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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2일 월요일

사이비단체의 뇌과학분야 침식, 오래된 현실이다

2005년도의 기사(사진1, 링크)를 보면, PET(양전자 단층촬영)의 세계 최초 발명자인 조장희 박사님도 이승헌이 거느리는 사이비집단의 행사에서 특별강연을 했으며, 개신교계열 합작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에 깊게 관여한 박찬모 포스텍 전 총장도 축사를 했다. 특히 조장희 박사님의 경우는 2017년에도 이들 사이비집단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강연을 하는 등 꾸준히 이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사진1: 조장희 박사, 박찬모 총장 등 학계 유력인사가 참여한 사이비집단의 행사.


그리고 놀랍게도 유명 뇌과학자인 IBS(기초과학연구원)의 신희섭 단장 역시 2006년에 이승헌과 함께 책을 냈고(사진2, 링크), 2018년에도 관련 인터뷰를 하는 등, 슬프지만 이 사이비집단과 연관이 있는 분으로 간주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미지: 사람 2명, 웃고 있음, 텍스트
사진2: 사이비집단의 수장인 이승헌이 유명 뇌과학자인 신희섭 박사(현 IBS 단장)와 공동저술한 책.


지난번에도 썼듯, 고려대, 서울대, 연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각 대학의 뇌과학, 인지과학 연구소에서 후원하며 과학고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는 '한국 뇌 캠프'(과거명 한국뇌과학올림피아드) 역시 매우 정상적인 내용의 대회이지만, 정작 '뇌교육'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백한 사이비단체에서 후원하고 있다(사진3, 링크). 그리고 이 단체의 장은 서유헌 서울의대 명예교수이다.
(추가: 단순히 이름에 뇌교육이 들어가서 사이비라고 단정한 것이 아니다. 서교수님과 이승헌이 함께 검색되는 문서들이 매우 많고, 위키백과에 있는 서교수님 저술 목록에도 단월드 관련 내용이 많다. 이렇게 내용상 지극히 정상적인 행사까지 이승헌과 연관되어 있다는 정황이 있기에 오히려 더욱 주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적은 것이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사진3: 사이비집단이 주최 및 주관하는 한국 뇌 캠프(과거명 한국뇌과학올림피아드).


이렇게 한국 뇌과학계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포섭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의 뇌과학분야 전체가 사이비집단에 침식될 수도 있다는 지난번 글(https://bit.ly/2Gq5A9Z)에서의 내 언급은 우려 정도가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단체는 앞에서는 실제 뇌과학 분야를 후원해서 정당성을 얻으면서, 뒤에서는 사이비 행사를 하는 식으로 과학과 유사과학의 경계를 흐리면서 영향력을 더욱 넓혀가고, 뇌과학 분야의 대중화에도 '물주' 역할을 지속하려고 할 것 같다. 돈이 걸려 있고 유명 과학자들까지 포섭되어 있는 문제이다 보니 결코 쉽진 않겠지만, 이 사이비단체를 과학계에서 몰아내려는 치열한 싸움이 필요할 것 같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뇌과학 분야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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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8일 목요일

과학고에서의 기억, 그리고 단월드



뇌교육 등의 키워드를 내세운 단월드의 행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후원을 받는 것이 드러나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이승헌의 사이비단체 단월드는 그야말로 사회 곳곳에 '깃들어' 있으며,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우는 것을 넘어서 이처럼 공적 영역까지 보란 듯이 침투해서 예산과 사회적 자원을 갉아먹기 시작한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그리고 그 외연도 명상, 상담, 교육, 뇌과학 등으로 지극히 다양하다.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고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강연하기도 한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단월드 계열의 사람임은 이미 이전에 밝힌 바 있다(https://bit.ly/2Pg582m). 아래의 포스터에서 두 번째 사진에 있는 '이만열'이 바로 페스트라이쉬 교수와 동일한 인물이다.



비단 이 행사뿐일 것 같은가? 사이언스 라이프의 원문에서는 '제대로 된' 뇌과학을 하는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에 매우 동의하긴 하지만, 과연 과학자의 눈이 아닌 행정과 법률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단월드를 '제대로 된' 뇌과학과 분리시킬 방법이 있을까? 어쩌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충격적이게도, '제대로 된' 뇌과학 분야에도 단월드 계열의 단체가 이미 후원자 등의 자격으로 귀신같이 들어와 있다.

내가 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겪은 일 중 가장 쎄했던 일은, 4대강 사업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연사가 강연을 온 일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갔던, 훨씬 더 문제적인 일이 있었음을 최근에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생물 분야를 지망하는 과학고 친구들이 상당히 많이 참여했던 뇌과학올림피아드라는 대회는, 적어도 그 내용상으로는 완전히 '제대로 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연한 계기로 찾아본 결과, 그 대회의 홈페이지에서도 명백한 단월드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 대회는 여전히 과학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단월드 계열이 아닌 실제 각 대학교 연구소들도 참여하고 있는 대회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그 외연을 어디까지 떨치고 있는지 아찔하기까지 하다.

약간의 비관적 상상을 곁들이자면, 이들이 뇌과학 분야의 후원자를 자임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도미넌트한 역할을 하게 되어, 해당 분야에서 한국 학계의 위상이 실추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관념적인 차원에서 '비과학이 과학을 참칭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온 단월드라는 단체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사회적 자원을 갉아먹고, 정상적인 단체들과의 구분을 흐리면서 사회 각계에 자연스럽게 진출해 있는 현재의 상황은 명백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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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2일 금요일

[논문 소개] 복잡계 제어이론 관점에서의 뇌 연구들

Complex network에 대한 control theory 관점에서의 뇌 연구가 요새 종종 눈에 들어와서 흥미롭다. 오늘만 해도 페이스북 뉴스피드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돌아다니는 논문 링크 두 개를 봤는데 키워드 때문에 처음에 언뜻 보고 똑같은 것인 줄 알았다.

그 중 하나는 UPenn에서 나온 리뷰논문(The physics of brain network structure, function, and control)인데 차근차근 읽어 보면 트렌드를 follow하는 데 대단히 도움이 될 것 같고, 다른 것은 KAIST 바뇌과에서 나온 논문(The Hidden Control Architecture of Complex Brain Network)으로,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겹쳐 있는 뇌의 특수한 제어 구조 덕분에 제어의 강인성이 보장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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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쟁점에서 종교적 신념이 개입할 자리는 없다

  종교단체가 자신들의 교리를 어떤 사회적 변화 상황에 적용하여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자체는 매우 존중할 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들 내부적으로 그 문제에 대하여 입장을 정리하려 할 때에나 그렇다는 것이지, 낙태죄 폐지를 바라보는 지금의 천주교 교회와 같이 그 세속 사안에 직접 개입하여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헌재 판결 등의 공적 결정에서는 종교 단체의 특정 교리, 그리고 그것이 믿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특별히 고려되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그들이 어떤 결정의 당사집단이 되는 특수한 경우라면 그런 것이 간접적으로 고려될 수야 있겠으나, 당사집단이 아닌 사안에 대해 그들이 외부에서 '훈수'를 두는 형태라면 그런 개입의 정당성은 단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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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하며




  이 문제와 관련해서 그동안 여성들이 겪어온 어려움은 제도적인 측면 때문인 게 컸다고 생각한다. 제도적 문제로 인하여 여성들이 삶의 계획에 대한 응당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법적 책임까지 떠맡게 되었던 지금까지의 구조는 명백한 불합리이다(부조리와 불합리를 구분할 필요를 느껴 수정함). 이번 판결이 그런 불합리함을 대폭 해소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낙태죄라는 법조문을 바꾸는 차원의 문제가 지극히 중요한 쟁점이었다면, 앞으로 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뒤로는 보건 인프라와 그에 대한 사회적 접근성 등을 확충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떠오를 것 같다.


  이렇게, 헌법불합치 판결에도 불구하고 특정 세력으로부터 소극적 개정입법을 향한 압력은 지속될 것이므로 우리는 안심할 순 없으며,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도 그들만의 사안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 관심 가질 만한 사안이다 보니, 조금은 더 대응이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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