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게시물 목록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학부 졸업을 앞두고

학교는 대학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카데미에 원활히 편입될 수 있도록 많은 자원들을 제공한다. 인턴 같은 기회가 대표적이다. 학부 오래 다니면서 복수/부전공, 수업, 동아리 등 후회없이 하긴 했지만, 그런 걸 충분히 활용 못 한 건 아쉽다. 돌아보면 그때 그냥 하면 됐지 싶은데, 당시에 그게 막막하게만 느껴졌단 건 내 시야가 그 정도였다는 것이겠다.

그래서 뒤늦게 졸업논문 쓰기 시작했지만 재밌게 진행을 했다. 전기과에선 control theory 쪽으로 했는데(Stability Analysis for Newly-proposed Distributed Kalman Filtering Algorithm), 물리학, 응용수학 쪽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까 교수님께서 관련된 주제 추천해 주셔서 재밌게 할 수 있었고, 이게 지금의 희망분야 선택에 큰 계기가 되었다. Multi-agent system의 collective behavior를 다루는 수학적 framework는 제어이론에뿐만 아니라 물리학의 일부 분야에까지 공유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리과에선 멱법칙, 상전이 쪽으로 주제 잡아서 진행을 했고(Power-law Degree Distributions and Percolation Phase Transition Characteristics of 3-dimensional Weighted Stochastic Lattice), 막판에 조교님이 코딩도 많이 도와주시고 글쓰기도 피드백 주시는 등 많이 신경써 주신 덕분에 논문 쓰는 기분을 상당히 내 볼 수 있었다. 논문 검색 중에 찾은, 기존에 존재하는 2d 모델(WPSL, weighted planar stochastic lattice)을 고차원으로 꽤나 trivial하게 확장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주제를 정했다는 점에서 동기 부여가 많이 되었다. 그러나 고등학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주제임에도, 프로그래밍 능력이 부족한 덕분에 실질적 구현 중에 꽤 고생을 했고 조교님의 결정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훨씬 더 축소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미학과 쪽도 많이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데(사실 내적친밀감은 이쪽이 제일 컸던 것 같기도), 부전공이다 보니 졸업논문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글쓰기 훈련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그래도 영미미학연습 수업에서 레포트 피드백은 한 번 받아 봤다). 철학, 미학 쪽으로 얘기 나눌 지인도 별로 없었고 해서 페이스북에 그런 쪽으로 글 많이 쓴 것 같고, 그 덕분에 페이스북 친구 분들과도 많이 교류하게 되었던 것 같다.

졸논 2번 다 랩에 자리 얻어서 출퇴근하고 랩미팅 가는 식으로는 못 한 게 아쉬워서, 지난 겨울방학 동안은 카이스트 물리학과의 연구실에서 개별연구를 했다. 여기서도 출퇴근은 안 했지만 매주 랩미팅 가서 피드백을 받으니까 상당히 빠르게 발전을 했다(물론 초기값이 낮아서 ㅎㅎ). 교수님도 늘 친절하게 조언 주셔서 개인적으로 무척 가치있게 느낀 시간이었다.

3월에 마음을 잠깐 바꾸어서 전기과에서 ML이랑 통신 이론 하시는 교수님께 예비 컨택도 해 뒀는데(물천이랑 반대로, 전기과는 입시절차와 동시에 지도교수를 정한다), 물리를 부전공한 분이다 보니 내 상황을 잘 이해해 주셔서, 좀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라고 하셨다. 그 때도 카이스트 쪽 교수님께서 시간 내서 설득해 주신 덕분에 흥미 따라서 물리쪽으로 진학을 결정했다. 공부 더 하고 싶은데 안 하면 후회할 테니, 해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카이스트로 가려고 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몇 번 얘기했었는데, 개별연구 했던 랩이 워낙 인기가 많은데다, 후기라 TO 문제도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교로 진학하기로 했다. 물론 여기서도 원하는 랩 가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천문학부의 경우 연구실 결정 전에는 인턴도 원칙상 불가능하다고 해서, 공부하고 알바하고 수업조교 하고 그러면서 준비하게 될 듯하다.

연구실이 결정될 시점(올해 12월)이면 학부 동기들은 표준적으로 이미 석박통합 2년을 마친 시점일 거라(학부 3학년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했다고 치면 무려 4년 차이), 늦었다는 조바심이 많이 든다. 뭐 늦은 건 늦은 거고,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준비하는 수밖에 없겠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