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의 아웃송으로 요새 유명한 삐끼삐끼송은 Olive Beat의 Lecon Studios라는 트랙인데, 이 트랙은 H.O.T.가 해체하고 멤버 세 명이 뭉쳐서 만든 그룹 jtL의 곡인 'My Lecon' (2001년 발매)을 빨리감기 하고 삐끼삐끼 소리를 입혀서 믹스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My Lecon이라고 하는 원곡은 jtL 활동 중에 특별히 밀어준 곡은 아닌 것 같은데도, 인도네시아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서 국민 히트곡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덧글들을 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도 각종 행사에서 늘 들었다고, K팝인 줄은 이제야 알았다고 하는 식의 얘기가 많다.
원곡을 들어보면 단조풍의 멜로디에, 거만함과 폭력을 비판하는 가사까지 더해져 90년대 말-00년대 초의 분위기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다소 특이하게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댄스그룹뿐 아니라 마칭밴드에서도 단골로 커버하는 곡인데, 비트와 랩이 상당히 찰진데다,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지 않고, 곡의 흐름도 너무 단조롭지도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꽤나 포인트가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이 곡이 발매된지도 어느새 20년이 넘어가는데, Olive Beat의 버전이 틱톡 등의 매체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다시 한 번 인기를 끌고, 킹받는 아웃송으로 쓰이면서 다시금 알려진 과정은 상당히 극적이고 흥미롭다.
물론 아웃송에서 가장 부각되는 삐끼삐끼 부분이 원곡에는 딱히 없는 사운드라는 점에서 이 서사의 매력이 조금은 약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하는 인터넷 트렌드에서 점차 흔적이 사라져가던 곡이 믹스된 트랙의 배경 트랙으로 깔려서 다시 생명력을 얻고 잘 알려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재조합을 통한 무제한적 확장이라는 매체이론적 관점으로 본다면 오히려 더 흥미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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