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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3일 수요일

카톡방 성폭력 고발을 보며


  동료 학우를 성적 대상화해서 이런 식으로 뒤에서 음담패설을 일삼는 행동... 굳이 젠더 담론의 용어까지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예의'의 차원에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잘못된 걸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 비슷한 일은 은근히 많이 있어 왔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이미 있어 왔다는 이유로 이 단일 사건이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이러한 일들이 버젓이 있어 왔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드러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인문대학 새터에서는 어울림 내규라고 해서 일종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소개와,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열심히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도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그 분위기 주도한 사람 중에는 평소에 페북에서 페미니즘 관련 글을 자주 공유하던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예방 교육과 지식 등이, 물론 필요하지만, 직접적으로 뭔가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증거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셨듯이 매번 법적인 대응을 하는 것도 애매한 부분이 많으며, 본질적으로 예방되는 것도 아니다(아마 이런 이유로 법적 대응보다는 자보를 통한 공론화 전략을 택한 것 아닐까 추측해 본다).

  상대방을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는 것에 대한 학교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이 바뀌고, 단톡방 내에서 이런 일들을 불편해하면서 지적하더라도 안 좋은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학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개개인의 삶에 매우 밀접한 문제이다. 자기 자신이 단톡방에서 저런 식으로 언급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은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큰 불쾌함을 느낀다. 이 점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저런 거 안 한다'며 저 이들을 욕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그런 것들을 지적해 가면서 실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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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0일 일요일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의 재미있는 경력

어릴 때 Black & White라는 CD게임을 했었는데, 거기서 플레이어가 키울 수 있는 creature에 적용된 인공지능이 당시 게임 AI 중 최고 성능이라고 기네스북에 올랐던 것을 기억한다.

사진: Black & White 인게임 스크린샷.


그 AI의 주요 개발자가 바로, 훗날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의 수장 데미스 허사비스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고위공무원 '개돼지' 망언을 보며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607082025001
[ 교육부 고위간부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공고화해야" (2016.07.08) ]

정책기획관이면 2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헌정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사상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이다. 아무리 술을 마셨어도 그렇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당당히 내비친다는 건, 저 사람이 가지고 있을 엘리트주의와 선민의식, 반민주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는다. 은연중에라도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고위 공직에 유의미한 숫자로 존재한다면, 이 땅이 소위 말하는 헬조선이 된 게 납득이 간다.

  말은 중요하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말은 그 무게가 상당하며, 만일 그것이 민주주의, 자유, 권리, 헌법 같은 단어들과 연관이 된 말들일 경우엔 그 무게는 더욱 크다.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들이어야 한다.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정부 들어 헌정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사상들이 어떻게 훼손되어 왔는가? 또한 정치인들의 어떤 언행들이 그 훼손을 증언하였는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인터넷 사이트 댓글과 트위터를 통해 대규모의 여론조작을 하였다. 대선 3일 전에는 김용판 경찰청장이 국정원 여론조작행위가 없었다고 거짓말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 일을 하고 그는 무죄를 받았다.

  청와대의 허현준 행정관은 어버이연합 등의 보수단체를 관리하며 관제 데모를 지시하고 여론을 조작해 온 바 있다. 어버이연합에 대한 조사는 잘 진행되지 않다가, 증거인멸 하고도 남았을 시기인 바로 며칠 전에야 사무실 수색이 진행되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총리 지명 이후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하여 자신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지시했고, 그 사실을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말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사건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하여, 정권에 도움이 되는 보도를 하라고 다소 고압적으로 요청했다.

  헌법에 써 있는 자유와 권리의 가치, 대의제 민주주의의 의미를 충분히 많이 공부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고위직에 올랐을 사람들이, 그 의미를 체화하고 있기는커녕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권력을 남용하는 행태를 보여 온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개돼지 발언은 이러한 비극의 단면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증언한다.

  엄청난 실언들의 쓰나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이것들에 무뎌지거나 체념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으로 기억하고 비판해 나가야 한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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