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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6일 토요일

의식 연구에서 계산신경과학적 개념들의 지위: 복잡계 유행과의 비교

베이즈 뇌, 자유에너지 원리, 예측코딩 등 계산신경과학에서 발전한 개념들은 수식 및 물리적 의미로 보면 명료한데, 뇌 및 의식 연구에서 그것들을 다루는 국내 텍스트들 중 꽤 많은 수가 너무 '말로만' 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 수학을 전개하는 데 있어 기초가 되는 (혹은 반대로 그 이론들의 결과를 통해 형성되는) 뇌 연구의 철학적 전제들이 다 있는 거고, 그런 얘기들이 뇌와 의식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말'이 길어지는 점은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라, 때때로는 수식으로부터 연역될수 있는 개별적인 결과들까지 그 개별 명제들 단위로 일일이 저장해두고 그 연역단계와 결과들을 말로 풀어서 서술하는 느낌, 그리고 그 말들에 지나치게 천착하는 느낌이 들때도 있어서, 이게 과연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맞는가 하는... 그리고 서로간에 관계를 가지고 확인되고 검증되어야 할 가설들인 건데 그냥 병렬적인 관점과 개념들인 것처럼 조금 어색한 층위에서 나열 서술되는 것 같아서 아무리 읽어도 뭔가 이해가 불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이게 실제로는 배후에서 작동하는 수학은 서로간에 다 공유되고 있되 단지 더 넓은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글이 그렇게 써질 뿐인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해당분야에서 그런 이해로 충분한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만약에 후자에 가깝다면, 물리학을 중심으로 등장해서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지적 패러다임인 '복잡계' (여기서 더 과거로 가면 프리고진의 '혼돈으로부터의 질서')가 때때로는 다소간에 남용되기도 한 사례들이, 지금 현재의 우리가 지적 신중함을 기하는 데 참고가 될수 있다고 보인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임계성, 멱법칙, 창발, 자기조직화, 혼돈, 열린 계, 흩어지기 구조 등은 (100% 통합된 체제는 아닐지라도) 통계물리학 및 복잡계 물리학에서 상당히 연역적인 상호관계를 맺는 것들인데, 그 연역관계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인식 없이 복잡계의 집단현상을 그 개별 단어들로 reduce시켜서 이해하고 "말로만 복잡계 연구를 하는" 일이 한동안 경제학, 행정학, 경영학 등에서 꽤나 많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렇다면 그렇게 된 이후의 복잡계는 하나의 '분야'였는가, 아니면 ai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켜서 실제 현재 주류 ai와 계보학적 연관성까지 갖고있고, 한편으로는 '사이버-'라는 단어를 문화/기술계에 정착시키도 하면서 성과를 거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처럼 일종의 'movement'였는가? 후자라고 하더라도 만약에 그 운동의 강령 아래에 스스로를 위치시키고 그 이념을 따라서 전개되기만 한다면 모두 적법한 복잡계에 대한 논의로 볼수 있는가? 하여튼 복잡계 이 쪽에서도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흔적들이 참 많은데 역사가 정리가 좀 덜 된 부분이 있다.

물론 그렇게 개별 명제, 개별 개념 수준에서 말로 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관점이 제공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테면 식재료들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레토르트 식품들을 까서 원하는 재료만을 취해서 요리를 만드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쓰다 보니 복잡계로 얘기가 샜는데, 뇌 및 의식에 대해서는 물론 나도 뭘 자세히 알고 하는 얘기는 아니고... 수식들에 대해, 그리고 뇌 및 의식연구에 대한 철학적 함의에 대해 세미나 몇 개에서 듣고 문헌들 조금 찾아본 게 전부인 채로 인상비평 하는 것이라, 이번 글은 다소 조심스럽게만 적어두고 끝맺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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