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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1일 월요일

'없는영화': 영화 리뷰 컨텐츠의 독자적 장르론을 재발견하기

예전에 "영화 예고편"의 독자적인 장르론에 대해서 글을 쓴 적 있는데(블로그 링크: 인공적 자연으로서의 영화적인 것에 대하여), 요새 유튜브에서 흥한 '없는영화' 시리즈(진용진 채널)의 컨셉을 보고 비슷한 생각이 다시 들었다.


'없는영화' 시리즈는 흔한 결말 포함 영화리뷰 컨텐츠들과 똑같아 보이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영화에 대한 리뷰들이다. 마치 실제 영화 장면에서 따 온 것처럼 클립들이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각본상의 흐름에 따라 장면들이 실제로 촬영된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위트를 곁들인 해설 목소리에 의해 하나의 스토리로 엮인다.


이렇듯 '없는영화'는 현대인들에게 인공적 자연의 역할을 하는 영화라는 거대한 예술부문의 각종 파생 컨텐츠들 각각을 독자적인 장르로 추인하고 형식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지난번 글에서 얘기했던 '가상의 영화 예고편'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차이점도 있다. 가상의 영화 예고편은 주로 형식의 모사에 집중하여 공감을 이끌어내고 영화적 스펙타클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영화 예고편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영화가 가진 힘을 내적으로 재현하며 그것에 압도된다.


반면 '없는영화'의 경우는 해당 장르의 '형식'을 재현하는 것 그 자체에서 오는 공감과 경의보다는, '내용'에 해당하는 영화 장면들과 해설을 실제로 제시함으로써 시쳇말로 '영화 한편 다 본' 효과를 내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다. 즉 '없는영화'에서는 컨텐츠들의 공통적 문법을 뽑아내서 충실하게 모사하는 눈썰미와 센스뿐만 아니라, 실제 영화를 만드는것에 준하는 각본 및 촬영능력도 요구된다.


요컨대 '없는영화'는 현대의 신화인 영화에 대한 기존 영화 리뷰의 철저한 종속관계를 극복하고, '영화 리뷰 유튜브'를 독자적인 장르로써 적극적으로 재발견한다. 영화리뷰의 구성요건에서 그 원본이 되는 실제 영화를 제거한다면, 영상들의 연쇄 그 자체가 아니라 추가로 깔린 해설이 각 장면들을 엮어내고 몰입을 주도하게 되며, 이로써 영화에 종속되지 않은 독자적인 영상 컨텐츠가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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