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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4일 목요일

무운 사건: 놀람-경험의 전시는 그 자체로는 무의미다

무운 사건과 그에 대한 또다른 전직 기자의 글이 화제인데... 일단 원래 사건의 기자는 단어의 뜻을 임의로 판단해서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고, 회사가 비웃음을 당하게 했으므로 프로페셔널한 역량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사건에 대한 다른 전직 기자의 글도 페친분들과 나눈 의견을 종합해보면, 원래 사건에 대해 비판적, 반성적으로 봐야 할 동종업계 종사자인데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대신 '이쯤하면 충분한 대응이었다'고 스스로 단정해서 눙치려는 의도가 있어보이긴 했다. 그런 면에서는 바람직한 글은 분명히 아니다.

그런데 한가지 내가 생각을 달리하는 포인트가 있다. 무운이라는 단어를 모를 수도 있고, 글쓴이 자신도 몰랐고,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는걸 여러 사례 수집을 통해 얘기한 것 그 자체는 무엇이 그렇게 추하거나 반지성주의적인지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오히려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것 아닌가?

'몰라서는 안 된다'라는 가치판단 이전에 어쨌든 '모르는 경우가 꽤 있다'라는 사실의 전달 자체는 엄연히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같아서 그렇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많이들 몰랐지 않나.

어떤 단어가 화제가 될 때면 그렇게 서로 물어보면서, 얼마나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인지 각자의 경험을 견주어보며 파악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모두가 아는 단어(여야 한다)라고 단정하는 것보다, 이 편이 오히려 인식의 확장을 향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일 외에도 탄핵, 사흘 등 어떤 단어를 모르는게 말이 되냐는 플로우가 잊을 만하면 있는데 (주로 실시간검색어에 떠서), 나는 그때도 과도하게 놀라거나 개탄하는 반응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에 관해 포스팅도 했던 바 있다.

물론 이번에는 대중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글쓰기를 해야하는 기자가 몰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깔린 정서는 '이 단어를 모른다고?'라는 충격받음의 전시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본다. 놀람 경험은 순간이고 그것이 어떤 고찰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런 플로우에서는 놀람 경험만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느낌이어서 늘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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