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급식비리 알리려 직접 나선 충암고 학생들
지난 4월, 급식비 미납 학생들을 교감선생님이 공개적으로 불러서 폭언 하고 모욕 줘서 논란이 된 학교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학교 전임교장, 행정실장 등이 수억 원 대 급식비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4월의 '막말 논란' 당시에 그 학교 학생회장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에 의아한 점이 몇 가지 있어 그분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었다.
그 학생회장 분은 당시에 "학생들이 급식에 불만이 많다. 가격 대비 떨어지는 질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 대비 떨어지는 질은 모두 미납자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미납 비용을 교장, 교감 선생님이 사비로 충당하기도 했다. 교감선생님은 정당한 금액을 치르고 급식을 먹는 학생들의 여건이 나아지도록 노력을 하신 것이다.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것이 잘못된 행동은 맞으나, 쏟아지는 비난은 언론에 의해 과장된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인가 이상했다. 가격 대비 떨어지는 질이 미납자 문제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부터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미납이 되어 재정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미 정해진 급식 업체를 갑자기 바꾼다던지 영양사의 조리운영 질이 갑자기 낮아진다던지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재료 구입의 경우에만 재정상태에 따라 어느 정도 유동적 운영이 가능할 것인데 이것 역시 학교와 업체들간에 월간 계획을 바탕으로 계약이 어느정도 되어 있어, 미납자 문제로 저렴한 재료로 바꾸는 것도 생각보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급식비 미납분에 따라 유동적으로 급식 예산이 축소되는 것보다는, 급식비 미납분은 학교 재정상에 적자로 기록되고 급식은 계획대로 운영되며, 미납자들이 납부해주기를 기다리게 되는 구조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미납자 문제로부터 급식 질 저하가 시작된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급식비를 사비로 충당한다는 것 역시 합리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공금의 범위 내에서 적자 내고 납부를 기다리면서 운영할 수 있는데 굳이 사비로 충당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사실은 전임교장, 행정실장 등이 학생들이 낸 급식비 수억 원을 횡령해서 학생들 급식 질이 좋지 않게 된다는 게 밝혀졌다. 첫째로, 외부 용역을 안 맡겼는데 맡겼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후 그 용역 비용을 그들이 가져갔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직원만으로 업무를 해야 되기 때문에 급식의 질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식용유를 교체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남는 비용을 그들이 가져갔다. 이것 역시 급식 질이 안 좋아지는 명확한 원인이 된다.
앞의 교감선생님이 전임교장과 행정실장의 비리를 알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비리를 모르는 채로 급식 질 개선을 위한 모종의 어긋난 정의감에 그런 폭언을 하게 된 것인지는 뉴스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그 발언 자체를 보면, 급식 질의 저하가 급식비 미납 때문이 아닌 관리자들의 횡령 때문임이 밝혀지는 순간 그 폭언의 의미는 더욱 더 땅으로 떨어진다. 관리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학생 돈을 횡령하면서, 왜 그것을 납부하지 않냐고 독촉한 모양새인 것이다.
그 당시 해명했던 학생회장도 단순히 학생의 대표자로서 학교를 향한 비판이 당황스러워 그렇게 해명하였는지, 아니면 교원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어 전달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 누구보다 괴로울 것 같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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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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