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에 교육의 현장에서 종종 보이는 것은 오프라인 강의를 최대한 모방하려는 운영의 경향이다. 그러나 이는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어렵고, 여러가지 무리한 일들이 따를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이버강의의 이점을 전면적으로 살리도록 준비하기엔 이번 사태가 지나치게 급작스러워서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강의의 운영방침은 준비 부족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라기보다는, 굳이 없었어도 될 다소 인위적인 제한사항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예로 수업시간 외에는 각종 자료(수업 영상, 강의ppt 등)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다. 출석률과 참여도를 확보하기 위함일테다. 그러나 이는 강의를 몇 번씩이라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이버강의의 가장 큰 이점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물론 충분히 정제되지 않은 강의가 학생들에게 배포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사실 나 역시 그렇다.... 내가 수업시간에 해야 하는 일은 공지 전달과 질의응답 위주이므로 그 내용들을 정리해서 글로 올리는 식으로 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소 정제되지 않은 강의라도 다시 들을 수 있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보다 학생들에게 더 낫다는 면도 분명히 있다.
또한 강의자의 얼굴이 나오도록 하는 것, 그리고 출석체크 및 집중 여부 확인을 위해 학생들의 얼굴이 나오도록 하는 것 또한 문제적이다. 학생들이 집에서 부스스한 상태로도 마음껏 수강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사이버강의의 이점인데, 집에 있으면서도 그러지 못한다는 것은 현 시국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또한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무단으로 저장 유포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도 여러 방면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집중하는지 여부의 확인을 다른 식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뿐더러, 사이버강의에서 그걸 반드시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컨대 관건은 강의자의 수강생들에 대한 통제력이다. 그 통제력이 사이버강의에서도 현장 강의 수준으로 확보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가지고 현장 강의의 방식을 사이버강의에 억지로 이식하려다 보면 여러가지 무리가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왕 사이버강의를 하게 된 바, 현장 강의와의 어쩔 수 없는 차이점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매체의 이점을 살려 강의컨텐츠가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자원이 많이 드는 적극적인 실험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굳이 없어도 되는 제한사항이 인위적으로 추가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한편 의무교육에서 통제력 확보가 안 되는 것은 공적 책임의 측면에서 고등교육과 그 의미가 현저히 다른만큼 그 나름의 고민의 지점들이 있을 것이다. 대학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고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발상이 필요할 것 같다. 개별 가정에 지나친 관리책임을 지우는 것은 공교육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깨워서 학교 보내는' 것에 준하는, 비교적 간단한 관리만으로도 의무교육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묘안이 없을지 궁금하다.
입시도 문제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너무 많은 게 결정되는 지금의 입시체제에는 이런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역량이 근본적으로 없다. 사람별로 놓인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여러모로 갈리면서 엄청난 논란과 원한(?)이 발생할 것이며, 사교육이 가져 온 과도한 영향은 기존보다 더 커질 것이다.
일단 현행 체제 하에서 오래 준비해온, 입시가 임박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상황에 맞게 연착륙을 시키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그리고 좀 더 장기적으로, 이번 사태처럼 변동이 조금 생기더라도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거나 원한을 갖지 않을만한 튼튼한 입시제도가 필요하다.
여러모로 코로나19 사태는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능력을 테스트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일상적인 작동방식마저 전면적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가 매 순간 비상 체제일 수 없으므로, 재난은 그 극복 과정에서 많은 비일상성과 불편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재난에 의해 지나치게 손상되지 않는 제도라면, 대체로 일상에서도 비교적 합리적이고 스트레스를 덜 유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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