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서 지켜본 바로는 트루스포럼이라는 기독보수 집단과, 현재의 비운동권 총학생회 및 그 주변 사람들은 그 기원도, 정서도, 활동도 매우 다르다. 그런데 최근에 캠퍼스가 정치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과정에서, 캠퍼스 외부의 조국 후보 지지자들에게 그 둘이 비슷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특히 김어준은 서울대 집회를 주최한 곳이 바로 트루스포럼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트루스포럼의 성격을 이해하는 건 단지 일개 캠퍼스 내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치에서의 세력 구성에 대한 이해와도 약간은 연결이 되는 문제라서 김어준 같은 사람이 모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왜곡을 위해 그 차이를 일부러 뭉갰거나, 아니면 애초에 자세히 알아보지조차 않은 것 아닐까 싶다. 왜곡에 따른 반발이 있더라도, 공격은 어차피 효과적으로 먹힐 것이므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이전에 나는 2010년대 초반의 청년보수가 박근혜 탄핵 이후로, 트루스포럼 류의 기독보수와 유튜브 채널 등을 함께하면서 어떤 면에서 실질적인 교집합을 형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탄핵 이후에 등장한 '보리수'(?)에게선 그런 현상을 직접 관찰하지는 못했다. 또한 스스로는 비정치적임을 선언하지만 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보리수(?)와 종종 유사하다고 간주되는 현 비운동권 총학생회 역시 그렇다(다른 관찰들이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 주신다면 감사하겠다). 정치적 공세 국면이라 가려지는 면이 있어서 이런 건데, 역사적 기록의 측면에서 보면 서로 명백히 다른 집단들을 좀 더 자세하게 나눠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순전히 내 감상을 적으려고 쓰는 것이지, 누군가를 두둔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캠퍼스에서 내가 직간접적으로 체험해 온 얘기들이, 캠퍼스 밖의 국가적 정치 이슈 속에서 계속 호출되고 있는 현재의 상태가 매우 흥미롭긴 하지만 다소 혼란스럽고 두렵다는 느낌도 있다. 학내 정치가 갑자기 훨씬 더 크고 무서운 중앙정치의 관심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예컨대 강용석이 취재하러 온 것도 그렇다.
조국 교수 논란과 그에 따른 시위를 거치면서 서울대는 이전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 해서 혜택을 누린다는 식의 막연한 전통적 도식(주로 입시생들 동기부여에 자주 쓰여 온)은 통하지 않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들이 있는 것인지, 또한 그것이 왜 정당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낼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이 학교 사람들의 많은 수가 상대적으로 큰 사회적 혜택을 받아 왔고, 사회적 시선도 많이 쏠린다는 것을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이 논란 이후에 적폐 집단이라는 식의 인식이 자리잡지 않기를 원한다면 누구의, 어떤 지혜가 필요한 것일까. 아니, 그게 과연 누군가의 지금 당장의 지혜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이기는 할까. 결국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증명해야/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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