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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8일 목요일
과학고에서의 기억, 그리고 단월드
뇌교육 등의 키워드를 내세운 단월드의 행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후원을 받는 것이 드러나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이승헌의 사이비단체 단월드는 그야말로 사회 곳곳에 '깃들어' 있으며,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우는 것을 넘어서 이처럼 공적 영역까지 보란 듯이 침투해서 예산과 사회적 자원을 갉아먹기 시작한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그리고 그 외연도 명상, 상담, 교육, 뇌과학 등으로 지극히 다양하다.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고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강연하기도 한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단월드 계열의 사람임은 이미 이전에 밝힌 바 있다(https://bit.ly/2Pg582m). 아래의 포스터에서 두 번째 사진에 있는 '이만열'이 바로 페스트라이쉬 교수와 동일한 인물이다.
비단 이 행사뿐일 것 같은가? 사이언스 라이프의 원문에서는 '제대로 된' 뇌과학을 하는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에 매우 동의하긴 하지만, 과연 과학자의 눈이 아닌 행정과 법률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단월드를 '제대로 된' 뇌과학과 분리시킬 방법이 있을까? 어쩌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충격적이게도, '제대로 된' 뇌과학 분야에도 단월드 계열의 단체가 이미 후원자 등의 자격으로 귀신같이 들어와 있다.
내가 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겪은 일 중 가장 쎄했던 일은, 4대강 사업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연사가 강연을 온 일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갔던, 훨씬 더 문제적인 일이 있었음을 최근에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생물 분야를 지망하는 과학고 친구들이 상당히 많이 참여했던 뇌과학올림피아드라는 대회는, 적어도 그 내용상으로는 완전히 '제대로 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연한 계기로 찾아본 결과, 그 대회의 홈페이지에서도 명백한 단월드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 대회는 여전히 과학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단월드 계열이 아닌 실제 각 대학교 연구소들도 참여하고 있는 대회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그 외연을 어디까지 떨치고 있는지 아찔하기까지 하다.
약간의 비관적 상상을 곁들이자면, 이들이 뇌과학 분야의 후원자를 자임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도미넌트한 역할을 하게 되어, 해당 분야에서 한국 학계의 위상이 실추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관념적인 차원에서 '비과학이 과학을 참칭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온 단월드라는 단체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사회적 자원을 갉아먹고, 정상적인 단체들과의 구분을 흐리면서 사회 각계에 자연스럽게 진출해 있는 현재의 상황은 명백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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