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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8일 금요일

부쩍 증가한 철도 고장이 우려된다

철도 애호가인 지인들 말을 들어보니, 한국 철도가 (도시철도 일반철도 막론하고) 평소에 정시성도 괜찮은 편이고 장점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있어서 안전이 슬슬 걱정된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한다.


요새 도시철도나 ktx가 자잘한 고장 때문에 멈추거나 지연되는게 유난히 많은 것도 기분탓만은 아닌것 같다고 한다. 지금 기억나는 것만 해도 불과 몇 주 사이에 분당선, 신림선(이건 새 거긴 하지만), ktx 탈선 등등 크게 보도될만한 지연이 여러 건 있었다.

(추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몇 달 동안 끊임없이 지하철 및 일반철도 관련 사고가 생기고 있다.)


심지어 저번에 코레일 직원이 충돌로 사망하기도 했는데, 이건 인력부족의 영향이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그런데 꼭 그 역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보니 직원들이 굉장히 정신없을 거라고 한다. 세밀한 안전 점검 같은 게 부족할수도 있고, 그런게 누적되다 보면 심하게는 예상되지 않은 상황에 대응할때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덜되거나 신호가 안맞는 사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함.


작은 사고가 여러 번 쌓이면 큰 사고가 나는데.... 특히 철도 사고는 한번 나면 많이 크게 날 테니까 이런 얘기를 들으니 걱정이 많이 됐다. 오늘 선릉역 가는 지하철 타면서 노조에서 붙인 유인물을 봐도 인력감축 우려를 언급하고 있는데 상당히 믿을만한 얘기 같았다. 철덕들도 같은 얘기를 하기도 하고.


고질적 인력부족이 심각한게 사실이라면 요금을 올리더라도 인력을 더 늘리던지 해서 안전점검을 최대한 잘 해서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미숙련이나 피로 등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방지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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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6일 수요일

문화전쟁과 러시아

극우(이경우 주로 미국에서)와 극좌 모두에서,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 요약되는 서구 주류사회의 가치에 대한 대안으로서 인류문명의 지향점을 현대 러시아에서 찾는 경우가 더러 있는듯하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어느정도 계속되고있다.


그런데 재미난것은 자유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서방진영의 가치를 명백히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친러주의와 그 연원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때에도, 그 양상이 두 가지로 또 갈라지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러한 갈라짐의 원인은 결국 현재의 서방진영이 당면하고 있는 비교적 새로운문화적 현상들을 (1) 근대를 거치며 수립된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퇴락시키는 것으로 보는지, 아니면 (2) 유지 및 확장시키는 것으로 보는지의 차이인듯하다. 물론 매우 거칠게, 그리고 전형적으로 나눈것이다.


무슨 말일까? 일단 러시아로 대표되는 대륙문명에 대한 미적 매료 (나 또한 꽤 가지고 있는) 를, 현실 국제사회에서의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지지, 혹은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은근한 기대감으로 연결시켜 버리는 모종의 메커니즘이 극좌 및 극우 일각에서 작동하는것은 사실인듯하다.


그러한 정치적 매료는 서구 주류세계의 가치에 대한 반발심으로 대안을 추구하다보니 발생하는 것일텐데, 이는 서구적 가치들이 최소한 그들에게는 충분한 신뢰와 미적 매료를 제공하지 못하고있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얘기하기위해, 일단 서방세계에도 그런 사람들이 어느정도 존재하는것 자체는 현상이니까 그렇다 치자. 아예 없는게 정치적으로 꼭 건강한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여기서 갈림길이 생기는 지점은 대략 다음과 같은 느낌인듯하다. 첫째로, 설령 자유민주주의가 이상적으로 추구되더라도 그러한 일부세력은 근본적으로 설득할수 없는 것으로 보고 고정적 비주류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을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민주주의가 원래대로 추구되었다면 그들을 더 많이 설득할수 있었는데, 최근에 서구에서 발생하고있는 포스트-적인 현상들을 자유민주주의가 충분히 잘 작동하지 않고 지침을 제시해주지 못해서 (예컨대 과도한 지적 상대주의를 적용해서, 혹은 거시적인 것을 경시하고 미시적인 것에 천착해서 등등) 나타나는 혼란상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을것이다.


물론 위에서 강조했듯 매우 거칠게 그리고 전형적으로 나눈것이며 매우 많은 예외가 있을것이다.


만약 전자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후자를 본다면, 현재 서구세계가 당면한 이슈들을 끊임없이 비웃지만 그렇다고 러시아를 지지하는건 아닌, 애매하고 모순적인 입장으로 보이게 되는듯하다. 그러나 후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모순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대략 이러한 인식 차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현실인식을 공유함에도 서로에게 묘한 불편을 느끼는 두 집단이 있는듯하다.


그리고 이는 소위 문화전쟁에서 각자가 전선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와도 관련이 될수 있어 보인다. 가장 핵심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요체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러한 전선의 설정이 달라질것이다.


이렇게 보면 대안으로서의 친러적 인식이 어느 한쪽이 아니라 좌/우파 모두에서 생겨나는 이상한 현상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게다가 서방진영에서 상술한 새로운 무브먼트들을 주도하는 당사자들 중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관점보다는 대안의 수립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반서방 친중친러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더러 있는듯해서 (이는 소련붕괴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좌파에서 꾸준히 조금씩 존재해온 경향이기도 하다) 위의 두 입장이 서로를 비판할 땔감을 제공하고 전선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듯하다.


여기에서 기독교를 어떻게 위치시키는지까지 들어가면 사태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나같은경우 기독교정신을 서구 자유민주주의와 필연적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고 전 세계에 각자마다의 기독교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 둘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경우 (또는 그래야 유익하다고 생각할 경우) 에는 전선의 설정이 나랑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경우, 인류가 회복시키고 증진시켜야 할 특정한 부류의 기독교정신을 상정해두기도 한다.


결론은 딱히 없지만... 얼핏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서만 치고받는 것으로 보일수있는 소위 '문화전쟁'은 기실 훨씬 커다란 글로벌한 외교안보 구도와도 결코 떨어질수없이 연관된 사안이며, 그 전선 또한 좌/우, 도시/농촌, 기독교/세속 등의 어느 단일한 기준으로 그어져있지가 않다. (n개 기준이 있다면 2^n개 견해가 모두 있다고 보는게 속편할것이다...)


이런 것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각자 나름의 전선을 형성해서, 스스로의 주장이 어디에 맞닿아있고 무엇과 맞서 있는지 파악해보는 연습을 해보는것도 정치에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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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3일 일요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간략한 후기

포스터에 "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나는 너를 구할거야" 이 문구가 매우 내 취향저격이었는데 (소중한 개인과의 관계가 세계 전체와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느낌) 실제로도 그런 느낌으로 영화가 흘러갔다

딴생각을 자주 하며 여러가지 꿈을 가졌으나 실패한 사람의 성장과 화해 이야기라고 볼수 있을것임. 환상적 설정과 소재를 이용해서 그런 스토리를 풀어내는게 매우 자연스럽고 재밌음

우연과 필연을 혼동(나는 왜 하필 이렇게 살고있을까? 왜 하필 이런일들이 일어날까?)하며 여러가지 설명을 시도하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면서도 덧없게 느끼게 하는, 삶의 핵심적인 부조리인데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으로서 다중세계를 도입 -> 그러한 다중세계가 가져오는 마음속의 풍요로움과 파국, 그리고 그것을 현실과 화해시키며 살아가는 방식을 잘 묘사하고있음

지극히 일상적이고 재미없는 일들은 사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기위해선 그런 일들에 충실해야함. 그런 일을 상징하는 공간인 국세청을 배경으로 함

한편 객관화될수 없고 두사람 사이에 상호주관적으로만 존재하는 특별한 순간들과 의미들에 대한 기억이야말로 사랑의 요체일것임.

인격적 성장은 자기 스스로를 깊게 돌아보는 것과, 한발짝 용기내서 주변을 따뜻하게 챙기는것 양쪽 모두 있어야 이뤄지는데, 몰아치는 장면들이 지나가고 처음과 끝의 주인공을 비교해보면 이런부분이 잘 다뤄졌음을 알수 있는듯

내가 이런식으로 시공간을 섞는 영화에서 디테일한 타임라인을 잘 못따라가는 편이라 정확히 어떤일들이 일어난건지 한 60%도 못따라간것 같아 아쉽고, 여운이 상당히 남는 영화여서 영화관에서 한번 더 봐도 좋을듯. 그치만 점프가 어떻게 일어나며 각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출의 디테일은 확실히 굉장히 좋았음. 시네마에서 보여줄수있는 여러 비일상적, 병리적 행동들이 끊임없이 개연성있게 등장하면서 재미를 줌. 여러가지 명작 영화들에 대한 유머섞인 오마주도 돋보임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1 (관람 전 기대), 링크2 (관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