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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8일 월요일

제곱근풀이에 대하여

 학생 때 공부하던 기억을 되새겨보면, 아버지는 '제곱근풀이' (루트2 같은 걸 시행착오 거치지 않고 손으로 절차적으로 구하는 방법) 를 알고 계시고 나에게도 중학교 때 심심풀이 느낌으로 가르쳐 주셨었다.


그러나 정작 정규 교육과정에서나 사교육에서나 그것을 배운 적은 없는데, 실제로 제곱근풀이는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1]. 제곱근풀이가 교육과정에 있다가 언젠가부터 빠진 것인지, 아니면 교육과정에는 처음부터 없었고 아버지가 따로 (혹은 교육과정 표준화가 덜 되어서) 배우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직접 계산해 보면 루트2가 진짜로 1.414213...으로 나오는 게 확인되니까 무척 재미있긴 한데, 자릿수를 하나하나 얻는 것이 은근히 오래 걸리는지라, 정말로 아무리 많이 해도 순환마디가 없겠구나 하는 확신은 사실 잘 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수 또한 (적어도 어떤 것들은) 임의의 자릿수까지 절차적으로 구해낼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과도한 신비감(?)이 줄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제곱근풀이를 왜 다루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계산이 되기는 하지만 그 원리를 해설하기가 까다로워서 교육과정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해 본다. 근호를 포함한 표현을 갖는 두 수의 대소 비교 등에서도, 제곱근풀이를 알고 있다면 근삿값을 이용한 '편한' 풀이법을 떠올리게 될 수가 있는데 이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일부는 제곱근풀이가 교육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박윤희, 박달원, 정인철 (2004) 는 학습자들이 무리수에 대해 '근호를 써서 나타내는 수' 따위의 오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보고한다. 해당 논문의 후반부에서는 학습자들이 제곱근 풀이법, 혹은 계산기 사용을 통해 직접 제곱근 계산을 해 봄으로써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임을 체감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두 가지 방법 모두 결국 어떤 정수의 제곱근을 취하는 방식이므로,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는 그러한 방식으로만 얻어진다는 오개념을 가질 위험도 있어 보인다 (물론 추측이다). 특히 계산기 사용이 아닌 제곱근 풀이법의 경우, 상술한 것처럼 제곱근풀이를 직접 해 볼 때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라는 확신이 드는지 여부도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위 교육과정에서 제곱근풀이 혹은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 무리수의 근삿값을 구할 일은 없다시피한데, 오직 순환마디가 없음을 체감하고자 그 원리도 까다로운 제곱근풀이를 학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 제안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미 학습하였을 원주율 역시 무리수라는 것을 강조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곱근풀이는 알아두면 나름 재미있고, 무리수 역시 적어도 어떤 것들은 임의의 자릿수까지 절차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감각은 전형적인 '수학적' 사고력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것 같다. 또한 위에 쓴 여러 이유로 실익이 크지 않고 응용 문제풀이 시에 사용해 본 적도 딱히 없는 듯하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 다루기 애매한 건 사실인듯하며, 꼭 없어도 된다는데 동의한다. 실제로는 어떤 이유로 빠지게 되었는지 (혹은 원래부터 없었는지) 그 경위가 궁금해진다.


[1] 박윤희, 박달원, 정인철. "중학교 수학에서 무리수 개념에 관한 학습자의 이해 연구." 한국학교수학회논문집 제 7 권 제 2 호 (2004): 9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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