해 왔었다. 지금도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근데 요새 보니까 그렇게 불편한 진실이라고 그 판에서 얘기되는 것들 중 아예 근거 없는 소설인 경우도 많은 모양이더라. 램지어 어쩌고 시끄러워서 찾아보다가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들.... 내가 부끄럽게도 팩트체크에 약하고 사변만 많다 보니 세상을 너무 선해하고 있던 게 아닌가 한다. 아예 없는 얘기였다면, 그것에 한해서는 저런 생각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거나 혹은 오히려 띄워주는 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와 별개로 권력에 의해 어떤 사건이 추앙되다 보면 오히려 퇴색될 위험이 있는 것도 맞는 듯하다. 나도 헌법 전문 같은거 엄청 중요시하고, 오직 상징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우며 무척 합리적인 방식으로 힘을 발휘하는 말들이라고 여기기는 하는데, 국가가 가진 권위의 양면을 생각하면 약간 미묘해지는 부분.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그런 사건들을 포함하고자 할 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고... 몇 년 전에 히트쳤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로 삼자는 주장도 그래서 조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상징으로 삼는 문제는 이래저래 조심스럽지만, 현대사의 의미 있는 순간들을 그대로 남겨두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추인하고 그에 대한 국가의 입장이 변화하는 건 어쨌든 필요하지 싶음.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성의 언어로 끝까지 파헤치는 움직임들이 분명히 많이 있는데, 그걸 모르니 극우 판에서는 자신들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듯.
여하간...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면적인 조명이 위처럼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보다는 나름 건강하게 되어 왔다는 걸 이것저것 찾아보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런 원론적 의견이 얘기될 여건이 잘 없을 뿐 사람들이 그런 걸 모르지 않는다 (상술했듯 나는 사람들이 남들은 그런 복잡한 걸 '몰라서 안 얘기한다'고 믿는 게 극우화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정말 심하다면 언제든 건강한 방법으로 반발할 준비가 지금으로서는 돼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런 동력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지금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제도적 추인이 지지부진한 것들도 언젠가 그렇게 할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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