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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30일 일요일

전자도서제작 입력봉사활동을 마무리하며

봉천동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silwel.or.kr)에서 진행하는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제작 입력봉사활동을 (두 달에 걸쳐 한 권을) 완료했다!

사람들 만나면서 직접 일하는 봉사활동에 비하면 봉사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편하게 했지만, 나름의 의의와 보람이 큰 것 같다 ㅎㅎ

난 뭔가 공대스럽게 전자도서 제작을 돕는 봉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책 내용을 hwp 파일로 써서 제출하면 복지관 측에서 알아서 제작하는 거였다. 책 읽는 재미, 그리고 타자 실력 느는 재미로 한 듯.

어떤 도서를 입력할지는 복지관 측에서 시각장애인의 요청을 받아서 봉사자에게 말해 준다. 그러면 봉사자는 알아서 그 도서를 구해서 한글 파일로 입력해서 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기간은 기본 한달인데, 못 했다면 계속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분들이 읽고 싶으셔서 요청한 것인 만큼, 왠만하면 빨리 끝내서 제출하는 게 좋다.

내가 입력하게 된 책은 '동물의 숨겨진 과학'(캐런 섀너)이었다. 봉사활동 신청서에 전공이나 직업 쓰라길래 공대라고 했더니 왠 이과냄새 나는 책을...

그래도 동물들이 실제로 기계와 같은 존재가 아닌, 술수도 쓸 줄 알고 도구도 이용할 줄 알며, 감정 같은 게 있기도 하다는 것을 방대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준다는 면에서 추천할 만한 책!

지식과 문화 컨텐츠를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시각장애인용 도서 제작은 그러한 움직임의 큰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책 한 권이지만, 사람들의 문화적, 지식적 경험의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보람된 일인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용 도서의 필요성을 느끼고(아직 걸음마 수준도 안 될 정도로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는 매우 부족하다) 도서제작에 참여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사실 이미 출판사는 자신이 출판한 책 내용을 컴퓨터 파일로 가지고 있을 텐데 말이다. 시각장애복지관 측에서 출판사로부터 파일을 제공받지 못하여 봉사자가 입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중노동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따라서 복지관이 출판사와의 계약이나 협약을 통해 컴퓨터 파일을 제공받아서 전자도서를 제작하는 게 더 간단하고 효율적인 일이 아닐까, 그래서 장기적으로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봉사자는 전자도서 형식에 맞게 그 파일을 손보는 역할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어차피 시각장애인용 도서 파일은 복지관 외부로 유출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니 출판사 측에서 저작권 문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 한데, 법알못이라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기 힘들 것 같다,

방학 때마다 입력 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좀 더 나아가 위와 같이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어떻게 하면 도입할 수 있을지 여러 방면으로 문의하면서, 시각장애인용 도서가 더욱더 정착 및 확대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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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acebook post https://www.facebook.com/yongjae.oh/posts/883297695095270

archived on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