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햇수로 3년째 기타 레슨을 받으면서, 이론적인 부분 중에 여지껏 가장 어렵지만 그래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 바로 모드스케일이다. 사실 화성학에서는 기초에 해당하는 내용이겠지만 여지껏 코드 이름들과 코드의 진행들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외워 왔던 내 입장에선 그것들이 통합되어 이해되는 좋은 경험이었다.
레슨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나도 정리해볼 겸, 내 나름대로 스케일을 찾아내고 이름을 이해하는 방법을 정리해본다. 아래 설명은 피아노 기준으로 검은 건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C키 (구성음: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을 기준으로 한다.
먼저 코드 톤은 특정 코드의 제일 기본적인 색깔을 정해주는 구성음들(1, 3, 5, 7)을 말하는데, 여기서 조금씩 다른 색깔을 부여하기 위해 그 사이의 음들(2, 4, 6)을 적당히 내리거나 올려서 스케일 및 코드를 만들게 되고 이를 텐션이라고 한다. 이렇게 텐션을 포함한 스케일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모드스케일 및 다이아토닉 코드이다.
먼저, 현재 키인 C키의 기본 스케일인 C major scale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와 구성음(=diatonic notes)이 같되 근음만 바꾼 일련의 스케일들을 생각하자.
예컨대 근음을 D로 바꾸면: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이를 D major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와 비교해 보면 3도, 7도 음이 반음씩 내려가 있다.
이렇게 3, 7도음이 내려간 것을 D 도리안(dorian) 스케일이라고 하고 (이건 그냥 이름이라 외우면 됨),
이는 C키와 구성음(=다이아토닉 노트)를 공유하는 모드 스케일의 하나이다.
한편 이 스케일에서 1 3 5 7도음인 레 파 라 도 를 취하면 D minor 7 코드 (Dm7)가 되는데, 이는 C키의 다이아토닉 코드의 하나이다. 이를 키에 무관하게 쓰기 위해 IIm7이라고 쓰면 (C키와 구성음이 같되, 2도음을 근음으로 바꾼 다이아토닉 코드니까 로마 숫자 II를 붙임), 키가 바뀌더라도 어떤 코드를 일컫는지 쉽게 찾을 있다.
다이아토닉 코드는 위에서 찾은 모드 스케일과 서로 어울리게끔 되어 있다. 애초에 코드 구성음이 모드스케일의 일부분이니까 어울리는게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C키라는 키가 역할을 하고 있는 덕분에 가능한 거라 꼭 당연하지만은 않다.
약간 헷갈리는 부분이, 모드 스케일은 D를 1도음으로 생각해서 이름이 'D' 도리안이고, 다이아토닉 코드 역시 이름이 'D' minor 7인데, 둘다 C키의 모드스케일이고 C키의 다이아토닉 코드라는 점이다. 여기서는 '구성음'이 vanilla한 C키의 구성음이라서 모두 C키에 어울리는 소리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덜 헷갈릴 수 있다.
여기서 잠깐, D minor code를 얘기했으니 D minor scale도 생각해보자. D minor scale은 레 미 파 솔 라 시b 도 로, D major scale에 비해 3, 6, 7도 음이 내려가 있다. 그러면 6도음이 D 도리안 스케일과 충돌하지 않는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코드와 스케일은 별개의 것이고, 모드스케일 관점에서는 D minor code는 이름이 비슷한 D minor scale보다 오히려 D 도리안 스케일과 더 자연스럽게 짝이 맞는 것이다. 물론 D minor scale에 있는, 내려간 6도음 (시b)도 C키의 Dm7 코드 연주 중에 적당하게 사용해줄 수는 있겠다.
하나만 더 굳이 자세히 해 본 다음에 나머지는 같은 원리로 일반적으로 정리하자.
C키와 구성음이 같고 근음이 E일 때: 미 파 솔 라 시 도 레 미
이를 E major (미 파# 솔# 라 시 도# 레#) 와 비교해 보면 2, 3, 6, 7번 음이 내려가 있다.
이를 E 프리지안(Phrygian) 스케일이라고 하며, C키의 모드 스케일 중 하나이다.
위 스케일의 1, 3, 5, 7음을 고르면 미 솔 시 레 인데, 이는 바로 Em7 코드 (키에 무관하게 쓰면 IIIm7) 로 역시 C키의 다이아토닉 코드의 하나이며, E 프리지안 스케일과 어울리게 되어 있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다이아토닉 코드와 그에 대응되는 모드스케일, 그리고 (메이져 스케일에 비해) 바뀐 음을 정리해보자. 원리는 위와 완전히 같다.
다이아토닉 코드 | 모드 스케일 | 바뀐 음 | 예: C키의 경우 구성음 |
IM7 아이오닉(Ionic) x :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IIm7 도리안(dorian) b3, b7 : 레 미 파 솔 라 시 도 레
IIIm7 프리지안(Phrygian) b2, b3, b6, b7 : 미 파 솔 라 시 도 레 미
IVM7 리디안(Lydian) #4 : 파 솔 라 시 도 레 미 파
V7 믹솔리디안(Myxolydian) b7 : 솔 라 시 도 레 미 파 솔
VIm7 에올리안(Aeolian) b3, b6, b7 : 라 시 도 레 미 파 솔 라
VIIm7b5 로크리안(Locrian) b2, b3, b5, b6, b7 : 시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여기서 일부 독자들은 알아챘다시피, A aeolian scale은 C major과 나란한조인 A minor scale와 구성음이 완전히 같다. 하지만 C major 키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 C major 키의 모드스케일인 A aeolian scale로 새롭게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코드들과의 조화를 쉽게 찾아내기 위해서는 이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왜 중요한가? 바로 특정 키의 코드진행에서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코드들이 바로 다이아토닉 코드들이고, 거기에 잘 어울리는 스케일이 모드스케일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잘 알려진 2, 5, 1 진행을 C키에서 다이아토닉 코드로 찾으면 Dm7, G7, CM7가 되는데, 이 진행을 연주해 보면 상당히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멜로디를 쉽게 얹어서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대응되는 D 도리안 스케일, G 믹솔리디안 스케일, C 메이져 스케일이 잘 어울릴 것이다 (사실 이들의 구성음은 플랫이나 샵이 붙지 않은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로 모두 같으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도 코드에 따른 근음과 스케일을 알고 있으면 진행에 따라 보다 더 스토리가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모두 다이아토닉 코드만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며, 음악의 종류에 따라 수많은 코드진행들이 가능하다. 이 중 다이아토닉 코드를 기본으로 하되 조금씩 다른 코드를 써 줄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이 바로 대리코드 및 차용화음인데 이들은 이 포스팅의 범위를 넘는다.
반대로 코드 진행이 주어졌을 때 키를 찾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IM7 IIm7 IIIm7 IVM7 V7 Am7 Bm7b5
유튜브의 백킹 트랙에 있는 어떤 코드진행에서 m7코드가 나왔다면, 위 리스트에 따르면 그 코드의 근음은 키의 2도, 3도, 6도음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3도는 잠깐 사용하는 것 말고 주되게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2도, 6도 중에 하나인데, 둘 중에 하나라고 가정했을 때 해당 코드진행에 등장하는 다른 코드들이 위 리스트의 다이아토닉 코드와 맞아야 한다. 이렇게만 해도, 키를 거의 추정할 수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