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신기한 밴드 중 하나는 김창완님으로 대표되는 산울림이다. 신나거나 잔잔해서 무난하게 널리 불리는 곡들뿐 아니라, '산할아버지', '개구장이' 등 동요 느낌의 곡들도 많고,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처럼 난해하거나 사이키델릭한 곡들도 많다.
특히 제목부터 왠지 비범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정말 넘버원 명곡같음. 유명한 베이스리프가 쭉 깔리면서 신나는 분위기를 한창 형성하다가, 퍼지한 기타가 들어오면서부터 뭔가 서늘한 느낌이 확 든다. 러브크래프트 식으로 비유하자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불온한 먹구름 사이에서 들려오는 천 개의 나팔 소리와도 같달까... (그게 뭔데 이자식아)
하여간 내가 아는 한에서 이런 분위기로는 버줌의 Til hel og tilbake igjen이라는 곡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꽤 먹고 나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에서 이런 포인트를 재발견하고는 등잔밑이 어두웠구나 싶었음.
잠비나이가 함께한 최근의 리메이크 버전도 완성도는 굉장히 높고 국악이 잘 어울려서 무척 좋은데, 원곡 특유의 그 압도적인 느낌은 덜 나긴 하는 것 같다.
더 놀라운 것은 각 곡들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봤다는 걸 넘어서, 그것들을 관통하는 산울림만의 일관된 색채가 있음을 누구라도 발견할수 있다는 점. 복잡한 고급의 화성보다는 직선적이고 동요스러운 구성요소들 위주임에도 그걸 전형적이지 않게 사용해서 엄청 특이한 느낌이 난달까. 단순히 옛날 음원이라서, 혹은 연주가 다소 서툴러서 그런 것은 단연코 아닌거같다.
특히 3집까지의 곡들은 어릴때부터 놀이하듯이 악기들 둥당거리면서 100% 형제들끼리 만든 거라는데, 믿기지 않으면서도 너무 독특하다보니 믿긴다(?).
김창완 아저씨는 인물 자체라던가 퍼포먼스도 너무 독특하신듯. 덤덤하게 직선적으로 읊조리듯이 부르는데도 표정같은게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고... 그러면서도 어떨 때는 되게 차가워 보이고 (그래서 드라마에서 악역 연기도 잘함). 언젠가 음악 관련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문적인 대담 하는 티비프로를 봤는데 굉장히 지적이시기도 함. 보고나서 무슨 프로인지 찾아봤었는데 아예 못찾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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