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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5일 수요일

안희정 1심 선고 유감

  성폭력 상황의 애매성에 의한 고질적인 증명부족 문제가 얘기되는데, 아래의 대목을 보면 원인을 거기에만 귀속할 수는 없으며 성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 개선 역시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즉시 기존의 업무상 관계를 피해자-가해자 관계로 스스로 전환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위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전환하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

"김씨가 피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안 전 지사에 대한 존경을 나타낸 점, 지난 2월 마지막 피해를 당할 당시 미투 운동을 상세히 인지한 상태였음에도 안 전 지사에게 그에 관해 언급하거나 자리를 벗어나는 등 회피와 저항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 안희정 '성폭력' 모두 무죄... "성적자유 침해 증명 부족" (종합) (2018.08.14)] )


(1) 애매하다는 특징을 갖는 성폭력 혐의를 합리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신뢰로운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 이건 연구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문제인데 지금은 피해자 개인의 입증 능력에 과도하게 맡겨져 있는 것 같다.

(2) 위의 애매성과 별도로 성범죄 처벌을 유달리 어렵게 만드는 추가적인 법률적, 현실적 요인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법의 여러 원칙들은 지켜져야 하지만, 법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법률적인 틀로 담아낼 수 없으므로 처벌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태도'만을' 갖는 것은 지나치게 방어적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법의 원칙을 수호하면서도 처벌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3) 성폭력에 대한 검경 및 사법부 구성원 개인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판결문만 보고 판사의 인식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서 공유한 기사에 나온 것 같은, 판결에서 엿보이는 인식상의 문제를 애써 무시하고 무한히 합리적인 가상의 사법부를 상정하는 것은 더 이상하지 않나. 이 문제가 개선된다면 (2)와 관련된 대중 설득도 좀 더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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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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