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연구실 인원들끼리 날 잡고 식사를 했다. 특히 이번에 옆에 앉은 브라질 출신 학생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우리 연구실은 그룹미팅 등 모든 활동과 공지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는 여건이 되면 한국어를 더 깊게 배우고 싶고, 한국어로 그룹미팅 발표까지 해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학술 발표는 어떤 면에선 데일리 스몰토크보다 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기도 한 것 같다. 먼저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있다는 전제 하에, 사용하는 용어와 논의의 흐름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즉흥적인 언어적, 사회적 센스를 발휘해야 할 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념들 간의 논리적인 관계나 통시적인 관계를 정확하게 말하기 위한 문법과 여러가지 표현들을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상 대화보다 어렵다고도 할수 있을 듯 하다.
아무튼 그 말을 듣고 나는 '당신의 한국어 연습을 다들 기다려줄수 있을것이다, 이미 다같이 영어로 발표하면서 서투르더라도 서로 기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서투른 영어로 띄엄띄엄 말했지만 (애초에 연습을 기다린다는 게 무슨말임....) 다행히 서로 잘 알아들었고 좋은 말인것 같다고 했다.
'우리'와 '그들'을 은연중에 나누는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고도 늘 선언은 해 왔지만 정작 다른 언어 화자와 생활에서 접하면서 체감하고 실천할 일이 잘 없었는데, 요즘들어서는 이런식의 생각과 말들을 자주 하게 된다.
두서없는 서론이 길었는데, 대략 이런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페친 쌤의 신간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한겨레출판)》를 읽어보려 한다. 나도 향후 국제공통어로서의 영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로의 해외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방인으로서의, 혹은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특별나게 해 본 바는 없는 나지만... 내 저런 생각들을 확인하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고, 몰랐던 걸 간접적으로 많이 알게 되면서 시야를 확장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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