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대리자로서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 법적 책임 인정, 배상 등을 요구하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여기서 진정성 있는 반성이란, 자국 정부가 과거에 행한 전체주의적 폭력을 적극적으로 밝혀내고, 그에 대해 비판적인 교육을 자국민들에게 시킬 수 있는 정도까지 되어야 한다.
이것을 단순히 두 정부 간의 외교적 갈등이라고 인식하면 절대 안 된다. 그러나, 합의 내용에 대한 홍보를 보면, '금번 합의를 통해 앞으로 갈등을 안 겪을 수 있어서 잘 된 일'이라는 식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합의 내용을 보면, 진정성 있는 반성과 법적 책임 이행은 일본 측에 요구되지 않았고, 일본 총리가 짧게 사과하는 것(그 날도, 총리의 부인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했다)과,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질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재단에 일본 측에서 자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도록 하였다.
이건 엄밀히 말해서, 사과를 받고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다. 문제로 인한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문제를 천으로 덮어 버린 것에 불과하다.
더욱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는 국제무대 등에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합의는 옳냐 그르냐를 떠나서, 본질적으로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개념이다. 후대에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냥 제기하는 것이지,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선언은 무의미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선언은 일본에 영원한 면죄부를 주고, 향후 문제 제기에도 철면피로 일관할 수 있게 하므로,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이다.
이 합의 과정에서, 주체인 피해 국민들은 완벽히 배제되어 있었다. 국민들의 대리자로서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할 정부가, 독단적으로 매듭을 지어 버렸다. 갈등을 해소했다기보단, 갈등이 보이지 않도록 땅 속에 묻어 버린 것에 가깝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합의였나. 대승적 관점에서 이해를 바란다고 하는데, 그 대승적이란 거 아무래도 '사사로운 이익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포기할 수 있다'는 식의 전체주의적 발상을 돌려 말한 것 아닌가.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의 대리자 아닌가.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말로 매듭을 지어 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통탄할 노릇이다.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6.25 및 베트남전 당시에 국군에 의해서 유사한 일들이 이뤄졌다는 것도 더 이상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들을 덮어 버리지 않고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진정으로 과거 잔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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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d on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