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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6일 목요일

시흥캠퍼스 사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기습적으로 체결되었을 때부터 본부는 항상 일방적이었다. 학생사회와 협의할 것을 분명히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학생 대표들과의 논의 없이 시흥캠퍼스 계획에 대해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학교 측의 언질 없이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이미 각종 이권이 얽히고 설켜 있을 신문 광고들도 많이 나왔다.

  이 중 압권인 것은 학생사회와 일절 협의 없이 반쯤 기정사실화되어 신문 광고로까지 나오고 있는 시흥캠퍼스 사업 내용들이다. 서울대 시흥캠 내 위탁 어린이집, 서울대 시흥캠 주변의 대형 스터디센터 등의 사업이 광고되는 것은 학벌주의의 정점이라는 서울대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무시하고, 오히려 그러한 학벌주의에 영합하는 본부 측의 인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언론의 보도 논조에도 유감을 표한다. 일각에서는 기득권으로서의 서울대생들이 지방 캠퍼스라는 점에 거부감을 가져서 이기적으로 본부점거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학우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언론 보도들로 인해 정작 당사자인 우리 학우들은 그러한 인식에 대한 시정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서울대 학생사회에서는 고려조차 된 적 없는 그러한 상상력의 산물들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그림자를 역으로 드러낸다.

  시흥캠퍼스 사업은 이와 같은 학생사회에 대한 기만과, 사회에서 대학이 장기적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고민의 부재라는 두 궤도 위에서 달려가고 있다. 학문 공동체로서의 서울대학교가 수십 년 간 형성해 온 모습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큰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자리는 일체 없었다.

  대학이란 어떤 공간인가?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는 어떻게 해야 상술한 그림자를 해소하고 진정으로 박수를 받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서울대학교 구성원 전체가 책임 의식을 가지고 고민하여야 하는 문제이고,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누구보다 학교 측에서 가장 앞장서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흥캠퍼스 사업은 상기한 두 궤도를 타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학교 측은 학생들의 정당한 우려를 '현실'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기각하고 있다.

  3월 11일에는 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학우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한때 음식물 반입을 차단하고 점거 학생을 고립시키려 하는 등의 비인간적 조치까지 고려되었다. 학우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학생들을 향해 소화전을 분사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감전의 위험이 컸던 것은 교직원들이 아닌 학생들이었는데도 마치 그 반대인 것처럼 해명하기도 했다. 학우들의 안경이 부러지는 등의 일도 부지기수로 벌어졌다. 교직원들은 술을 마시고 들어오기도 했으며, 사태 내내 학생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언행을 지속했다. 또한 학교 측은 사태 이후에도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 납득되지 않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과 안전에 대한 위협에, 4층에 남아 있는 12인의 학우들은 점거를 해제하고 퇴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본부점거가 해제된 것은 학교 측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 데 따른 점거 인원들의 철수일 뿐이며, 시흥캠퍼스 사업을 마음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생사회의 의견 수렴과는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을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해, 학생사회는 학생총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인간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학문 공동체로서의 서울대학교가 되기 위해서, 학생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대한 결정에 있어 학교 측은 그 진행 상황을 학생사회에 충분히 공유할 책임을 가지며, 이러한 책임 이행이 결여된 채 진행되고 있는 시흥캠퍼스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합의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만일 시흥캠퍼스에 예정된 각종 사업들이 재정을 확충하여 자립적인 학교 운영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본부가 학생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제공했던 자료들에서는 왜 그러한 사업 진행 사실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명이 요구된다. 또한, 그 사업들이 대학 존재 목적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현재 상태에서는 대학기업화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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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5일 수요일

탄핵 이후 친박세력의 미래는?

박근혜는 파면되었지만, 공작정치의 대가인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는 비서실장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주요 참모진들의 사표를 반려했다. 그리고 친박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개인을 보좌하고 있다. 비록 그들의 말대로 단순히 박근혜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을 정치와 분리하여 해석하기를 요청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참모진에 의해 증거 인멸 작업, 기록 봉인 작업 등이 진행 중일 수 있을 뿐더러, 자연인 박근혜를 돕는다는 공통 지향점은 친박 세력이 그 진영을 재편성할 수 있는 명분으로 기능한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 암군으로 만들고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방조하여 범죄집단의 수뇌부로 전락한 참모진들과 친박 세력은 이제 자연인 박근혜를 중심으로 꽤나 안정적인 연착륙을 꾀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됨으로써 3개월 간의 은신을 끝내고 수구 세력의 정치적 구심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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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acebook post https://www.facebook.com/yongjae.oh/posts/12851049149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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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1일 토요일

박근혜 탄핵 선고를 앞두고: 기각은 끝이고 인용은 시작이다!

  가장 밝아야 할 권력 핵심부가 그 어디보다도 깜깜했던 지난 몇 년이었다. 다행히 몇 개의 집요한 불빛에 의해 그 이유가 일부나마 밝혀졌다. 비선권력이 개입된 비정상적 통치 구조라는 초유의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으로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국민적 신뢰를 전적으로 잃었다.

  집권 정당성이 지극히 약한 상황에서 혹시나 탄핵이 기각되고 직무에 복귀한다면, 박 대통령은 국정 현안을 챙기기보다는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우선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비정상적 관제 여론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탄핵 인용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 온 정치권은 전에 없는 혼란을 겪을 것이며, 정권의 자기보신을 위한 국정원, 청와대 등의 관제 여론 조성 공작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게다가, 232만 명의 국민이 무섭도록 조용한 시위를 진행한 것은 사실 그 안에 하나의 목표를 향한 거대한 총의가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인데, 대의제 민주주의 하의 정치인들이 그 국민적 요구를 제도적으로 달성하는 데 실패한 이상 그 잠재적인 총의가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정권의 억압적 태도를 극복하고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는 데에만 모든 사회적 비용을 쏟아도 모자라게 될 것이다.

  반대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관제 보수 단체들이 한동안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들을 단지 돈 받고 시위에 나오는 사람들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안일한 것이다. 신념을 가지고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부 대형 보수 교회 신자들의 경우는 동원되면서도 동원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신념체계와 외적 요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어찌 그저 일방적인 동원이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들은 단지 깜깜했던 박근혜 정권의 단말마가 아니며, 신흥 극우의 집결을 통한 정치세력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의 단말마가 지극히 21세기적인 트럼피즘과 융합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흥 극우 세력의 탄생을 방지하려면 탄핵 반대 단체에 대한 배제와 멸시가 있어서는 안 되며, 그들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한 뒤에 그들의 상실감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물론 국정원과 청와대의 관제 여론 형성을 무력화하여, 그들을 실질적 정치적 주체로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다시 관제 여론에 기만당할 수는 없다). 또한, 탄핵 인용 이후에 정치인들이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올바로 담아낼 수 있도록, 따라서 탄핵 회의론의 발생 및 극우 세력의 편승을 방지하도록 시민사회의 공론장이 명민하게 작동하면서 제도권 정치인들과 상호작용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역동적인 민주정치가 한 순간에 극단적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그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되든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책임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기각은 끝이고 인용은 시작이다. 선고 이후에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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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