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소속 지자체장이 부정부패 등의 잘못으로 사퇴한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조항은 애초에 없는 게 나았을 포퓰리즘적인 조항이라고 전에 이야기했고(링크)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 당원투표에 대해서는 복잡한 마음이 있다.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그걸 전제로 후보를 내는 게 당원과 국민들에 대한 도리 아니겠나. 잘못된 조항이라는 데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없어온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번 당헌개정에 선뜻 손가락이 향하지는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벌써 광역단체장만 몇 번째인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해온 정치인들도 결국 보좌진들에게는 모셔야 할 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었고 그러한 권력은 업무를 넘어 개인적 영역까지 넘나들면서 성폭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해당 지자체장 개인들의 문제에 의한 일회적 악재로 치부하거나, 심지어는 그들을 옹호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갑질과 권력형 성폭력에 취약한 정치환경의 근본적 문제로 인식을 하고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음을 입증해도 모자랄 텐데 말이다.
박시장 사건 이후 필요했던 대응은, (1) 의원들과 당 소속 유명인사들이 공공연히 2차가해성 발언을 하는 것부터 강력하게 제지하고 (2) 정치활동 및 보좌의 과정에서 권력형 성폭력과 갑질에 대한 인식제고, 예방, 올바른 사후대처가 가능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3) 권력의 축을 불가역적으로 여성정치인들이 많이 획득하도록 하는 등 체질을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치들이 전제된 채로 당헌을 개정하고, 여성후보를 공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얼마든지 지지할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했듯이) 그런 구체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막연한 사죄와, 공공연한 2차가해성 발언들만이 떠돌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