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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7일 일요일

문화전쟁의 소용돌이를 넘어 차세대 아젠다의 발굴에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가 미국정치의 나쁜 부분만을 점점 닮아 간다는 느낌이다. 사실은 미국의 영향력과 밀접한 한미관계,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론 한국기독교에의 미국 복음주의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여지껏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지 않고 유예되어 있었는지가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이러한 유예에 기여하고있던, 국제사회에 보편적으로 어필 가능할 정도의 독자적인 담론설정을 할 수 있는 실력과 거시적 시야를 갖춘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기독교 우파 기반의 세력이, 자유민주주의와의 미약한 역사적 연결만을 바탕으로 자유주의를 참칭하면서 시민들의 실제적인 자유를 (특히 여성권익 문제 및 성소수자 이슈 등을 비롯한 사회문화적인 부분에서) 위협하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다. 이외에도 이들은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를 아주 미약한 역사적 연결만을 바탕으로 거의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세속국가의 가치를 위협하고있다.


나도 집안이 민주/진보쪽 기독교 문화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문제에 오래 관심을 가졌다보니, 언뜻 평이하게 보이는 글에서도 극우개신교 쪽 논리의 개입을 잘 발견하는 편이다. 그런데 밑에 캡처하여 첨부한, 국가주의 기독교 보수에 어필하는 최인호 관악구의원 (소위 성평화 쪽 출신인것으로 알고있다) 의 글은 그러한 헌정사 왜곡의 노골적인 종합판이다. 마침 제헌절인데 참 유감스럽다.





민주당세력의 과오도 만만치 않다. 극우세력에 대응해서, 그들이 늘 소리높여 말하는 '공짜가 아닌' 자유의 수호, 다름아니라 민주당 세력 자신들이 지난 수십년간 주도적으로 투쟁해서 획득해온 그런 자유의 증진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부각하며 이어갔어야 한다. 다만 회고적인 꼰대질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혁신하며 새로운 문제의식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라는 가치를 점유하고 추구하는 것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그 밖에도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 큰 그림을 제시해주는 리더십을 갖고있지 못했다. 당에도 그런 장기적인 관점을 부각해주는 리더십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문재인정부 역시 나름의 구상이 있었던 것 같지만 국민 일반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호응과 실력이 꽤 괜찮았던 몇가지 축마저 정치적 성과로 부각하는데 실패해서 그런 탓도 큰듯하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각 부문에서 정확한 언어와 파괴력 있는 가치체계 설정으로 실력을 기르는 대신에, 우려할 만한 사회현상이나 대표적인 오해 및 가짜뉴스의 확산을 가볍게 여기며 희화화하거나 일축하는 식의 대응만을 이어가다가, 그런 현상들이 모여 커다란 흐름으로 나타날땐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며 실력의 부족을 드러내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점유할 수도 있었던 수많은 괜찮은 가치들을 눈뜨고 코베이듯이 빼앗기기를 반복해왔다. 이런 부분은 미국 리버럴과 정말 똑같다. 게다가 당 주류와는 약간 다르더라도 혁신에 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차세대 정치인들을 위한 공간을 열어주지도 못했다.


사실 이런 글도 이제는 너무 많이 써 버려서 예전 글들의 패러프레이징에 불과하게 되었다. 계속 답답해서 그런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지도 얘기해보아야 한다.


일단 왜 민주당을 계속 얘기하는가?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고 나도 기대를 이제는 잃었다. 그럼에도 이런 주제를 얘기할 때 내 주된 관심사가 늘 민주당인 것은 현재 한국의 정치적 지형상, 보수정당이 이념적 주도권까지 가질 때보다는 민주당이 정치적/사회문화적 자유주의를 제대로 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적 실력도 갖출때만이, 종교 및 인터넷기반 극우세력의 자유 참칭을 통해 미국식의 '문화 전쟁'이 한국에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정치라는 좋은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고 레파토리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예방을 못한다면 한국정치의 명백한 실패일테다. 한편 그러한 예견적인 예방의 시도가 오히려 극단주의를 링 위에 올려주며 실현하는 그리스비극 꼴이 되지 않도록 주요 정치인들의 자제심도 반드시 필요하다. 옛말에 신나면 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르겠다. 그치만 과거는 돌아볼수 있다. 나쁘지 않았던 문재인정부의 코로나 대응에도 불구하고, 2년도 훨씬 넘게 민주당은 각종 창의적이고 희극적인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동력을 상실해왔는데, 그것들이 비장하지 않고 희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로는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제도적 원칙들까지 거리낌없이 건드려버린 것이 크다고 보인다.


보수정부가 그러한 원칙들을 대체로 더 광범위하게 훼손하지만, 민주당은 권력의지에 의한 체계적 개입 내지는 어디에나 있는 정치 비리라고 해석되기 어려운, 임기응변 식의 창의적인 훼손, 한눈에 봐도 비판가능한 '쉽고 직관적인' 훼손을 유독 많이 저질러서 국민 눈밖에 나는 면이 크다. 그리고 그런것들이 은밀하게 일어나기보다는, 국민생활에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바빠야 할 중앙 정치무대의 최고 핵심부의 동력을 지리멸렬하게 소모해가며 이뤄진다는 점도 크다. 정치인들과 지망생들이 단기적인 인기장사에 과도하게 영합할 것이 아니라, 헌법적 원칙과 정책적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잘할수 있는 차세대의 아젠다를 발굴하고 공부하면서 한걸음씩 나가야 한다.


좋은 재료들이 민간영역과 학계에 언제나 있고, 그것들 중 향후 수십년간 중앙 정치담론에서 진지하게 작동 가능한 것들을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선별 흡수해서 공적 영역으로 올려야 한다. 민주당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이전에, 이게 국민을 생각하고 민주정치의 본령에 책임을 다하는 기본 자세이기도 할테다. 물론 일정규모 이상의 정당이라면 자세히 찾아보면 어느 당이든, 어디에선가는 늘 이런걸 생각보단 열심히 하고있다. 국민 일반에 실질적으로 와닿을만큼 적극적으로 설정되고 논의되지 않을뿐이다. 결국 어느 진영이든간에 실력있는 리더십의 부재가 아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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