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세다
:합리성, 세속주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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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6일 화요일
예수와 크림의 관계: 발전하는 형식, 침잠하는 내용
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2025년 한 해 결산
2025년 한 해 결산
2025년 12월 17일 수요일
단월드 사이비 세력의 뇌과학분야 침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승헌의 사이비 세력인 단월드가 뇌과학 분야에 지속적으로 침투해 온 심각한 문제를 다룬 좋은 글을 오랜만에 보았다 (아래 하재영 연구원님 글). 최근에 대통령 발언으로 인해 환단고기가 논란이 되면서, 유사역사학과 뇌과학 양쪽에 발을 뻗고 있는 사이비단체 단월드에 대해 지적해주신 듯하다.
물론 '뇌과학' 자체는 단월드의 브랜드라기보다는 뇌에 대한 과학 연구를 일컫는 일반적인 용어이기는 하다 (설마 국내에서 이 단어의 정립 자체에도 단월드의 영향이 있었을까? 거기까진 아니라고 믿고 싶다). 공유한 글의 글쓴이께서 오랫동안 단월드 사이비 세력의 핵심컨텐츠 역할을 하는 "뇌교육"을 "뇌 과학"으로 단순히 잘못 표기한 것일지, 아니면 단월드 사이비 세력이 제도권 뇌 관련 학계까지 침투해서 오랫동안 오염시켜 온 정황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쓰신 것일지는 잘 모르겠다.
2025년 12월 16일 화요일
이북5도위원회 논란: 방만한 운영과 영토주권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어야 한다
이북5도위원회의 개편 혹은 기능 이관에는 동의하나, 이북지역을 관할하는 지방행정기구 자체의 폐지에는 반대한다. 실질에 형식을 맞추어야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실질과 괴리가 있어 보이더라도 명목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도 있고, 헌법상 영토 규정, 통일 지향 규정 등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생각한다.
헌법상의 영토 규정에 근거를 두고 설치된 이북5도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지의 여부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꾸준히 표명하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보여준다. 이는 향후 대북관계 및 외교상의 실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조직이 비대하고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방만하게 집행된다는 이유로 축소 및 기능 조정을 주장하는 것, 혹은 그런 이유로 폐지 내지는 통일부로의 기능 이관을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사실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번에 의제를 띄우기 전에는 이북5도위원회가 이렇게 본격적인(?) 조직인지까지는 몰랐고 그냥 도지사 정도만 임명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남북이 이미 사실상 두 정부 내지는 두 국가여서 이북5도위원회의 설치가 남북관계의 실질과 괴리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그런 이유의 섣부른 폐지론은 그 본의에 비해서 상당히 큰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적인 이유로 이북5도위원회를 개편한다면, 그것이 혹시 대한민국의 명목상 영토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변경하는 것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관련 공직자들이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제무대에 대한 엄중한 고려가 비교적 덜한 한국 정치인들의 돌출적인 발언에 한국인들은 그러려니 하는데도 정작 외신에서 주목해서 본의에 비해 크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토 주권에 대한 입장 자체를 실제로 변경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단순히 재정 효율성 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기틀(?)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전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생각보다 아주 큰 사안이 될 것이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2025년 12월 14일 일요일
대통령 발언으로 공적 무대에 올라와 버린 유사역사학
하필 이재명 대통령이 "환빠" 질문을 한 상대방이 그 뉴라이트 행보에 논란이 있는 박지향 교수라서 논의가 꼬인 점이 있다. 야당 정치인들까지 이재명 비판에 가세하니 정부여당 측 지지자들은 진영논리의 영향을 받았는지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무리하게 옹호하고, 심지어 식민사관 타도와 민족사학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유사역사학 자체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한 흐름까지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논란이 있으나, 일단 말 그대로 읽는다면 유사역사학을 주류 사학과 동등한 링 위에 올려 주는 발언인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에도 이덕일의 책을 읽었다고 올리기도 하고 '식민사관'도 종종 언급하는 등 유사역사학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정말로 중립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경청하려고 물어본 것일 수도 있고, 그러면 조금은 더 낫지만, 사실 유사역사학과 역사학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 자체가 유사역사학에 우호적인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그 근거로, 유사역사학에 친화적인 인터넷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 발언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논평을 하면서 아래와 같이 굉장히 기대감 섞인 글들을 게재했다. 트래픽을 늘려 줄 것 같아서 클릭하지는 않고 검색창에서만 봤다.
2025년 12월 7일 일요일
PWS Korea 메인쇼 관람 후기 - 흥미로운 대안적 엔터테인먼트 판의 등장을 목격하며
지난 주말에는 지인과 함께 한국 프로레슬링 단체 PWS Korea (Pro Wrestling Society Korea)의 메인쇼를 보러 갔다 (11/29 중구구민회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 한국 프로레슬링은 중흥기라고 할 만큼 상당한 인기를 누리며 성공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화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흥미롭게도 최근 1-2년 사이에 유튜브 채널 '급식왕'과의 콜라보를 통해 급격히 유입된 어린이 팬들이 있다. 나는 프로레슬링에 대해 학창시절에도 관심이 없었던지라 직접 보러 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나, 요즘 이처럼 인기를 얻게 된 독특한 과정에 대해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는 바가 있었어서 소개해본다.
유튜브 급식왕/급식걸즈 채널은 현재 코미디언 출신 박병규가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용 유튜브 채널인데, 처음에는 '~하는 유형' 등 단편적인 영상 위주로 인기를 끌었으나 점점 규모가 커지고, 꽤나 본격적이고 일관적인 등장인물별 캐릭터성(기믹)과 스토리라인을 갖추며 드라마화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여러 유쾌한 사건사고를 다루는데, 그때그때 인기있는 유행어, 놀이, 장난감 등도 반영한다. 나는 어쩔티비 유행 때 침착맨이 한번 언급해서 우연히 유입되어 지금까지 보고 있다.
개콘이나 SNL 등 개그프로나 기타 TV프로그램을 많이 봤던 우리 세대라면 익숙한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코미디언들 외에는 대표적으로 크레용팝 초아가 아이돌 연습생 역할로 거의 4년정도 출연을 했었다), 극중 대사나 설정들에 어린이들은 잘 모를 깨알 옛날 소재들도 많이 사용되어서 상당히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기성 유튜브에서의 유행도 그때그때 창의적으로 반영하는데, 예를들어 피식대학의 B대면데이트에 킹받는 재벌집 자식으로 출연한 이호창(코미디언 이창호)이 똑같은 캐릭터성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2025년 11월 2일 일요일
한동석 작가 개인전 고스트프레임Ghost Frame 협업연구 참여
지난 2023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Art Council Korea) 다원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한동석 작가님의 <다이빙 미러Diving Mirror> 프로젝트 참여의 일환으로 쇼케이스 <비전이 공간이 될 때When Vision becomes Space>에서 발제를 하고(본 블로그의 쇼케이스 소개 게시물: 링크), <표현 재조합 기계로서 딥러닝의 기술미학적 쟁점들>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문을 작성하였습니다(본 블로그의 발제문 소개 게시물: 링크).
해당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올해에도 ARKO 다원예술창작산실의 지원을 받은 한동석 작가님의 개인전 <고스트 프레임Ghost Frame>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은 제목의 쇼케이스에 참여하여 발제하였고, 전시 준비 과정에서 딥러닝의 매체성에 관련된 자문과 비평 글 작성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직접 진행한 컴퓨터비전 실습 내용을 2분 가량의 영상으로 정리하여 전시공간에 상영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영상화 작업은 안소희 작가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패턴, 의미, 표현을 정량화하고 연산하는, 디지털에 근거한 새로운 아날로그 신호처리 장치로서 딥러닝이 가지는 특유의 매체성을 미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실습과제에서는 영상 예측 모델에 자기회귀적 구조를 도입하여 '있을법하지만 원본 없는' 가상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가상 화면들의 속성과 실패 양상을 통해 비전 모델들이 움직임, 형상, 시간 등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아래에 세미나 및 전시를 홍보했던 소셜미디어 포스트, 전시 공간 방문 후기 및 관련 링크들을 옮겨둡니다. 준비 중인 전시 도록 또한 완성 시 링크할 예정입니다.
링크드인에서 이 게시물 보기: 링크
Last year, I participated in an art–technology project funded by ARKO (Arts Council Korea, 한국문화예술위원회). The project drew on my background in statistical physics and philosophical aesthetics, as well as my interest in deep learning as a new form of analog media sustained by the digital world—one that quantifies and operates on patterns and representations.
The project included an interdisciplinary showcase <When Vision Becomes Space: The Second Seminar>, and a solo exhibition <Ghost Frame> by media artist Han Dong Seock. I hosted a session at the seminar and participated in the exhibition, which was held at Hall1 on Seonyudo Island in Seoul.
Below is a brief explanation of my contribution to the exhibition. I developed an experimental computer vision practice that turns autoregressive video prediction into an aesthetic probe, using failure and overgeneralization to reveal how vision models “perceive” human motion, form, and time. The results were crafted into a two-minute video.
See this post at LinkedIn: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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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이 공간이 될 때: 두번째 세미나 When Vision becomes Space: the Second Semi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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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현장 방문 후기>
- 끝 -
2025년 10월 31일 금요일
초개인화와 정밀의료를 다시 생각한다: HSC의 글 소개
유전자결정론과 정밀의료 등에 대한 세밀하고 재미있는 글이 HSC(health socialist club)에 올라왔다. (최하단에 링크)
한국에서도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암을 비롯한 질병 위험군이라고 살벌하게 경고(?)해주는 회사들이 몇 개 있던데, 내가 판단할 능력이야 없지만은 그 중에 꽤 많은 수는 평소 수면, 식이, 술담배 등 생활습관 관리 중요성에 준하는 정도의 실질적인 예측력을 제공하는지 의문인, 다소간에 불안감을 조장하는 서비스들이 아닐까 싶다. 유전학이 인류의 지식발전과 복리 증진에 많이 기여하고 있는 바와 별개로, 유전자에 대한 나노단위 분석과 초개인화를 통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욕망은 과도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으면서도 인간의 유형 및 운명과 관련된 사회적 유행이 크게 발달해있고, 사람들간에 우열과 급을 나누는 사고가 강한 편이면서도 유전자결정론 및 우생학이 사회 전면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험은 적기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이 낮을 수 있다. 생물학 및 의학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관심을 갖고 경고해주는 목소리들의 존재가 중요할듯하다.
(참고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과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은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 의료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보일지 모르나 그 지적 배경과 내용이 전혀 다르다)
오용재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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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과도기성: 기분의 문제, 그러나 오직 기분의 문제만은 아닌 것
이번 부동산규제가 비판받으니까 위선적으로 지방균형 갑자기 다같이 꺼내들고 나온다고 비난하는 플로우가 있다. 그렇지만 예전부터 서울 부동산 중심으로 일원화된 욕망의 구조와 그러한 욕망을 실제로 지탱하는 물적 토대가 한국 사회 최대 문제이자 초저출산의 원인이고 그걸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온 사람들은 많았다. 그리고 이번에 인스턴트하게 지방균형 얘기를 꺼내들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아마도 앞서 말한 사람들과 꼭 동질적인 집단은 아닐 것이다.
구체적인 대책과 방안 없이 무조건 청년들보고 지방에 왜 안가냐고 하는 것도 물론 열받는 일이다. 어제 쓴 글(블로그에서 보기: 링크)에서도 말했듯이, 수도권 부동산만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인식이 자리잡혀버린 상황에서 저렇게 말하는건 계급 고착화에 불만을 갖지 말라는 뜻에 다름 아니니까 말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이미 보유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나. 하지만 '그러면 니가 먼저 가라', '너는 서울집 팔고 갈 거냐', '너가 먼저 가라하면 안 갈 거잖아' 이런 식으로 너무 비난만 하는 것 역시 그렇게 생산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저런 말도 사실 지방은 가기 싫은 곳이라는 식의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나.
(물론 상대방이 그런 전제를 가진채로 말하고 있을테니 그걸 자기가 지적하는 것이라고 할수도 있으며, 이 주장도 꽤나 일리가 있다. 말하자면 어떤 주장을 할때 따옴표를 쳤느냐 안쳤느냐를 서로 헷갈리는 거다. 이런 건 굉장히 피곤한 논쟁이지만 하기는 해야 하며, 말을 조금씩 더 정교하게 하면 약간은 해결될 때도 있다. 이런 것도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할 frustration의 한 예시가 된다.)
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부동산: 숫자 너머를 사유하기, 욕망구조의 물적 토대를 전환하기
요 며칠 뉴스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온갖 반응을 보다 보니 부동산에 대해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경제도 잘 모르는데다 부동산을 주식보다도 더 모르고 집 얘기는 아직 멀게 느껴지는 입장이다보니 아래는 틀린 얘기일 가능성도 많은데, 그런 것치고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그래도 그냥 올려본다. 공부해두어서 나쁠 건 없으니 앞으로 사람들 얘기에 귀를 좀 열고 공부해보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주식은 '자산의 숫자 값'로서의 양적인 측면 외에 삶의 조건을 질적으로 직접 결정하는 부분은 적다. 그러나 부동산은 전혀 다르다. 부동산은 삶의 터전이기도 하며 거기에는 숫자 그 이상이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을 생각할때 숫자를 너무 많이 생각해야 하는 비극이 있다.
나는 중국에서 오직 숫자를 생각하면서 벌인 부동산 사업으로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으나 모두 비어있는 기괴한 장면을 짤로 본적이 있다. 사실 과잉 공급된 제조업 생산품들도 가끔씩은 그런 기괴한 느낌을 주지만, 부동산은 하나하나가 워낙 큰 물건들이니 더욱 임팩트가 크다. 부동산 광풍에 너무 숫자만 생각하고 사업을 벌여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숙박시설 등 신개념 부동산들이 뜰때마다 그런 부동산들에 혹했다가 상식을 벗어날 정도의 하자물건을 만나는 경우도 늘 발생하는데, 경우는 좀 다르긴 하지만 이런 것도 위와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든다. 가령 위례성대로에는 한때 오피스텔 모델하우스가 굉장히 많았다. 붙잡혀서 거기 들어가보면 그 무엇보다 믿음직해야 할 부동산계약과 관련된 장소인데도, 거의 사이비종교 포교와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굉장히 믿음직하지 못하고, 아주 질 낮은 자본이 개입되어 있다는 직감이 든다. 숫자로만 접근해서 주거를 면밀히 생각하지 않고 인스턴트하게 벌이는 사업들인 것이다. 매수자들도 거주뿐 아니라 그런 숫자적 접근에 혹하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장면들이, 현재 한국 부동산에서, 나라가 망하는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하게 커져있는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은 그 이름에서도 보이듯이 아주 느리고 무거운 특수한 자산이고 유동화도 주로 안 되어 있어서 재투자 효과도 아무래도 낮다. 국민 자산의 너무 많은 부분이 무리하게 들어가있고, 그렇게 된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미 보유한 사람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도 너무나 다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부동산은 그 얘기만 나와도 사람들을 심란하게 하고 미치게 만든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청년들의 분노를, 너네들 어차피 서울집 못사지 않냐는 식으로 조롱해서는 안된다. 기회가 끊기고 자산격차가 고착되는 것은 그러면 옳은 일인가? 수도권 주택 말고도 청년들에게 어느정도 안정감과 상승감을 줄수 있는, 생애주기를 꾸려가는 '평범한' 선택지가 충분히 다원적으로 존재해야한다. 다른 사다리들이 많아야 한다는뜻이다.
전세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자산관리 관점에서 불리하며 비정상적 형태의 주거다라는 주장은 납득되는 부분이 있으나, 위에도 말했듯이 집이 단순히 자산 숫자일 뿐인가? 물론 지나치게 숫자 위주로 생각하게 된 부분이 가슴이 아프지만 그또한 어떤 현상의 결과이다. 이미 경로의존성에 의해서 그러한 주거형태에 매달려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쉽게 얘기할수는 없는것이다.
이거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고 집 못사겠으면 비싼 월세 내던지, 월세 못 감당하겠으면 밀려나서 다른 지역 가던지 하라는 등의 냉소적이고 조롱섞인 얘기가 참 많이 보인다. 그러지 말고, 경로의존성에 따라 형성되어있는 압력을 해소하고 연착륙을 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을 제시해야한다.
부동산을 둘러싼 모순을 해결하고자 할때, 자산격차에 의한 계급 고착화를 어쩔수 없이 인정하자는 소리로 비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도 뭔가 생각을 하다가, 엥 근데 이렇게 되면 계급 고착화를 그냥 인정하자는 얘기가 되네 싶어서 생각하기를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재와 같은 주류적 주거 방식과 수도권 초집중 하에서는 빚을 무리하게 내서까지 집을 사는 욕망이 포기된다면 바로 계급 고착화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건 단순히 '그렇게 비칠까봐 조심스러운', 단순히 말을 정교하게 한다고 설득되고 해결되는 식의, 단순히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에 부동산정책이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부동산을 둘러싼 문제가 해소되려면, 결국에는 국민 다수에게 인지되는 아주 확실한 비수도권 (특히 광역도시권) 일자리 진흥정책이 동반되어야 될 것 같다. 수도권 집 사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밀려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회사들이 거기 있으니까, 좋은 문화가 거기 있으니까 비수도권 광역도시에 거주하는 형태를 만들어야한다. 이건 기분의 문제, 말로 포장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며 실제로 아주 다르다.
욕망이 모이는 구조의 물적 토대가 되는 이러한 국가의 기본적인 판 자체를 과감히 전환하지 않는한, 규제 풀고 조이고 하는 기술적 부동산 정책은 아무리 능수능란하게 잘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보일 정도이다. 서울에 매우 공격적인 공급을 하자는 얘기도 있다. 수요를 만족시킬 공급을 해야 되는것은 당연하나, 공급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막상 공급하고 나면 인구 피라미드에서 이미 박살나서 바꿀수 없게 된 향후 20-30년에 해당하는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된다. 결국 시계열적으로 봐야 하고, 이런 부분은 이민정책의 변화를 통한 국가의 새판짜기와도 병행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수도권에서도 직업때문에 실거주하려는 수요 그 자체를 비현실적 꿈이자 무리한 투자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해서 접근해서는 안될것이고.
지방 소멸 해결에 대한 상상력을 은퇴자들이 쉬러 가는 공간, 특별한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가는 공간 정도에 그치지 말고, 생애주기의 허리에서 '아주 많은 수의 평범한 일자리'를 제공할수 있어야 지방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해묵은 표현의 배후에 있는 근본적 인식 자체가 전환되어야 한다. 진보적 문제의식이 있다면 이런 논의가 너무 생애주기설계의 표준적, 중산층적 모델만을 상정한 의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나라에서 국민 다수가 관심있고 국민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표준 성공 모델의 물적 토대를 재개발하는 것을, 과연 중차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외에 주택에 대해서도 유동성 확대의 효과를 주는 주택연금 등의 제도를 적극 연구해서 개선하고 홍보해봐야 한다. 부동산에 묶인 그 큰 돈이 실제 쓸 수가 없는 형태이니 재투자와 경제 순환은 안되고, 보유자는 보유자대로 심술이 나서 통계에 잡히는 자산보다 실제 삶의 질이 낮다고 호소하고, 그걸 보는 미보유자는 도대체 저게 무슨 기만적인 말인가 싶은데, 이런 갈등을 완화할 방법이 필요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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