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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4일 일요일

KBS1 <명견만리> 시민참여단 - 인공지능 편

오랜만에 찾아간 KBS1 '명견만리' 녹화.

장진 감독님과 정지훈 교수님이 인공지능에 대해 취재하여 강연했다.

미래사회 이슈를 다루는 게 프로그램 취지인 만큼, 인공지능 자체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두어 진행되었다.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 소소한(?) 인공지능들은 우리 곁에 꽤나 가까이 와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이란 게 경계가 애매하긴 한데, 학습을 통해 사용자친화적으로 컨텐츠들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서비스들이나, 일본 같은 데서 열심히 만들고 있는 emotion에 초점을 둔 로봇들. 취재내용 보니 음식 메뉴도 새롭게 만들어서 추천하고 그러더라. 별게 다 있지만 이게 제일 신기했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 주는 데에 그 친구들이 일조하는 바가 분명히 있을 듯.

- 인공지능에서 살짝 벗어난 전반적인 자동화 이슈도 포함하는 얘기인데,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가 꽤나 크다고 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인력대체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사람의 일을 대체하여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게 인공지능의 꿈일 텐데, 이게 사회양극화가 있다 보니 한쪽은 편하게 돈 벌고, 다른 한쪽은 집에서 놀 수밖에 없게 되는 그런 거다.

- 독일 지멘스 사의 경우엔 그 인공지능을 관리하고 output을 분석하는 위치의 새로운 직종을 창출해서 생산성을 몇 배 높이면서도 고용 수의 변화가 없도록 했다던데 참고해도 좋을 듯. 하여간 한국은 다방면에서 청년들 어지간히 괴롭힌다. 직업구조 변화에 따른 과도기일 뿐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나, 과연?

- 각종 SF 영화처럼 인터넷망 위에 살면서 인간을 지배하려 드는 인공지능의 출현에 대해 대중들의 우려가 많다. 그러나 일단 그 정도의 능력을 갖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아직은 공상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학자들의 견해라고 한다. 그런 걸 하기 위해서 일단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컴퓨팅 시스템 자체가 엄청나게 거대하게 필요할 거고 구글 급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듯. 또한 그런식으로 하나로 합치기에 이미 너무 멀리 온 것 같음. 아기자기한 인공지능들이 Locally 발전되어 나가는 게 좋은 것 같다.

- 위에서 말한 인공지능 스스로 폭주하는 그런 일보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컴퓨터의 뛰어난 계산능력을 인간이 잘못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이건 뭐 이미 가시적인 위험이 된 지 오래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당뇨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서 인슐린을 주사하는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해킹하여 치사량의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음이 보여지기도 했으며, 또한 뭐 무인자동차한테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줘서 도심에 큰 사고를 일으켜 테러할 수도 있을 거고. 프라이버시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 결국은 사람이 먼저다. 인공지능도, 다른 기술들도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위에 썼듯이 그 존재목적을 깨려는 시도는 또 누가 하는가. 말하자면,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IT의 발달로 한 사람의 병크가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게 돼 버린 이 시대에, 사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사회적인 견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 녹화에서 은근히 답이 안 나오는 문제로 계속 제기된 것이 '인공지능이 피해를 입혔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이다. 무인자동차가 내부 알고리즘 오류로 탑승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해 보자. 예를 들면 그 인공지능을 감옥에 보낸다 해서 걔가 반성하고 회개하진 않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냥 걔를 사용 정지시키고 끝난다면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그 알고리즘을 만든 공학자를 처벌하기도 애매하며, 그 회사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기는 더욱더 애매하다.

- 이 애매함은 본질적인 것이다. 분명 인간이 만든 것인 만큼 명백히 인간에 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자연 재해와 다를 바 없이 '이런 알고리즘에 따라 이게 이것으로 인식되어 이러한 학습과정을 통해 이렇게 되었다' 라고 절차적으로 완벽하게 설명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그래서 자동화된 시스템에는 항상 숙련된 관리자가 필요한 것 같다. 그냥 사고 일으킨 제품은 버리면 되고 모든 게 다 매뉴얼대로 자동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냥 기계장치 작동에 의해 사회가 돌아가는 거 아닌가. 책임질 사람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미적으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에 의해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여튼 그 책임소재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정지훈 교수님이 말씀하신 게, 공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법학자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여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한다. 굉장히 공감이 간다.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복잡하고 답없어 보이는 문제들에 대해 범학제적인 포럼이 필요하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다.

- 예를 들어, 과학적으로 모두가 다 다른데 사회적으로 어떻게 그걸 존중하면서도 또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 뭐 이런 식의 엄청난 거대담론들은 이상적인 사회상을 추구하는 철학만으로도 안 되고, 구체적인 수치 가지고 하는 정책만으로도 안 되고, 사실 자체만을 밝히는 과학만으로도 안 된다. 그 각 분야의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주장을 이해해 가며 토론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러한 범학제적 포럼 내지는 공론장 같은 것이 국내에 많이 부족한 듯 하며, 우리 세대 사람들 중 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그런 데에 위기의식을 갖고 협력과 참여를 많이 많이 해 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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