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위법적 비상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의 임기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따라 조기에 종료되게 되었다. 다행스럽긴 해도, 기쁘기는커녕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비상계엄선포와 그 이후의 행보가 사회에 남긴 상처와 분열이 너무 크다.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위헌 사항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아서, 탄핵소추와 파면에 이르는 상황 자체가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난 이상 오늘의 선고내용과 결과는 상당히 늦어지기는 했지만 순리와 상식에 부합하며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이러한 오늘이 있을 수 있도록 12월 3일 그날 밤 빠르게 국회에 나가서 비상계엄 해제에 일조한 국민과 국회의원 및 보좌진들에게 고마움과 부채의식을 느낀다. 위헌 위법적 조치에 대한 국방장관과 일부 군 수뇌부의 동조에도 불구하고, 40여년 전 광주와 달리 더욱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지 않게 한 군경들의 민주의식도 분명히 평가되어야 한다.
그 이후의 정치적 상황 또한 대체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 내에서 진행되어 사회의 민주적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혼란상 속에서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해치는 일도 몇 사람이 마음먹으면 그냥 일어날 수 있구나, 그런 발언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구나 하는 국민들의 집단경험은 대의제 권력기구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켰다. 이러한 부정적 집단경험이, 추가적인 혼란보다는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한 지혜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먼저 확실한 책임의 추궁을 통해 헌정질서를 복원하고, 그 다음으로는 여야 할것없이 정치문화를 복원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인구감소와 성장동력 상실 등으로 예정된 어두운 미래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사회체질을 개혁해야 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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