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나 정무직 고위공무원의 행위는 방어적이고 원칙적인 헌정질서의 수호와, 좀 튀는 정무적 판단 내지는 개인적 신념의 표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최재해 감사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런 면에서 좀 균형을 잃었다고 보인다.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발언은 돌고 돌아서 맞는 말일 수도 있기는 하다. 감사원이 제 역할을 못하면 공직 기강이 무너지고 국정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여전히 그의 개인적 해석일 뿐이며, 감사원의 기본적인 역할은 견제하고 감찰하는 것이므로 엄밀히는 틀린말이다.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것은 대통령실과 총리실 등이지 감사원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당 의원들마저도 감사원장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고 수정의 기회를 주었다.
조국사태 이후로 추미애 장관 등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찍어내기할 때에 윤석열총장의 여러가지 발언들 중에서도, 공적으로 부여받은 검찰총장 직책으로서 수사역량 유지를 위해 할만한 대응들을 넘어서 지나치게 개인적 소신이 드러나는 발언들이 꽤 있었다. 그때부터 딴생각이 있었다 이런게 아니라, 철저히 조국 수사 및 검찰조직에 대한 발언들도 묘하게 그랬단얘기다.
그리고 대선 과정 및 대통령 당선 이후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정부여당 고위정치인들의 의견들에서도, 관련 제도와 기관이 지금처럼 자리잡게끔 한 모종의 헌법적/정치적 합리성의 발전과정을 무시하고 '사적 신념에 따라 임의로 재해석하고 재배열해서' 힘을 빼려는 특유의 인식이 드러난다.
특히 대통령에게서도, 이준석 대표에게서도 여러차례 발언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여성 권익 문제는 고유의 독립된 영역을 가진 이슈가 아니며 각 부문별로 쪼개서 다루면 충분하다는 식의 인식이다. 여성부 존립을 둘러싼 축적된 논의속에서 일정 시점 이후로는 이러한 인식의 출처를 찾기 힘들다.
물론 여가부가 설령 폐지되더라도 관료제적 합리성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서 각 사업이 가장 적절한 부처로 이관될것이고, 그러한 임의적 견해에 의한 재배열의 폐해는 약간은 완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재해석과 재배열은 의제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의 일관성과 동력을 많이 훼손하게 되므로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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