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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8일 일요일

군대문제를 보는 관점에 대한 좋은 예시

  어제 공유했던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런 관점의 활동들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페친 분이 공유해 주셔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군대를 오직 시민사회와 유리되어 있는 이상한 공간으로 보기를 중단하고, 시민성을 바탕으로 군대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간섭하고 개입해야 한다. 군대에 대한 시민적 담론이 활성화되는 것이 역으로 군대가 시민성을 규정하는 반동적인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며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30년 동안 성장한 우리 사회의 '맷집'에 이제는 슬슬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5년 2학기 때 우리 학교 사회대 학생회랑 군인권센터 공동 주최로 이것과 비슷한 관점에서 임태훈 소장님이랑 김광진, 김종대 의원님이 토크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여담이지만 당시 행사 종료 후 김광진 의원님이랑 우리 동아리 회원들이 길게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가지 않은 점이 새삼 아쉽다. 지금 같아서는 아무리 드랍 기한 이후일지라도 중간고사 따위 버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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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acebook post https://www.facebook.com/yongjae.oh/posts/1941046795987016?__tn__=-R

archived on 2018.12.31

2018년 10월 26일 금요일

SNL 군무새 논란

  SNL의 후속격 프로그램인 '최신유행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모임을 갖는 대학생들이 소위 '군무새'에게 한 방 먹이는 내용의 콩트(https://www.youtube.com/watch?v=8LkYkx6Ne3U)를 제작하여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다. 나는 이 영상이 '군무새'가 모임 분위기를 깨뜨리는 데 대한 불쾌감을 공유하며 웃음으로 승화하는 효과는 있으나, 문제의 핵심은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이상의 시사적 효과를 (적확하게) 발휘하기를 의도했다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것이다.

  군인들의 경험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을 이 정도로 '빈틈없이' 타자화시키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소위 '군무새' 문제의 원인을 그러한 행동을 하는 개별 전역자들이 아닌,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충분한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국방부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할진대, 이 영상은 문제를 개별 전역자들에서 찾고, 그 너머에 대한 시야를 제공하지 않는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여성혐오의 주요 레퍼토리인 스타벅스를 전복적으로 활용하는 포인트는 재미있었으나, 이 역시 여성혐오와 '군무새'의 괴이한 결합을 지적하는 오직 그 지점까지만 한정적으로 유효하다고 본다. 스타벅스 간다고 욕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을 넘어 스타벅스가 여성혐오의 레퍼토리가 된 이유에 대한 진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일단 영상의 주제와는 별개일 것이다.

  전역자들의 경험을 들어 주고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제공해 주는 것은 국가의 몫이며, 시민들은 전역자들이 보이곤 하는 '군무새'적인 태도를 조롱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게 그들을 챙겨 주기를 요구해야 한다. '군무새' 현상을 모종의 트라우마라고 본다면, 국가는 그 트라우마의 해소를 전역자의 주변 사람들, 사적인 심리적 안식처 등에게 떠맡겨서는 안 되며 공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월급을 인상하고 복무기간을 단축하며 휴대폰 사용을 보장하는 등의 최근의 조치는 -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 다행스럽다. 이러한 조치들을 점차 확대함과 동시에, 휴가 및 외출도 대폭 늘리고, 전역자들에게도 군에서 겪은 신체적, 정신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적극적으로 약속하고 실현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남북 평화체제 정착을 통해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더 힘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은 이만 줄이도록 하고, '군무새' 문제에 대해 이전에 썼던 글을 링크로 공유한다. 이 글에서 중언부언하는 것보다는 링크된 글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잘 전달될 것 같기 때문이다. 위 문단에서 장황하게 쓴 것을 보니, 어쩌면 나도 이 영상에서 희화화하고 있는 그러한 종류에 정확하게 해당하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군대 문제 외의 다른 문제들에 있어서도 개별 인간에 대한 조롱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관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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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

2018년 10월 1일 월요일

평양: 연출된 도시

  물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평양의 변화와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을 조명하는 최근의 기사들과 달리 나는 평양이 여전히 일반적인 도시라기보다는 물화된 이념의 전시장으로서의 거대한 극장 내지는 놀이공원 같다는 인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인상은 아파트에서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든 사람들이 동원된 간부들이라는 기사, 그리고 도로의 양 사이드에서 손을 흔든 사람들이 권역별로 수십 명씩 동일한 옷을 입고 있는 사진 등을 볼 때 어느 정도 실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가 속한 사회도, 가상의 완전히 중립적인 제3자가 보면 그렇게 여겨질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서울도 그 형태가 강제적이지 않고 자기검열적일 뿐 무언가의 선전장일지도 모른다. 특히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에 서울의 모습이 소개될 때는 권력에 의한 동원을 통해 그러한 전시장과 같은 면모가 인위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점에 대한 반성을 현재와 미래에 중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평양에 분명히 존재하는 강제적 통제는 구별하기 쉬우니 우선 논외로 하고, 나는 자기검열적 통제의 상태와 자유의 상태도 분명히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검열적 통제의 상태에서도 사회는 나름대로 (긍정적 의미에서) 혼란스러워 보이게 될 수 있으며 주민들이 기본적인 운신의 폭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꽤나 많은 것을 누리게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자유로운 상태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사실 한국도 이념적 동질성이 너무 강하고 '불온한' 언설들을 사회적으로 싫어라 하는 면이 있어서 완전히 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평양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후자에 가깝다고 보아야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민주주의가 자리잡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지 않는 한,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활기가 돌더라도 평양은 후자가 아닌 전자의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당국이 평양을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자유화의 흐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반대로 체제가 극도로 잘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강제적/자기검열적 통제에 의해 자유를 연출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 아닐까?

  만일 이러한 관점이 정당할지라도, 현재의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한국의 리더십은 평양의 자유로운 모습에 대해 일종의 외교적 제스처로서 어느 정도 호응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방향을 기본적으로 지지한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이 남북관계에 임함에 있어 평양에 대한 낭만적인 관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의 연출을 위한 물적, 인적 자원의 착취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제나 분명하게 염두하고, 그러한 일이 실질적으로 덜 발생하도록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 시에 한국의 가족들이 북측 가족에 건넨 선물 중 상당수가 북한 당국에 '자발적으로' 신고되고 바쳐졌다고 한다. 명백한 착취이다. 반면 3차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당국이 보내 온 2톤의 송이버섯을 한국 정부는 남측의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만약 북측의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도 나누어주도록 했다면 더욱 더 멋졌을 것이라고 상상해 보기는 했으나, 이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고 선물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때문에 외교적 제스처의 측면에서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한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북한 당국과의 대조를 이루는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유지하면서도 북한 당국의 주민 착취를 적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교묘한 방법을 찾는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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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