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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31일 토요일

당헌개정 투표 관련: 구체적인 반성적 실천이 전제돼야만 한다

 당 소속 지자체장이 부정부패 등의 잘못으로 사퇴한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조항은 애초에 없는 게 나았을 포퓰리즘적인 조항이라고 전에 이야기했고(링크)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 당원투표에 대해서는 복잡한 마음이 있다.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그걸 전제로 후보를 내는 게 당원과 국민들에 대한 도리 아니겠나. 잘못된 조항이라는 데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없어온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번 당헌개정에 선뜻 손가락이 향하지는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벌써 광역단체장만 몇 번째인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해온 정치인들도 결국 보좌진들에게는 모셔야 할 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었고 그러한 권력은 업무를 넘어 개인적 영역까지 넘나들면서 성폭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해당 지자체장 개인들의 문제에 의한 일회적 악재로 치부하거나, 심지어는 그들을 옹호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갑질과 권력형 성폭력에 취약한 정치환경의 근본적 문제로 인식을 하고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음을 입증해도 모자랄 텐데 말이다.

박시장 사건 이후 필요했던 대응은, (1) 의원들과 당 소속 유명인사들이 공공연히 2차가해성 발언을 하는 것부터 강력하게 제지하고 (2) 정치활동 및 보좌의 과정에서 권력형 성폭력과 갑질에 대한 인식제고, 예방, 올바른 사후대처가 가능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3) 권력의 축을 불가역적으로 여성정치인들이 많이 획득하도록 하는 등 체질을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치들이 전제된 채로 당헌을 개정하고, 여성후보를 공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얼마든지 지지할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했듯이) 그런 구체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막연한 사죄와, 공공연한 2차가해성 발언들만이 떠돌고 있다.

후보공천은 책임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반성적 실천에 근거하지 않은 공천은 책임이 아닌 뻔뻔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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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3일 금요일

트루스포럼은 비겁한 학내 행보를 중단하라: 추적기사를 소개하며

 트루스포럼이 학내단체 코스프레 하는 것과 달리 연령대가 높고 외부단체에 가깝다는 점은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지만(특히 와 이정도구나 했던 게 댄디 보수라고 하면서 자유의새벽이랑 같이 조선일보 탔을 때), 매거진닷킴 박도형 메신저의 이 유익한 연재기사(링크)에서는 그 전모를 대단히 구체적으로 취재하여 밝혀두고 있다.


트루스포럼은 든든한 자체 네트워크를 통한 자금지원이 있음에도 학생자치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해왔고, 심각하게 차별주의적인 대자보 및 지속적인 인권가이드라인/인권헌장 반대 운동으로 캠퍼스를 안전하지 못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정상적인 학내단체가 아님에도 학내 보수단체로 조명받으면서 캠퍼스가 비정상적 방향으로 외부의 주목을 받게 해왔다. 최소 4년간 적절하게 제지되지 못하고 계속 노골화되어 온 트루스포럼의 이러한 비겁한 행보는 학생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겠다.

특히 보수교회 및 정치판을 넘어, 학술영역을 포함한 이곳저곳에 트루스포럼 류가 서울대 교수들을 끼고 이미 진출해서 강연도 하고 그러는 것 역시 이번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들 세력이 미국의 일부 음모론적, 반사회적 극우개신교세력의 논리를 대체로 따라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이 일시적일 것 같지는 않다. 미국만큼 보수교회가 도미넌트한 나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욕을 잃지 말고 싸워야 하겠다.

덧붙여 트루스포럼의 오렌지연필 양포재단과의 밀접한 관계도 지리적 이유 등으로(?) 어쩌다 생긴 것이 아니라, 김은구 대표의 문화계 경력을 바탕으로 한 굉장히 뿌리깊은 것이라는 점도 이 기사에서 시사되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학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니, 처음부터 학내만의 문제였던 적이 없다. 이들이 학교의 유뮤형 자원을 비겁하게 활용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고 있음에도, 학생 구성원들이 대응하기에는 버거운 크기의 일이기에 책임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힘들다. 그러나 정파를 떠나 우리 학교가 차별주의적, 반지성주의적 담론의 총체적 침투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데 성공해야 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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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9일 금요일

육군훈련소 인터넷편지 축소개편 시도 유감

찾아보니 진짜네. 육군훈련소 인터넷편지가 140자의 응원메시지로 변경된다고 한다. (기존에는 1500자, 사진첨부 가능)


군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유가 상당부분 제한된 채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가 생길텐데, 그런 환경에서 인터넷편지는 사회와의 거의 유일한 연결고리이고, 실제 훈련병들한테도 많은 힘이 된다고 한다. 무슨 전면전 상황이 아닌 한, 시간과 인쇄용지가 많이 쓰이고 업무량이 많다고 해서 이렇게 바꿀 성격의 일은 아니다.

군 복무환경이 대체로 개선되는 와중에 이런 퇴행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다른 방식을 도입해서 해결하던가 해야 하는데 이런 건 전형적인 한국군대식 하향평준화 해결법이다. 애초에 수많은 사람을 징병하는 만큼 그에 걸맞게 이런 걸 원활히 지원가능한 여건을 갖추어 놓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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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각계의 비판 및 전용기 국회의원의 관심 등에 따라 해당 조치는 1-2주만 시행한 뒤 철회되었다고 함. 전용기 의원 Facebook 게시물 보기: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