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 상황은 몇달째 총체적으로 실망스럽다. 먼저 20대국회 때는 내가 직접 투표하기도 했던 남인순 의원은 이번에 피소사실 유출이 드러났다. 자신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하거나 혹은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 보호와 사건규명에 힘써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것같아 상당히 아쉽다.
논란의 단어인 피해호소인도 사실 올바르게 쓰인다면 괜찮을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하는데, 그 용어가 주류미디어에 처음 소개되고 널리 쓰이게 된 게 가해지목인이 권력자라는 이유로 조심스러워하는, 혹은 노골적으로 피해자성을 의심하는 방향이었기에 부적절할 수밖에 없다. 제한적인 집단에서 소위 공동체적 해결 같은 걸 할 때 쓰이던 단어고 기존 주류 미디어에서는 혐의 확정 전에도 피해자라고 불렀는데 하필 이번부터, 그것도 박시장의 소속정당인 민주당이 나서서 피해호소인이라고 한건 잘못된 의도인것.
그리고 다같이 바꿔가야 할 일인데 여성계에만 모든 주목과 책임이 돌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노골적인 옹호나 미화가 얼마나 많으며, 사건에 대한 비판과 규명을 어렵게 만드는 유력인사들에 의한 사회적 압력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하나가 큰 잘못인데 너무 만연해서 잘 주목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조기에 적극적으로 자제시켰어야 하는데 거의 정반대라고 할만한 대응을 했다. 사건과 별개로 업적이 있는데 그걸 기리면 안되냐고? 물론 나중에 차분히 돌아볼수야 당연히 있겠다만 애초에 별개가 아닐 뿐더러, 사건 진행중에 그렇게 하는 건 단순 상징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적 압력을 형성하고 2차가해를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됐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해 정치인과 보좌진의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진단과 논의들, 젠더권력과 직장 내 위계 문제를 정치권력에 의해 완화시킬 수 있는 조치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건 개별 정치사안이기도 하지만 정치문화 전반이 개선돼야 하는 일이고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꼭 논의됐어야 한다. 그런 반성적 조치들이 크게 없으면서 여성후보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아 도덕적 비판을 피하려는 것은 제대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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