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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5일 일요일

경호의 직업윤리: 심기경호라는 개념을 근절해야 한다

경호처는 끝까지 신명을 다하겠다는 표현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대통령 신분인 개인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상황이라면, 관계 기관과 협의해서 대통령의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게 하면 되고, 실제 과거 사례에서도 그랬다는 것 같다.


경호실/경호처는 공무원으로서 합법적 범위에서 경호 업무를 하면 되는 조직이다. 정무적인 성격이 강한 대통령비서실과 달리, 경호처 직원들 중에는 정권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대통령 경호업무를 해온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경호처장은 정무직공무원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다).


이번 일은 단기적으로는 그들 모두를 공범으로 만드는 일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을 초법적으로 수호하는 집단적 경험을 시키면서 조직의 모럴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차지철, 장세동부터 최근의 김용현까지, 경호실/경호처장에 대통령 최측근이 임명되어서 대통령과 정치적 논의까지 주고받으며 사병화, 권력기관화 되는 아주 안 좋은 현상이 현대사에서 꾸준히 나타난다. 현재 경호처도 김용현이 확립한 그런 모럴 하에서 행동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걸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대통령경호처 말고 다른 어떤 경호원이 그런 식으로 하는가. 장세동이 만든것으로 알려진 '심기경호'라는 단어부터가 지극히 잘못되었다. 자랑스러운 단어가 아니고 부끄러운 단어여야 한다. 찾아보니까 김영삼 정부에서는 내부 승진으로 경호실장을 뽑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채로 뽑았던데, 그렇게 해서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다면 괜찮은 방안 같다. 딸랑이들을 척결하고 심기경호를 근절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수사기관도, 헌법재판소도 다 무시하고 경호처가 그냥 버티면 어떤 조치이든 실질적으로 집행할 방법이 없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국민들은 분노하면서도 인내하면서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모든 절차를 해 왔고, 그 마무리까지 물리적 폭력 없이 잘 되는 것이 이상적일 테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헌정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너무나 안 좋은 선례를 다수 제공하는 것이고, 물리적 충돌이 없는 사법처리의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이 너무 크다. 단 한 사람과 그의 파면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세력이, 아무리 이기적이라도 그렇지 5천만 국민들을 이렇게까지 위험에 노출시킬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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