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지망하는 우수 학생들 중 꽤 많은 수가 왜 이렇게 자신들과 '일반인'을 나눠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저 단어를 많이 사용함). 설령 무시하는 의도가 아니라 건조하게 '과학 비전공자' 정도를 뜻하는 것이더라도, 상당히 거만하게 보일 수 있다. 하나의 단어일 뿐이지만 그 단어 사용 자체만 말하는것은 아니고... 소위 영재교육 테크나 그 근처에 계셨던분들은 여기서 말하는 일반인과 자신들을 나눈다는 게 어떤 분위기를 일컫는지 느낌 아실 것임.
특히 공부를 단순히 입신양명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과학지식 자체에 대한 지적인 흥미가 클수록 오히려 더 그러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 그러나 공부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은 전자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발화는 너디한 과학 덕후로서 나오는 자조/불만 섞인 묘한 부심 같은 게 아니라, 공부잘하는 엘리트의 특권의식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고, 이건 잘못하다간 엄청난 어그로가 될 수 있는듯. 뭐랄까 그런 분위기에는 경제적, 계급적인 귀족의식은 명시적으론 크게 안 드러나는 데 비해 지적인 엘리트의식이 느껴진다 해야되나... 그러나 후자도 종국에는 implicitly 계급적 귀족의식에 가 닿기 쉬운듯함.
나도 장기간의 가정교육으로 억눌러 놔서 그렇지 원래대로(?)라면 그런 정서에 더 깊게 몰입했을 것 같기 때문에 이건 자아비판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학기술계가 외부 풍파에 휩싸이는 사건이 생길때 나오는 온갖 설화들을 보면 안 해도 될 말이 혓바닥에서 꿈틀거리기도 하고.
어떻게 예방할수 있을까? 일단 하드사이언스에 특별히 관심 없었거나 학창시절 과학을 잘하지 않았더라도 과학기술산업에 종사하거나 대학원 가서 연구 하면 넓은 의미의 과학기술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런 사람들보다 영재교육 테크를 지망하는 과학 애호가 학생들이 오히려 더 '일반인'이라는 생각을 일부러라도 갖도록 해야 한다. 설령 영재교육 대상자 중에서도 정말로 우수해서 실제 협의의 과학기술 활동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는 경우일지라도 (왜냐하면 그럴수록 제일 부각되고 제일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현 정권 들어 일어난 자사고, 외고 관련한 풍파에서 과학고와 영재학교가 비교적 예외가 되고 있는데 난 이게 엄청나게 운이 좋은거라고 생각함. 위에 말한 정서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나아가 실제로 그러한 정서를 갖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교육할 때에야 비로소 과학영재교육이 장기적으로 특권교육이라는 오명 없이 민주적으로 정당화될 것임.
이는 사회에 신경쓰지 말고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사회적 행위자들의 관계와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하고 적극적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비로소 가능함. 풍파에서 자유로운 환경은 내츄럴하게 주어지는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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