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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7일 토요일

연구활동 외의 자기계발 계획 고민: 제너럴한 스킬셋 or 고급 이론물리 방법론

요새 의무 출퇴근 시작하고 기존에 두루뭉술 뭉개져 있었던 하루의 루틴이 좀 잡히면서, 퇴근하고 나서는 자기계발로 뭘 할까 하는 직장인스러운(?) 고민을 좀 하고있다. 아직까지는 몸이 좀 덜 적응해서 퇴근하고 집안일 좀 하면 피곤해서 뭘 못하는데, 주변사람들 말로는 1-3달쯤 지나면 적응 할거라고 한다.


그래서 뭘 할 것인가... 이걸 정하는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물론 물리공부하는거 세상에서 제일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근 1-2년 사이에 주변 다수의 지인들이 무척 좋은 처우의 직장을 구하는걸 보고 좀 마음이 붕 뜬 느낌도 함께 있어왔다. 물리과 출신이 아니다보니 주변에 물리쪽 해외포닥 관련해서 정보와 의견 나눌 친구가 많지 않고, 그러다보니 내가 물리과구나 하는 소속감도 별로 안들어서 더 그런것도 있다. 좀더 맘 잡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면 우리 연구실 외에도 물리 공부하는 사람들 더 많이, 더 자주 만나서 얘기 나눠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암튼 그래서 생각한 거 한 가지가, 데이터사이언스 쪽과 관련지을 수 있는 제너럴한 스킬셋을 겸비만 한다면 가능한 진로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것이다(실제로 그렇고). 그래서 통계학, 인과추론, 확률 그래프이론, 시각화 등등의 기초적인 지식과 실무를 꾸준히 취미삼아 공부 및 구현 해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있다. 내 본진인 통계물리에서도 (주로 확률과 기하 관련해서) 응용수학스러운 게 자주 등장하다보니, 그런 것과 연관지으면 시너지가 있을듯하다.


그리고 대학원생 신분이고 심지어 물리적으로도 산속에 있다보니, 어쩔수없이 바깥세상과의 끈이 놓아지고 세상을 팔로업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는데... 학부땐 몰랐지만 그런걸 내가 좀 신경쓰는 성격인듯. 연구실 사람들이랑 교수님은 정말 과분할만큼 좋은데도 이 관악골의 대학원이라는 환경 자체가 약간 그렇다. 그래서 저런걸 더 꾸준히 해보고 싶은 점도 있다.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이론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서 아무리 퇴근 이후라고 하지만 그런 딴짓(?)에 내 지적 자원을 꾸준히 투입하는건 본분에 어긋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저녁이후 시간까지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연구결과를 내서 더 잘 풀릴 수도 있는 건데, 굳이 딴짓을 루틴화해서 스스로를 제한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또한 제너럴한 스킬셋은 만약에 졸업 임박했을때 일반취업 준비를 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익힐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위에 말한 것 하나하나가 각각 깊은 분야이기도 하지만, 제너럴한 스킬셋으로 잘 정리돼 있는 것들이 있고, 물리 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기에 그런 것들에서 투입시간 대비 평균보다 깊은 원리 이해를 할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임박해서 급히 하면 그만큼 깊이있게 하긴 어렵겠으나, 어차피 직접 연구에 적용해보는 수준의 책임감을 갖지 않고 취미로 들여다본 한에야 큰 차이 없을 가능성도 높다. 또한 진로 목표가 생기면 그에 맞춰서 준비하면 되니까 아무래도 좀더 제대로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데이터사이언스는 숫자세상과 실제 세상을 연결짓는 작업인 만큼 결론 도출에 있어 굉장히 책임 있는 자세를 필요로 할 텐데... 지적으로 정확한 수리통계적 베이스 없이 짠 하고 흉내내는 건 꾸준히 한다고 해도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고민이 들기도 한다.


한편 자기만족 측면에서도, 6년이라는 시간은 물리공부만 하기에도 넘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내 연구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흔히 생각하는 이론물리의 코어에 있는 멋있는 방법론을 활발히 적용하는 연구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남들보다 그런거에 늦게 눈이 트인 것 같다. 확률계산 하나는 이젠 자신 있긴 하다.


손익을 따져봐도, 깊은 이론물리를 일단 많이 해두고 나중에 진로 목표가 확실히 잡혔을 때 그것에 필요한 제너럴한 스킬셋을 준비하는건 어렵지 않겠지만, 만약에 깊은 물리공부 덜 하고 졸업했는데 나중에 미련 남아서 공부하고 싶어질 경우엔 쫌 마음적으로다가 고통스러워지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내 연구에 당장 쓰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계장론/RG 같은 고급 이론물리 방법론을 퇴근 이후 시간에 꾸준히 공부해 볼까 생각도 든다. 그러면 물리를 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기존에 못하던 고급계산들을 할 수 있으니 내 연구활동 및 연구문제 선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실제로 딴짓이 아니기 때문에 딴짓 한다는 죄책감도 들 일이 없고.


아니면 평일 퇴근이후엔 후자 쪽으로, 주말엔 전자쪽 공부 및 독서 이런식으로 나눠서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깊이를 쌓으면서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밸런스있게 인생을 운용할수 있을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고있다. 그게 합리적으로 견주어보는 판단이라기보단, 내 흥미가 어디를 향하고있으며 내가 뭘 할때 맘이 편한지와 주로 관련돼 있다는게 좀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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