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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수요일

충격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 의문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단 하룻밤 사이에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을 저지른 것인지 실감조차 나지 않아서 끊임없이 되새김질을 해보고 있다.

지난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국민들의 신속한 관심과 국회의 의결 등을 통해 인명피해 없이 몇시간 안에 해제되면서 일단 당장의 급박한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런데 이를 보고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하룻밤의 '해프닝'이라는 단어로 사태의 무게를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해프닝이라는 말은 물론이고 '오판', '정치적 자폭행위'라는 보수언론들의 마지못한 비판적 언사마저, 이번 사태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말이다. 이번 일이 헌법에 얼마나 많은 위반사항이 있고, 흘러가기에 따라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 건인지를, 한치 앞도 알 수 없던 어젯밤의 감각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끊임없이 실감나게 상기하며 적극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당과 군에 대한 장악이 안된 채로 이런 사태를 벌인 것이 어차피 안될 일이었다는 식으로 '오판' 내지는 '정치적 자폭행위' 정도로 축소하려는 모습도 보수언론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정치적인 무력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써 서슬퍼런 1970-80년대에 사용되었던 수단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윤석열 자신이 정말 국회의 완전한 무력화와 전국민 기본권 통제까지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이해는 전혀 안되지만) 나름의 경고성 조치 내지는 일종의 충격요법을 생각한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엄연한 사실은 선관위가 장악되고, 여야 대표 체포조가 투입되고, 특히 국회에서 일반 시민과 무장 계엄군이 직접 대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는 것이다. 해프닝이라기엔 이 모든 일들이 민주주의를 위협한 정도가 너무나 크다.

여기서 만약에 상황이 조금만 잘못되고,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대치 최일선에서 아주 조금의 돌발적 사태나 오판만 있었어도 사태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국가폭력 사태가 되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이런 일을 한 번 벌인 이상, 집회 및 시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앞으로의 정국에서 박근혜 때와는 다른 굉장한 오판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아직 그 어떤 것도 해결된 건 없는 것이다. 이는 전혀 과도한 우려가 아니며, 이러한 위험에 국민들을 노출시킨 것 자체가 1970-80년대의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행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 외신들의 경악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그 요건 자체가 안 될 뿐만 아니라, 계엄은 초헌법적인 것이 아니므로 현행 헌법 및 계엄법상 계엄령이라고 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발효되었던 포고령의 내용과 군부대를 통해 국회 장악 시도를 한 것 등 계엄의 구체적 전개과정도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위반하고있다. 민주국가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정상범위의 정치적 수단을 한참 넘어선 일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평가해야 한다.

대통령이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성정을 가진 매우 특이한 인물이고 그러한 성정이 국민들에게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채로 당선되어 정치를 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도대체 어떤 생각과 판단능력으로 이러한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수단에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는 아직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색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하는 건가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감옥 갈 수도 있는, 헌법 교과서를 다시 쓰이게 할법한 이런 일까지 할까.

당선 직후부터 여당 대표를 수차례 갈아치우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오로지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부적절하고 대결적인 대응으로 오히려 일을 더 크게 만드는 특유의 정치행태를 통해 점점 더 고립을 자초한 형국이, 이러한 파국을 예견함과 동시에 직접적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 조심스레 생각해볼 뿐이다.

충암고등학교 동문인 경호처장을 국방부장관에 임명했을 때부터 이미 이러한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인지 등, 아직은 의문투성이인 이번 일의 정확한 경위와 전말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 반복적인 고위공직자 탄핵발의와 예산안 비협조 또한 하나의 배경으로 자연스레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다.

성숙한 민주국가라면, 여전히 의문투성이인 이번 일을 대통령과 극소수 참모의 지극히 일탈적인, 기존의 정치 풍토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으로 빠르게 평가를 정리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헌정사적 의미와 재발 방지 방안 등 보편적인 고찰이 가능한 점들 또한 부족함 없게 속속들이 논의하여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능히 같이 가져갈 수 있느냐가 우리나라 정치의 역량과 성숙도를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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