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기습적으로 체결되었을 때부터 본부는 항상 일방적이었다. 학생사회와 협의할 것을 분명히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학생 대표들과의 논의 없이 시흥캠퍼스 계획에 대해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학교 측의 언질 없이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이미 각종 이권이 얽히고 설켜 있을 신문 광고들도 많이 나왔다.
이 중 압권인 것은 학생사회와 일절 협의 없이 반쯤 기정사실화되어 신문 광고로까지 나오고 있는 시흥캠퍼스 사업 내용들이다. 서울대 시흥캠 내 위탁 어린이집, 서울대 시흥캠 주변의 대형 스터디센터 등의 사업이 광고되는 것은 학벌주의의 정점이라는 서울대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무시하고, 오히려 그러한 학벌주의에 영합하는 본부 측의 인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언론의 보도 논조에도 유감을 표한다. 일각에서는 기득권으로서의 서울대생들이 지방 캠퍼스라는 점에 거부감을 가져서 이기적으로 본부점거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학우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언론 보도들로 인해 정작 당사자인 우리 학우들은 그러한 인식에 대한 시정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서울대 학생사회에서는 고려조차 된 적 없는 그러한 상상력의 산물들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그림자를 역으로 드러낸다.
시흥캠퍼스 사업은 이와 같은 학생사회에 대한 기만과, 사회에서 대학이 장기적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고민의 부재라는 두 궤도 위에서 달려가고 있다. 학문 공동체로서의 서울대학교가 수십 년 간 형성해 온 모습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큰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자리는 일체 없었다.
대학이란 어떤 공간인가?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는 어떻게 해야 상술한 그림자를 해소하고 진정으로 박수를 받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서울대학교 구성원 전체가 책임 의식을 가지고 고민하여야 하는 문제이고,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누구보다 학교 측에서 가장 앞장서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흥캠퍼스 사업은 상기한 두 궤도를 타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학교 측은 학생들의 정당한 우려를 '현실'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기각하고 있다.
3월 11일에는 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학우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한때 음식물 반입을 차단하고 점거 학생을 고립시키려 하는 등의 비인간적 조치까지 고려되었다. 학우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학생들을 향해 소화전을 분사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감전의 위험이 컸던 것은 교직원들이 아닌 학생들이었는데도 마치 그 반대인 것처럼 해명하기도 했다. 학우들의 안경이 부러지는 등의 일도 부지기수로 벌어졌다. 교직원들은 술을 마시고 들어오기도 했으며, 사태 내내 학생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언행을 지속했다. 또한 학교 측은 사태 이후에도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 납득되지 않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과 안전에 대한 위협에, 4층에 남아 있는 12인의 학우들은 점거를 해제하고 퇴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본부점거가 해제된 것은 학교 측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 데 따른 점거 인원들의 철수일 뿐이며, 시흥캠퍼스 사업을 마음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생사회의 의견 수렴과는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을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해, 학생사회는 학생총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인간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학문 공동체로서의 서울대학교가 되기 위해서, 학생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대한 결정에 있어 학교 측은 그 진행 상황을 학생사회에 충분히 공유할 책임을 가지며, 이러한 책임 이행이 결여된 채 진행되고 있는 시흥캠퍼스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합의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만일 시흥캠퍼스에 예정된 각종 사업들이 재정을 확충하여 자립적인 학교 운영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본부가 학생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제공했던 자료들에서는 왜 그러한 사업 진행 사실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명이 요구된다. 또한, 그 사업들이 대학 존재 목적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현재 상태에서는 대학기업화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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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