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은 흔히 강직한 인품 하면 연상되는 클리셰(?)와는 조금 다르게, 사회 각계 명사들과 접촉해서 이야기 듣고 하는 걸 원래 좋아하는 것 같다. 전에 그 언론사 사주 만났다는 논란도 그렇고, 학계 쪽에서도 복수의 곳에서 이야기가 들려 왔다. 고위공직자로서 개인적 면모와 상관없이 원래 많은 사람 만나는 거 아니냐 하면 뭐 할 말은 없는데, 느낌이 그렇다.
그리고 전반적인 행보 역시 겸양하고 자중하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고 잡음을 감수하면서까지 굉장히 거침없게 하는데, 흔히들 말하는 것과 달리 '원칙주의자'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직분과 그에 대한 신념에 근거한 목표 달성을 강하게 추구하는 와중에 일어나는 행보라고 봐야 일관된 듯.
무슨 말이냐면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유지해서 중대범죄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과 관련해서, 오직 검사 직분에 충실함으로써 하기보다는 필요하면 좀더 폭넓게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꾸준히 가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때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당시 고초를 겪고 나서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해 유세지원 내지는 출마를 생각했었다는 증언도 있다. 딱 이런 느낌.
그러한 신념과 발언들이 상당히 생생하고 구체적이면서도, 행정 절차적인 것을 비롯한 '전문성'의 언어에 국한되기보다는 '일이 제대로 되게끔 해야한다'는 생각과, 검찰조직의 역할에 대한 어떤 사명감에 가까운 듯하다 (검찰이나 국정원 등 일을 밀어붙여야 하는 수사기관 사람들에게 유독 많은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언론에 많이 보도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늘 그랬다.
한편 언제부턴가 자주 있는 자유민주주의 언급을 포함한 몇몇 발언들에서는 다소 추상적인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는 기존 검찰총장들에게서 자주 나오는 스타일의 언어는 아닌데다 윤총장 기존 발언들의 색깔과도 차이가 있어서, 의도 하에 던지는 발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아리까리하긴 했으나 기자들은 정치입문 기정사실화로 보는 모양이다.
아무튼 특이한 캐릭터이고, 보수야당 입장에서는 일단 매력적인 주자가 된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했다는 것도 보수야당 내부의 반발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옛 보수정권이 실드불가의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중도적인 사람들의 칭찬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보수 유권자들까지 지지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만약 직업정치를 한다면 정치관 전반이 상식적인지, 개별 이슈에 대한 입장이 어떤지, 직업정치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관철할 역량이 있는지 등에 대한 검증은 되어있지 않고 이는 상징으로서 받는 막연한 지지에 불과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일반 국민들뿐 아니라 정치인들부터가 무척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