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쩍 교외 장학금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인건비 액수 자체는 연구실이랑 학과에서 큰 아쉬움 없게 챙겨주시는 편이다보니 그런 부분보다는, 장학금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경우에 따라 cv에 기재할 스펙이 될수 있고 내 일의 가치에 대한 하나의 증명이 되기때문에 그렇다.
그치만 학부 학점도 특출나지 않고 아직 논문 실적도 없고 그렇다 보니 교외 장학금을 받을수 있는 꺼리가 마땅히 없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점에서 우수하고 내가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자기소개서랑 연구계획서를 통해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장학 선발같은 경우는 숫자에서 컷되는 사람이 그런 글쓰기로 비벼지지는 않을듯하다.
그동안은 운도 좋았을뿐더러, 관심사 서칭을 많이 해서 유리한 전장에만 찾아다닌 덕분에 학부 성적이 발목 잡는다고 느낀일은 없다시피 해왔었다. 근데 요즘 장학금 생각을 하다보니 이래서 학점은 고고익선이라 하는구나 뒤늦게 깨닫는 중이다. (듣기로는 요즘은 취업이나 포닥지원에서도 학부학점 보기도 한다더라) 그리고 학점과 별개로 군필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애초에 신청 가능한 장학금의 폭이 크게 줄어들기도 하고. 사실 신청 가능한게 있긴 한지조차 잘 모르겠다.
암튼 코스웤 이미 끝났지만 수료 이후 연구생 신분으로도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짧은 기간이라도 장학금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방법은 그쪽인 것 같다 (여기서도 위에 말한 군필 이슈는 마찬가지고). 마침 전문연구요원도 시작하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논문 많이 써진다면, 그 실적들 바탕으로 그런 것들 잘 찾아서 지원해보면 괜찮을듯. 그치만 이미 학위과정이 절반쯤 지나갔는데 이조차도 늦은 것 같아서 초조하다.
산학 연계 장학금은 아직까진 생각 없는데 그쪽으로도 마음을 열어두고 알아봐야 하나 싶다. 아니면 장학금은 아니지만 학위과정 중에 기업이나 외부 학술기관 인턴 같은걸 한 학기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자 또 하나의 스펙이 될 것 같아서 이쪽으로도 꽤나 마음이 간다.
한편 졸업하고 포닥 하게 된다면 펀딩은 어차피 필수에 가까우니까, 학위과정 한창 할때에 이걸로 너무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그동안 연구성과를 잘 축적해서 최대한 포닥 펀딩을 잘 따자는 생각도 해볼수 있겠다.
결국은 이 모든게 내가 앞으로 졸업하고 뭘 하고싶은가 라는 중요한 질문과도 연관이 되어있을테다. 이 질문도 결국 연구를 계속 해보면서 각이 나올 문제라 지금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진 않는데, 그래도 손 놓지 않고 뭔가 생각과 준비는 계속해서 하고 있어야 하는거라 더 어렵기도 하고.
지금 생각으로는 연구 자체에는 데일리한 일들 면에서도, 큰 그림 면에서도 상당한 재미를 느끼고 있고, 개념적인 걸 정리해서 쓰고 말하고 공유하는 일도 재밌는거 같아서 가능하다면 학계에서 더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전선에 어떤 문제들이 산적해있으며 또 새로 나오고 있는지를 딜레이 없이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그중 몇가지는 직접 해결하기도 하고, 또 직접 제안하고 그러는 것 자체가 무척 즐거운 일일 테다. 학계가 생각보다 작다 보니, 졸업 이후 거기서 남아서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one of them이 아니라, 우리분야 학계의 일원으로서 존속과 발전에 실제로 기여하고 있다는 책임감도 생길듯하다.
아니면 기업 리서치조직 등에서 꼭 물리가 아니더라도 통계물리 비슷한 수식적 모델링, 확률계산 같은걸 일상적으로 써먹는 포지션에 갈수 있다면 그런 것들도 재밌고 보람찰 테고, 처우도 좋을테니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그런 포지션도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데 그 숫자는 학계의 안정적 자리만큼이나 적어보이긴 한다. 혹시 독자 분들 주변에 있다면 소개해 주신다면 언제나 감사하며...). 그렇게 물리 아닌걸 물리스럽게 푸는 게 애초에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
암튼 수료하고 연구생&전문연구요원 신분으로 넘어가면서 학위과정이 대략 페이즈2로 돌입하는 지금 시점에, 대학원생 치고는 아직 이런 걸 너무 모르고 있던 것 같아서 초조한 마음이 많이 생긴다. 보다시피 이런 고민을 가만히 앉아서 스스로 키우면서 스트레스만 받고있는게 어릴때부터의 내 안좋은 습관인데, 생각을 비우고 본업을 열심히 하면서 남는시간에 취미처럼 이런걸 좀 찾아보는게 정답에 가까울듯.
근데 성격상 이런거 찾아볼수록 오히려 더 남들이랑 비교하게 되고 더 안심이 안 되는 성격이라 결국은 마음가짐을 잘 가져야 하겠다. 계속 머리속에 담아두고 생각을 해야 해결되는 것들이랑, 반대로 쓸데없는 생각을 그만두고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 해결되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분리를 해두는 연습이 필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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