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쯤부터 다시 칩거하면서 연구실에 안 가는 중이다. 3-5월에 이렇게 했을땐 밤낮도 마구 바뀌고 능률이 무척 안 좋았는데, 지금은 좀더 루틴이 잡혀가는 듯하다.
일단 시야에 핸드폰 안보이게 던져 놓으니 일에 나름 집중이 잘 된다. 일단 습관적으로 핸드폰 집어드는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걸 자각하게 됐고... 페북이랑 유튜브도 특정 시간에만 보던지 하려고 한다.
사실 살면서 주로 그때그때 마음 가는대로 했지, 시간 재가면서 하거나, 딴짓을 의식적으로 억제하거나 해 본 적이 별로 없고 그로 인해 낭비한 시간이 무척 많은 것 같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도움이 된다는데 스스로 그런상황을 세팅할 줄 모른다고 해야되나... 그런데 재택근무를 잘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을 계기로 한번쯤 그렇게 해볼 만한 것 같다.
그리고 원래도 공상이 많은 편인데 집에만 계속 있고 정신을 환기할 계기가 없다보니 정신건강엔 별로 안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근본없이 앰비셔스한 마인드만 커지다가도, 그 근거가 취약한 걸 생각하고 남들과 비교하고 그러다 보면 좀 기분이 침체되기도 한다. 어느정도 외부 자극이 끊임없이 주어져야 사람이 에고와 관련된 막연한 생각을 좀 덜 하면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듯하다.
한편 집에만 있으니 집 환경에 신경을 좀 더 쓰게 된다. 어제 Facebook에 올렸던 뱃지 보관함도 그렇고, 장난감 올려놓을 인테리어 선반이랑 칫솔 살균기도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집이 너무 새하얗다 보니 뭘 찍더라도 사진각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것도 최근에야 제대로 깨달았다. 어차피 오래 있을 집은 아니겠지만 일정 영역을 좀더 예쁜 색으로 해둘 방법을 고민하고있다. 보조 조명만으론 안되는 것 같다.
여하간 종합적으로 드는 생각은... 감염병은 익숙함 속을 지독하게 파고드는 재난이고 익숙함에 대한 의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귀신같이 그 고리에서 문제가 생기는듯하다. 그렇게 되면 일상의 회복은 더 늦어진다. 이처럼 익숙함을 수호하기 위해 그것과 계속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언제까지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은 상당히 지리멸렬하고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힘들다.
그리고 나같은 경우는 사실 그 익숙함이라는 게 심리적인 것 위주에 그치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인 것이고, 일상이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매일매일 실질적인 타격을 받는 일도 아주 많다. 사회를 지탱해주는 각 부문 자체가 회복불가능하게 무너지는 걸 방관하자는 게 아닌 한 (그러면 결국 단기적으로 괜찮아보였던 영역들도 다같이 무너진다), 지금의 상황은 매일매일이 아슬아슬한 임시방편적 라이프스타일로서,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지리멸렬한 시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으니...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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