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의 어설픔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또한 내란 옹호 세력의 프레임이다! -
우파 스피커들 중에서 아무리 그래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너무 큰 잘못이 맞다고, 현재 촉발된 헌정위기의 중대성 앞에 우선 마음을 모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이러다가 이재명이 당선되면 어떡할 거냐, 안귀령이 뭘 잘못했다, 포고령상 법리적으로 국회 계엄해제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현 시점에 지엽적인 부분, 혹은 법리상 이미 전혀 문제가 없는 건데 커뮤에서나 뇌피셜로 굴러가는 떡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진짜로 간첩 잡는 줄 알았는데 뭣도 없어서 아쉬웠다,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했어야 되는데 어설프고 무능해서 실망이었다 등 핀트가 묘하게 나가 있거나,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바람에 근거한 지극히 위험한 얘기나 하는 등, 속편한 대가리 굴리기부터 들어간 청년 보수들도 정말 많이 보인다. 똑똑하고 쿨한 척은 다 해 왔으면서 정말 양심이 있는 건가?
경악하고 참담한 마음,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 이전에 그런 지엽적인 떡밥부터 머리 속에서 굴러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헌정 위기의 중대성에 대한 감수성이 지극히 부족해 보이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도 이 사람들은 계엄 금방 해제되고 실패했으니 내란범이라는 무서운 단어는 야당의 과장된 레토릭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성공한 쿠데타뿐 아니라 실패한 쿠데타도 처벌할수 없다는 얘기인가. 나야말로 과장된 레토릭을 그 누구보다 경계하고 정확한 개념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이게 개념상 내란이 아니면 뭔가?
물론 계엄 사태의 심각성 자체는 이미 벌어져서 모두가 아는 상황이니까, 굳이 계속 이야기하지 않고 조금 다른 디테일을 더 얘기하는 건 좋다. 나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계엄 사태 자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애써 입을 꾹 다물었으면서, 쿨병에 걸린 것처럼 자꾸 지엽적인 얘기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그 정도 행간을 사람들이 못 파악할까? 실패했으니 별 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축소하고 싶어하는 의도를 사람들이 못 읽어낼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셈이다.
보수정권이 국가를 대내외적으로 이렇게까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충격과 아쉬움은 이해하나, 그러면 더욱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정확한 비판을 하는 것에 집중할 때지, 그런식으로 본질과 말단이 전도된 사고방식에 지지자들이 휘둘리기 시작하면 보수세력은 더욱 더 다같이 망하게 된다.
쿠데타가 나름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을 무능이라고 부른다면 그러한 무능은 차라리 다행인 거에 가깝고 (그것도 사실 국민들과 국회가 막아 주고 있었고 군 지휘관이랑 일선 군인들이 최후의 선을 안 넘어서 다행인거지... 순전히 주동세력이 무능해서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기습 계엄 사태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지극히 반헌법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다. 주된 논의의 초점은 어설프다, 무능하다 따위가 아니라 오로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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