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을 보니, 절치부심하고 원팀이 되어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들면 좋은데 요즘의 민주당엔 그게 보이지가 않는다. 지지자들과 국회의원들의 과도하게 비장한 언사들, 안타깝지만 안먹히는 네거티브 이슈에 대한 집착, 당내 누구누구 책임론과 심각한 분열...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2014-2015년 시즌에 국민들이 민주당을 외면하게끔 했던 요소들이다. 민주당에서 몇 년간 본 적 없는 수준의 위기상황 같고 전형적인 패배테크를 타는것 같다. 이재명이 당선되려면 단합과 반전의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대선은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일각에서 아쉬워하는 것과 달리 이낙연이 후보가 됐더라도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부재, 축적해온 컨텐츠의 부재와 무색무취, 젊은 당직자들(-> 캠프 관계자들)의 인기영합성 반여성주의 등등 때문에 지금보다 유의미하게 상황이 좋았을지는 의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는 윤석열 이준석 갈등이 연초에 봉합된 이후로는 (그 방향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나름 원팀으로 일관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연말까지 계속됐던 윤석열의 K-자유주의적 1일1망언은 웃겼다면, 지금의 일관된 반여성주의는 두렵다. 이재명 캠프는 그쪽에 영합해서는 어차피 비교우위(?)를 점하기 힘든데 자꾸만 그쪽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젊은 캠프구성원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연구할 가치가 있는 매우 특이한 캐릭터이고, 검사로서의 행보는 물론이거니와 정치참여 선언 이후에 나타난 과학기술혁신 및 외교안보에 대한 관점도 나름 조언 많이 받고 잘 확립한 듯 해서 조금 긍정적으로 봤었다. 1일1망언 하면서 본인 성향 드러내고 당내 갈등 컨트롤 못하고, 갈등 봉합하고 나서는 일관되게 노골적 반여성주의 밀어주고 하기 이전에는 말이다.
경제정책의 경우 이재명은 주로 금융시장 질서 확립,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하방을 높여주는 정책 등에 포커싱이 되어있다. 다만 금융과 재정을 궁극적으로 떠받치는 과학기술혁신과 성장에 대한 얘기는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거시적인 성장동력보다는 없는데서 짜내게 될 느낌이랄까. 반면 안철수의 경우 전형적인 기업가적 태도로, 각종 진보의제를 포함하는 사회적 갈등의 축을 이해할 의지가 없어 보이지만 과학기술 혁신 자체에 대한 본인의 견해 자체는 눈먼 돈을 유발하는 이상한 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무척 잘 수립된 듯하다. 윤석열도 캠프가 써준거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꽤 구체적인 인식을 보인바 있다.
나는 전통적인 민주당 그나마덜싫음 주의자(?)에 가깝지만 이재명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기대되지 않고 도리어 걱정된다. 후보 개인의 인품이나 사건사고 때문만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반이재명 세력까지 포함한 당의 전반적인 상태 때문이다. 물론 이재명 본인도 정치/행정 경력이 긴만큼 나름 최소한은 하겠지만, 권력에 오르는 순간 싫은 소리를 안듣고 반대진영에 적대시 일변도로 몰아붙일 것 같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당선되고, 젠더갈등 사안에만 열심이고 타분야에 대한 거시적 시야를 보여주지 않는 이준석이랑, 최인호 이명준을 비롯한 신 청년극우가 떡상하는 것도 좀 너무 아닌것같다. 일찍이 한대포나 흰둥이 김상훈의 자대련이 달성한것에 근접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제도권 진입과 이슈파이팅을 이들은 꽤 금방 해내고있다.
진짜로 한달밖에 안남았는데 여러모로 천태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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